4대강 사업의 건설사 담합 의혹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로 촉발된 문제제기가 검찰로 확대된 데 이어 정치권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의혹에 연루된 건설사는 숨을 죽이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상황이다.
당장 공정위가 코너에 몰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을 화두로 삼고 김동수 공정위원장이 '재벌 감싸기'를 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무위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공정위가 담합 의혹이 있는 건설사의 처벌수위를 갑자기 낮췄다는 점이다.
당초 공정위는 담합을 주도한 6개 건설사에 대해 1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해당 건설사 임직원 및 법인을 검찰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원회의 최종심의 결과 과징금은 1800억원에서 1115억원으로 줄었고 검찰고발도 없던 일이 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건설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2년8개월을 조사해 놓고 꺼내든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이유다.
반면 공정위는 바로잡아야 할 내용이 많다고 설명한다. 이번 사건의 심사관으로 활동해 온 김재신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당초 과징금 수준은 1561억원이었는데 이는 검찰의 구형에 해당된다. 따라서 9명의 공정거래위원이 심사관과 변호인의 의견을 종합해 1115억원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검찰의 압수수색 역시 마치 공정위가 뭔가 잘못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공정거래법상 취득한 자료는 조사목적 외에 사용할 수 없어 검찰에 넘겨줄 법적근거가 없다. 검찰이 수사를 위해 법원으로부터 수색영장을 받아 조사자료를 가져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에 공정거래법이 건설산업기본법과 충돌했듯이 과거 의약품 리베이트사건 때도 의약관계법과 충돌한 적이 있어 압수수색이 종종 있었다는 설명이다.
가장 위태로운 것은 사태를 주도한 대형건설사다. 가뜩이나 영업이익률이 바닥권인데 담합과 관련한 칼자루를 검찰이 가져감에 따라 강도 높은 처벌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4대강 공사 참여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사실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4대강 범대위 소속 회원들이 6월8일 서울 서초구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열린 '공정위 직무유기 및 담합건설사 고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_뉴스1 오대일 기자
◆4대강 입찰 담합 내용은
지금까지 공정위 조사에서 드러난 건설사의 담합내용은 14개 공구에 대한 배분을 19개 건설사가 사전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사전에 공구별 낙찰예정자를 두고 들러리 회사로 모양새를 갖추는 식이다.
공사금액은 회사별 지분율에 따라 나눠갖기로 했다. 담합을 주도한 상위 6개사의 지분율은 현대건설 9.0%, 대림·대우·삼성·GS·SK 8.0%다. 이는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분율이다. 이외에도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은 각각 6.9%, 6.0%의 지분율에 합의했다. 상위 6개사가 2개공구를, 나머지 2개사가 1개공구를 맡도록 하고 하위 건설사는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입을 맞췄다.
낙찰 결과는 사전모의한 대로 이뤄졌다. 낙동강 32공구(낙단보)만 삼성물산이 지분율에 불만을 품고 공동협의체에서 탈퇴해 두산건설에 밀렸을 뿐 나머지 13개 공구의 낙찰은 예정대로 이뤄졌다.
한편 도마 위에 오른 건설업체들은 담합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오히려 실제 공사에 투입된 금액이 정부가 지급한 공사비보다 높아 손실을 봤는데 또다시 형벌적 조치를 받아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상위 6개사 중 하나인 A사 관계자는 "큰 이윤이 나지 않는 국책사업에 애국심의 발로로 참여했는데 담합으로 몰아가는 것이 아쉽다"면서 "해외수주로 연명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의 해외신인도 추락이 예상된다. 검찰 수사에 따라 앞으로 경영환경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논란의 중심 대우건설
4대강 입찰 담합 의혹은 정치권과 연루된 대형 비리사건으로 비화될 조짐도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대우건설이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5월 40억원의 비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현장책임자 지모씨 등이 구속된데 이어 800억원 비자금 은폐설까지 돌면서 잔뜩 웅크리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며 압박하고 있는 쪽은 야권이다. 임내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4대강 비자금 규모는 800억원 이상이며 이 돈이 정권 실세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고 수위를 높였다. 대우건설이 하도급업체와 짜고 이 돈을 빼돌렸다는 주장이다. 임 의원은 "검찰이 관련자를 구속기소 했음에도 정작 중요한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 수사하지 않는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대우건설은 4대강 사업 관련 눈에 띄는 결과가 많아 주목된다. 대우건설이 수주한 칠곡보의 입찰금액은 4대강 사업 구간 중 가장 높은 금액인 3821억원이다. 정부가 제시한 사업비 3847억원의 99.32%를 써내고도 낙찰 받았다. 보통 공사의 평균 낙찰률이 65%, 4대강 1차사업 평균낙찰률 93.4%와 비교해도 엄청나게 높다.
공정위의 과징금 조정 결과도 의문이다. 공정위는 대우건설에 최근 3년간 반복적인 법 위반 횟수가 3회 이상이라는 이유로 10%의 과징금을 추가 부과하면서 또 최근 3년 당기순이익이 적자라는 이유로 30%를 감면해주는 결정을 내렸다. 모두 다른 건설사에는 해당되지 않는 결정이다.
이 같은 이유로 대우건설은 담합을 주도한 6개사 중 유일하게 100억원 미만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대우건설의 과징금은 96억9700만원이다. 대림산업이 가장 많은 225억4800만원, 현대건설이 220억1200만원, GS건설이 198억2300만원, SK건설이 178억5300만원, 삼성물산이 103억8400만원 등이다.
한편 대우건설측은 40억원의 비자금을 빼돌린 사건에 대해선 개인비리로 규정했고 800억원 비자금설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800억원 비자금설은 확인된 바가 없다"며 "입찰 담합 역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의 가장 큰 수혜자가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낙찰건수와 담합 참여건수 등을 고려했고 과징금 경감조항에 따라 과징금이 결정된 만큼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4대강 입찰 담합 관련 주요 발언
"턴키공사의 사업자 선정 결과를 보면 대형 건설업체가 공사를 독차지했다. 이들 업체가 공구별로 밀어주기 방식을 동원, 나눠먹기를 했을 개연성이 높다." - 2009년 10월 국감에서 이석현 당시 민주당 의원(최초 의혹 제기)
"검찰이 4대강 공사 비리를 수사하면서 대우건설의 8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정황을 파악하고도 비자금 사용처 등 사건의 핵심을 덮으려 하고 있다." - 지난 8월2일 국회기자회견장에서 임내현 민주통합당 의원
"계속 파게 되면 정치권에 들어간 돈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것들을 빨리빨리 찾아내는 것이 검찰의 의무다." - 검찰의 공정위 압수수색 후 MBC와의 인터뷰에서 이항진 4대강복원범대위 상황실장(공정위 건설사 고발인)
"2007년 7월 이명박 대통령이 담합으로 인한 예산낭비가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했고, 공정위가 예방 대책을 보고했는데도 담합이 일어났다. 불이 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도 불이 나도록 한 것과 마찬가지다." -8월23일 국회 정무위에서 열린 결산심사에서 노회찬 통합진보당 의원
"4대강 사업 담합 관련 검찰 수사 결과 직무 유기를 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 책임을 지겠다." - 같은 자리에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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