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통신당국이 스마트폰 '보조금 전쟁'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동통신사 전산망이 마비되고 소비자 차별 논란이 거세질 정도로 안이하게 대처한 방송통신위원회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제도까지 꺼내들며 출혈경쟁을 잡겠다고 장담했지만 실효성 없는 대책에 그친 데다 최근엔 '규제 타이밍'마저 놓쳐 시장 과열을 야기한 장본인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이통3사에 경고 메시지만 보내다 늑장 조사에 나선 방통위를 두고 일각에선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기도 한다.
들쭉날쭉한 휴대전화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던 방통위의 그간 노력은 물거품만 내고 있다. 지난 5월 도입한 블랙리스트 제도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엄청난 보조금을 뿌리는 통신사 유통 제품들에 밀려 가전매장이나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는 블랙리스트 스마트폰은 판매량이 극히 적다.
이통사들의 공정가격 정착 약속도 1년 만에 헌신짝처럼 버려진 상태다. 판매가격을 공개하겠다던 KT의 '페어프라이스', SK텔레콤의 '휴대전화 가격표시제' 등을 실제로 유지하는 대리점이나 판매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격을 표시했어도 실제로는 시시각각 내려오는 별도의 본사 정책에 따라 판매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방통위가 시장논리에 맞는 '마케팅 룰'을 세우지 못하자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은 출혈로 이어졌다. 무뎌진 정부당국의 규제신호를 틈타 이통사들은 지난달 14일부터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올리기 시작했다. 올 3분기 들어 신규 가입자수가 감소한 가운데 SK텔레콤 700만명, LG유플러스 500만명, KT 400만명 등 연말 가입자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린 이통사들은 마음이 급했다.
방통위의 보조금 가이드라인 27만원은 유명무실해졌다. 90만원대인 갤럭시S3 LTE(롱텀에볼루션) 모델의 온라인 판매가격이 7월 말 70만원대에서 8월 말 30만원으로 떨어지더니 9월10일엔 17만원까지 내려갔다.
가입자가 몰려들자 지난 10~12일엔 통신사 전산망이 작동을 멈춰 주말에 번호이동을 신청한 이들의 스마트폰 수만대가 '먹통'이 됐다. 통신소비자들 사이에선 "제 값을 주고 스마트폰 구입한 사람은 바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보조금 과다 투입으로 소수 이용자만 혜택을 보고 대다수 가입자에게는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통사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은 그만큼 소비자 혜택과 요금 인하 여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통3사의 보조금 대란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입자 목표치 달성을 위한 이전투구에 국내 LTE를 지원할 애플의 아이폰5가 가세하면 경쟁이 더욱 격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통신당국의 제재수단이 '솜방망이'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방통위가 예고한 신규모집금지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어서 이통3사가 두려워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보조금 대란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혼탁한 시장을 잡을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양측의 밀고 당기기는 지속될 소지가 많다. 일각에선 실시간 감시시스템을 가동해 보조금 과열 현상이 감지되면 증권시장의 '사이드카 발동'처럼 이통사 전산시스템을 정지시키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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