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환상곡’은 몰라도 ‘엄친아’는 다 안다. "세상엔 나보다 우월한 존재가 있으니", 이제는 이를 일컫는 대명사가 된 ‘엄친아’란 말을 탄생시킨 웹툰이 바로 <골방환상곡>이다.
 
고양이로 보이지만 늑대라 우기는 이 웹툰의 주인공 워니(wony)는 말하자면 작가의 분신이다. 지난 2005년 네이버를 통해 데뷔한지 올해로 8년째. 어쩌다 보니 웹툰을 밥벌이로 삼게 됐다는 박종원(31) 작가를 만났다. 
 
만화 속 캐릭터 워니처럼 따뜻하고 포근한 대화를 기대했으나 현실 속 그는 의외로 진지했다. 시종일관 지금의 웹툰 시장과 그 안에서 '먹고 사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았다.
 

◆어쩌다 시작한 웹툰, 세상과 통하다

원래는 기자를 꿈꿨다는 박 작가가 웹툰을 그리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그는 대뜸 "유난히 '빡센' 군생활을 했다"고 말문을 연다. 곧이곧대로인 성격 탓에 군대에서의 불합리한 점을 보고하라길래 그렇게 했다. 그런데 이게 상관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히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다. "덕분에 일치감치 세상에 눈떴다"고 그는 말한다.
 
군복무를 마치고 그는 자신의 생각을 외칠 소통의 창구가 절실했다. 그의 블로그에 짧은 생각의 단편들을 그림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생각에 공감을 표했다. ‘엄친아’ 편 역시 2004년 당시 올린 웹툰 중 하나였다. 
 
작품이 입소문을 타고 블로그를 찾아 오는 네티즌들이 늘어나자 포털에서부터 연재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왔다. 2005년부터 네이버에서 정식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그는 스토리를 맡았고, ‘침묵’이라는 필명을 쓰는 그의 친구 심윤수 작가가 그림을 맡았다. 박 작가가 내용을 구상해 간단히 콘티를 그리면 심 작가가 이 콘티를 다듬어 그림을 덧붙이는 식이었다. 포털에 연재되기 시작하면서 반응은 그야말로 기대 이상이었다. 인기를 얻을수록 그의 몸값도 올랐다.
 
"풍족하다고 하지만 사실 저도 대학생이었으니 친구들보다는 넉넉한 수준 정도였죠. 당시만 해도 웹툰 시장도 초창기였으니 요즘 포털에서 대표적인 스타 작가들과는 수익활동의 시스템이 달랐을 테니까요." 
 
◆ "웹툰 작가로 장가갈 수 있을까?"


2008년 포털사이트에서 웹툰 연재를 그만둔 이후 그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는 “웹툰의 유통채널로서 포털의 막강한 영향력을 실감한 시기였다”며 “웹툰 작가들 대부분 광고 수익의 비중이 크지만 작품의 노출이 줄어드니 당장 수익부터 차이가 나긴 하더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이후 그가 일을 그만둔 건 아니었다. 꽤 유명세를 탔던 <골방환상곡> 덕에 기업이나 관공서로부터 일거리는 끊이지 않았다. 물론 일에 따라 보수는 천차만별이었다. 때로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사회적기업을 위한 만화를 그리기도 하고, 때로는 대기업들로부터 작품 당 몇 백만원을 넘어서는 광고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금융권의 펀드설명만화부터 관공서의 정책홍보나 공공기관 홍보 만화까지 다양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그 사이에 같이 그림 그리던 친구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면서 혼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가 저도 '웹툰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결론은 내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감하기 위한 소통의 매체로 웹툰 만큼 좋은 콘텐츠가 없다는 거였어요. 짧은 글과 그림이 시너지를 일으킬 때 공감의 폭은 엄청 커지거든요."
 
그가  뿌듯한 듯 말을 이어간다. 얼마 전에는 그의 작품 <골방환상곡>이 교과서에도 실렸다고 한다. 요즘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의 하나로 시나 소설 등과 함께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웹툰이라고 하면 마이너 문화로 보는 경향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웹툰의 가치가 인정 받고 있다는 얘기니까요. 그만큼 웹툰의 영향력 또한 커질 것이고 앞으로 웹툰 작가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적지 않을 거라 판단했죠."
 
이제 막 30대 초반에 접어든 그 인만큼 요즘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웹툰 작가로 장가를 가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그는 "웹툰 작가로 계속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한 게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고 수줍은 듯 털어놓는다.
 
그만큼 최근의 웹툰 시장에서는 작가로서의 경제적 수익에서도 자신감이 생겼다는 얘기다. 그는 “또래 친구들을 기준으로 하자면 평균적으로 꽤 괜찮은 벌이다”고 귀띔한다. 시사에 관심이 많아서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언론사의 시사만화가로 활동하고 싶기도 하다. 웹툰 작가를 양성하는 교수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어찌 됐든 그의 미래 계획 역시 웹툰이 중심이다.
 

◆ <골방환상곡 시즌2>, 새로운 도전을 꿈꾸다

최근에도 그는 웹툰 작가 외에 새로운 명함을 얻었다. 지인과 함께 ‘엔시온’이라는 조그만 벤처기업에 동참한 것이다. 전자책 등 다양한 모바일 컨텐츠를 기획하는 곳이다. 웹툰 작가로서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데다 모바일 컨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망설임 없이 도전에 나섰다. 이곳을 통해 그의 작품을 연재 중이기도 하다. 그는 웹툰 외에도 전자책 등과 결합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볼 계획이다. 웹툰 작가라는 영역 외에 콘텐츠 기획자로서의 역량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웹툰 시장이 지금처럼 전성기를 맞게 된 건 결국 콘텐츠의 힘이잖아요. 그 콘텐츠의 힘을 키우는 데는 웹툰 작가로서의 역할 만큼이나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는 역량도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물론 개인적으로도 웹툰 작가로서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의미있는 도전이죠. 무엇보다 결과가 어떻든 이런 시도 자체가 앞으로의 웹툰 시장에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에요."
 
얼마 전부터는 카카오톡과도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캐릭터를 활용한 이모티콘을 판매하기도 하고 ‘오늘의 웹툰’을 통해 <골방환상곡 시즌2> 연재를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금처럼 웹툰 시장이 커진 데는 포털의 역할을 부정할 수 없어요. 다만 웹툰 작가들이 대형 포털 업체에만 의존하는 시장 구조에는 고민이 생겼어요. 지금은 다양한 채널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보는 중이에요. 성공한다면 우리 웹툰 시장 역시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로 풍요로워 질 거라는 기대가 큽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