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이 시행되기 전까지 업계의 의견은 수렴하겠지만 과세를 부과한다는 본연의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오랜기간 저축성보험 과세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수억원을 한번에 예치하는 사람을 서민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생보사 인기상품 즉시연금 '타격'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상품은 즉시연금보험과 장기저축보험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장기저축성보험을 10년 내 중도인출 할 경우 차익에 대해 과세키로 결정했다. 즉시연금보험도 내년부터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은 보험설계사다. 고객들의 혜택 축소로 영업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명보험협회가 최근 시장조사 전문업체 나이스 알앤시(NICE R&C)에 의뢰해 만 20~64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향후 저축 및 연금보험에 가입의향을 가진 응답자 중 세법개정안이 보험 가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인식한 비율이 58.3%에 달했다.
10명 중 6명이 과세 대상이 된 저축성보험 가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또 세법개정안이 시행되면 저축성보험 가입의향 비율이 51.5%에서 21.5%로 약 30%포인트나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더 큰 문제는 설계사들의 신계약 중 저축성보험 판매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에 의하면 설계사들의 신계약보험료 중 약 80% 이상이 저축성보험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세법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보험설계사의 저축성보험 상품 판매량 감소가 최소 30% 이상의 수당 감소로 연결돼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약 15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설계사가 증가해 결국 설계사 대거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다.
생명보험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저축성보험 과세 부과에 대해 반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저축보험의 경우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중도인출 시스템을 마련했는데 여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서민들을 보호하겠다는 본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보험대리점과 설계사는 생계와도 직결된 문제"라며 "정부가 다양한 시각을 두고 과세여부를 재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 직장인이 퇴직 후 퇴직금으로 즉시연금 등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부적인 통계를 보면 1억~3억원 미만은 대부분 서민층"이라며 "지금은 1억~3억원 미만은 비과세를 유지하고 3억원 이상부터 과세를 주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생명보험사들이 설계사를 명분으로 내세워 동정여론을 얻으려는 의도라고 꼬집고 있다. 즉시연금의 경우 한번에 수억원을 예치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이 서민층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퇴직연금과 퇴직금을 받을 때도 세금을 부과하는데 여유자금으로 재테크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과세를 부과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즉시연금 1억~3억원 미만 가입자들이 서민층이라는 것은 (생명보험사들이) 주장하는 논리일 뿐이다. 아직까지 세법 개정안이 시행되려면 2~3개월 정도 남아있는데 이 기간까지 재논의는 할 수 있지만 본안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저축성보험의 세금혜택 축소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저축보험 인기가 시들해질 경우 보험사들의 건전성 관리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박스)◆세법개정 폭풍… 가입자 폭주에 보험사 이중고
저축성보험 세법개정으로 보험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비과세 폐지 소식에 한번에 목돈을 납입한 뒤 연금처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즉시연금보험의 수요가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시연금은 공시이율이 4%대다. 최근 은행 예돚적금상품의 경우 연 4%대 금리가 실종된 것에 비하면 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이 때문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노후대비용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해까지 가입할 경우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막차를 노리는 고객들이 많아진 것.
하지만 시장금리보다 높은 이자와 보험사가 최저보증이율을 설정하기 때문에 급격히 수요가 늘어나면 역마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험사는 고객이 가입하면 계약상 정해진 이율 만큼 장기간 고객에게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의 저금리 기조, 역마진 우려 등은 장기 자산운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보험사들은 즉시연금의 방카슈랑스(은행창구에서 보험판매)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금융리스크에 자유롭고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은행들은 사정이 다르다. 특히 올해까지 판매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보험사에 방카슈랑스 판매재개를 요청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세법개정 소식에 즉시연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보험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현재 일부 보험사들은 은행의 강력한 요구에 어쩔 수 없이 판매를 재개해야 하는지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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