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대선 시즌처럼 올해 역시 경제민주화, 서민경제 안정 등을 필두로 내건 각 후보들의 경제정책 경쟁에 전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출사표를 던진 세 후보들의 경제정책에는 어떤 혜안들이 담겨 있을까.
◆정책기조 - 朴 '창조' 文 '공정' 安 '혁신'
위기국면의 한국경제를 살릴 해법으로 대선주자 3인은 각자 색깔있는 경제정책 구호를 내놨다. 박근혜 후보는 '창조경제'를, 문재인 후보는 '공정경제', 그리고 안철수 후보는 '혁신경제'다.
박근혜 후보의 '창조경제론'은 저출산·고령화·저성장·고실업 등 새로운 위기에 직면한 한국경제의 돌파구로 '창조경제'라는 새로운 경제발전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박 후보는 '7대 전략'으로 ▲과학기술을 통한 시장·일자리 창출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개방과 공유를 통한 창조정부 ▲창업국가 ▲스펙초월 채용시스템 ▲해외취업 활성화를 위한 'K-무브(Move) 운동'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을 제시했다.
박 후보는 "창조경제론은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영을 통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경제정책 기조로 '공정경제'를 제시했다.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 ▲국민경제 구성원 모두의 지속 성장 토대 마련 ▲성장 과실의 공정한 분배를 3대 원칙으로 내세워 시장경제의 강점을 살리면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문 후보는 성장·일자리·복지·경제민주화가 함께 가는 '4두마차 경제론'을 강조했다. 여기에 일자리혁명위원회 위원장을 자신이 직접 맡으면서 재벌의 왜곡된 지배구조 개선, 부자감세 철회, 복지 투자 강화 등 경제민주화와 새로운 복지를 위한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앞선 두 대선주자에 비해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는 '혁신경제'를 경제정책의 키워드로 삼았다. 이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한 바퀴를, 혁신경제가 다른 한 바퀴를 이루고 이를 일자리 창출이라는 '체인'으로 연결하는 '두 바퀴 경제'를 통해 선순환의 경제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안 후보는 "모든 경제주체가 아이디어와 자원을 새롭게 융합,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며 그 과실을 모두 공정하게 나눠갖는 경제시스템"이라고 혁신경제를 설명한다.
애플사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상생모델에서 착안, 대규모 기업들과 신규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로 연결된 상생 네트워크를 구축해 '4세대 혁신'을 이끌어나가겠다는 것이 안 후보의 구체적인 정책실현 모델이다.
◆경제민주화 - 朴 "재벌개혁 신중" vs 文·安 "시급하다"
현재 경제계의 가장 큰 화두는 경제민주화다. 이에 대한 세 후보의 정책내용은 얼핏 같은 듯 보이지만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조금씩 다르다. 골목상권 보호나 재벌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의견은 같아 보이지만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출자총액제한제 등의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우선 순환출자 금지와 관련해 문 후보는 '3년 내 순환출자 금지' 등을 통해 즉각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공약한 반면 안 후보는 재벌개혁위원회라는 완충장치를 통한 단계적 지배구조 개선에 무게 중심을 뒀다.
세 후보 모두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통일했지만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해선 조금씩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박 후보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 자체를 크게 손질하는 것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기존 순환출자의 해소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에 반대하고, 금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강화에 심사숙고하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그러나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재벌의 소유 및 지배구조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거나,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의 판단을 통해 단계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출자총액제한제에 대해 문 후보는 다른 두 후보와 가장 큰 이견을 보였다. 박 후보와 안 후보가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출총제 도입에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반면, 문 후보는 10대 대기업 집단에 대해 순자산의 30%까지만 출자할 수 있도록 출총제를 부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벌가의 또 다른 쟁점인 금산분리에 대해서는 '박 후보 vs 문·안 후보' 구도로 엇갈린다. 박 후보는 "기존 금산분리 완화정책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비칠 뿐 구체적인 실천공약을 내놓지 않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지분을 9%로 제한한 금산분리에 대해 문·안 후보는 참여정부 때처럼 4%로 낮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기업 - 安 "중소기업 성장시켜야" 文 "대기업 억제책 필요"
대기업 중심의 경제민주화와 별개로 중소기업 살리기를 향한 세 후보의 경쟁도 뜨겁다. 이중 중소기업 정책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있는 쪽은 안철수 후보다. 그는 지난 17일 중소기업 정책에 대해 '성장사다리론'을 들고 나왔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가기 전 단계인 중견기업으로 성장할수 있도록 정책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안 후보는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 차원에서 '중견기업육성법'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중단되는 세제혜택을 일정기간(5년) 연장하도록 하는 방안, 그리고 대기업 위주의 연구개발(R&D) 지원정책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보다 앞서 문 후보도 지난 11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와 전통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골목상권 보호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10대 정책'을 발표하며 중소기업 살리기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이 정책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적합한 업종 지정 ▲재벌 대기업의 신규진입 억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유통업체 입점 시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 등의 세부 실천방안도 공개했다.
앞선 두 후보에 비해 박 후보는 별도의 중소기업 정책을 공식화하지 않은 채 대-중소기업간의 공정경쟁에 포커스를 맞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부당한 거래를 요구할 때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제재를 가하고, 중소기업에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과 경쟁관계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인방의 경제정책은 '소인배 스타일?'
"경제정책들이 너무 자잘하다!" 미국의 유력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한국의 대선주자 3인이 내건 경제정책에 대해 '굵직굵직한 구상들이 실종됐다'고 보도해 눈길을 끈다.
WSJ는 최근 '더딘 성장에 발목 잡힌 한국의 과감한 정책'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의 대선 윤곽은 이미 드러났지만 아직도 선거무대에선 작은 이슈들만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서 WSJ는 "지난 1962년 경제개발계획 시작 이후 가파른 경제성장을 해온 한국이지만 50년이 지난 요즘 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정치 지도자들 중 그 누구도 한국을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할 청사진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과 입안자들이 경제정책과 관련한 커다란 밑그림을 내놓지 않고 상대적으로 작은 이슈에 매달린다는 설명이다. 이 신문은 또 "정치 지도자들의 관심은 이제 사소한 것을 챙기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로 옮겨갔다"고 강조했다.
WSJ는 그러면서 한국의 경제정책은 스포츠에 빗대자면 공격위주에서 수비중심으로 탈바꿈했다고 비유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경제와 관련해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은 과거 성장위주의 경제정책 탓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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