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까지 남은 자산은 얼마나 있어야 할까? 정답은 없다. 은퇴이후 자산이 1억원 밖에 되지 않더라도 불안함으로 일관하기 보다는 자신의 재무 상황을 따져보고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생활패턴을 따져보고 총 연금액을 분석한 후 부족한 자금은 보완하고, 보완의 여지가 없을 경우에는 지출을 최대한 줄여서 월 수입을 만드는 게 관건이다.
◈여유자산이 있는 이모씨 부부서울 서초동에 거주하는 50대 후반의 이모씨 부부는 맞벌이를 해온 덕에 모아놓은 자산도, 수입도 안정적이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시세 5억5000만원)와 다른 부동산자산을 포함해 총 14억6460만원의 자산을 모은 만큼 노후까지 큰 걱정이 없는 편이다. 여기에 개인연금 적립액도 9750만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여유로운 생활을 추구하는 이씨 부부는 노후생활비로 월 600만원을 책정했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는 "이 부부는 자산 활용에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지만 어떻게 효율적으로 자산을 배분해서 노후를 준비할지 따져봐야 한다"며 "살고 있는 집을 빼고 투자 목적의 부동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자녀들에게 얼마나 떼어줄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부는 노후자금에 여유가 있는 만큼 자녀에게 증여해주고 싶어 하는데 자녀를 위한 자금은 따로 떼어서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부부가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은 월 370만원. 목표로 하는 금액까지는 230만원이 부족하다. 송 이사는 금융상품에 목돈을 예치해 월 이자수입으로 230만원을 메꿀 것을 권했다. 이 부부가 가진 교외 부동산을 매각한 5억4000만원으로 연평균 6%가량의 연금상품에 가입하면 세후 23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나머지 여윳돈은 노후 여가자금, 의료자금, 비상자금 등 목적별로 나눠 예치하도록 했다.
이때는 목적에 맞게 투자상품의 가입기간을 잘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이씨 부부는 자녀에게 1억원가량을 결혼자금으로 줄 계획인데, 2∼3년 내에 쓸 자금을 원금손실 우려가 있는 펀드나 주식에 투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송 이사는 "1~3년 내에 사용할 자산은 금리고정형 상품에 예치하고, 3~5년가량 여유가 있는 자산은 비교적 안정적인 채권형펀드에, 5~10년의 중장기로 운용할 자산은 주식비중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산 5억원의 김모씨 부부
인천에 사는 50대 초반의 김모씨 부부. 남편 김씨는 지난해 이미 은퇴해 수입이 없어지자 조기노령연금을 신청, 수령하고 있다. 아내인 이씨는 남편이 은퇴하자 지난해 요양보호사자격증을 취득해 월 50만원을 벌고 있다. 김씨 부부가 가진 순자산은 4억원에 달하는 아파트 한채와 은행 예금 5000만원가량, 그리고 전세자금 5000만원이다.
이 부부는 전세살이를 하면서 매입한 아파트를 월세로 내놔 수입을 올리고 있다. 월세를 포함한 부부의 월수입은 197만원. 이씨는 하루하루 일하는 것이 고단해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월 190만원 정도의 평생소득이 마련되길 원하고 있다.
송승용 이사는 김씨 부부에게 부동산을 처분하고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릴 것을 권했다. 송 이사는 아파트를 매각해 생긴 금액 중 3억원은 월지급식 상품에 가입하고, 6000만원으로 전셋집을 구한 후 남은 5000만원은 비상금으로 CMA 등 수시입출금통장에 예치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월 200만원 이상의 수입을 평생 받을 수 있다.
송 이사는 김씨가 조기노령연금을 수령한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 수입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선택했겠지만 지출을 줄이더라도 노령연금은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게 좋다"며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면 1년에 6%씩 수령액이 줄어들어 최대 30%까지 감소하므로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동일 국민은행 대치동PB센터 팀장은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 투자를 권했다. 이때는 몇년간 더 돈을 모아 예금과 함께 1억원의 종잣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신 팀장은 "전세자금과 이렇게 모은 종잣돈을 이용해 지방 혁신도시 등에 다가구주택을 사서 월세소득을 얻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며 "월세소득만으로 월 200만원 이상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대신 아파트 처분은 최대한 보류하라고 조언했다. 월세수입 70만원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 1억원의 박모씨 부부
1억원으로 노후생활이 보장될까. 대전에 사는 50대 후반의 박모씨 부부. 부채는 없지만 15평형의 작은 아파트 한채(시세 6000만원 상당)와 예금 1억원이 이 부부가 가진 전재산이다. 십수년 전 남편 박씨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가세도 기울었다. 현재 박씨는 재취업해 안경사로 근무 중이고 아내 역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두사람이 함께 벌어들이는 수입은 210만원에 불과하지만 매월 130만원을 저축할 만큼 검소하게 살고 있다. 생활비로 100만원도 채 쓰지 않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두사람의 지출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경제활동을 계속하면서 목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신동일 PB팀장은 "1억원 밖에 모으지 못한 이들이 몇년간 2000만~3000만원이라도 더 모은다면 그렇지 않았을 때와 큰 차이가 생긴다"며 "소득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송승용 이사는 "이 부부에게 1억원은 어렵게 모은 재산이기 때문에 투자성 상품을 권하지 않는다"며 "대신 절세상품으로 차곡차곡 모으는 게 좋다"고 말했다.
60세 이상이면 생계형 비과세로 3000만원까지 전액 세금우대되는 것을 노려볼 만하다. 60세 이전에는 새마을금고와 같은 협동조합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 협동조합 상품은 이자소득세 15.4%가 과세되지 않고 1.4%의 농어촌특별세만 내면 된다. 새마을금고의 예금이율을 3.8%로 가정한다면 세금이 우대되므로 약 0.6%포인트의 금리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송 이사는 또 국민연금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일용직인 아내도 국민연금에 임의가입해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수입을 극대화하라는 것이다. 목돈을 더 확보한 후에는 즉시연금과 주택연금을 활용해 평생월급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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