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정책기구(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집행기구(금융감독원)로 이원화된 금융감독체계는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만들어졌다.
◆엇박자에 감독부실…허점투성이
현행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은 다양한 측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는 이원화된 체계에서 금융정책과 감독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저축은행은 규제완화정책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감독·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실화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엇박자를 내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은행의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두고 양 기관의 수장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은행에 프리워크아웃을 활성화하라고 당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당국이 강요할 일이 아니다"라며 정반대의 발언을 했다. 가계부채문제와 관련해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 권 원장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지만 김 위원장은 재정을 투입할 때가 아니라고 밝혔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감독정책과 감독집행기구를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와 공적 민간기구인 금감원으로 분리하면서 책임 소재 불분명, 상호 마찰 및 대립, 업무 구분의 불명확에 따른 감독의 비효율성 등의 문제점을 발생시켰다"고 말했다. 또 금융위가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모두 수행하면서 견제와 균형이 상실되고 관치금융의 폐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체제는 정부(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을 맡아 금융감독의 독립성 및 중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성수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체계에서 가장 미흡한 부분이 독립성과 중립성"이라며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정부기구인 금융위가 금융감독을 동시에 관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감독 실무집행기구인 금감원을 예산이나 업무수행상 거의 모든 면에서 지도·감독하고 있어 금융감독이 금융정책의 하위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의 위원 구성에 있어 민간위원 비중이 적어 시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곤란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금융위원회 위원은 총 9명이며 이 중 비상임 민간위원은 1명에 불과하다.
◆"금융위·금감원 통합해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을 통합해 공적민간기구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고 교수는 "금융위의 금융산업 정책기능은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감독정책과 집행기능이 통합된 금융감독기구를 별도의 독립된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금융감독기구 내에는 금융감독위원회(가칭)를 설치해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감독기구는 공적민간기구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공적민간기구로 운영하면 금융감독의 독립성 및 중립성을 확보해 관치금융의 폐해를 시정할 수 있고 금융기관의 분담금, 정부 출연금 등의 수입으로 재원 조달이 가능해 재정확보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기존보다 고임금 지급이 가능해 우수한 금융 전문인력을 확보하는데 유리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Federal Reserve Board)를 비롯해 영국재정청(FSA), 독일 연방금융감독위원회(FFSA) 등은 공적민간기구로 운영 중이다.
양기진 전북대 교수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양 교수는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금융정책기능과 금융감독기능을 분리해 공적민간기구가 금융감독을 전담하도록 해야 한다"며 "다만 금융감독기구가 정부, 국회, 소비자에 대한 책임성을 가질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전원 외부위원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외부에서 감독기관에 대한 견제기능을 할 금융감독평가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금융감독평가위원회는 외부 민간전문가로 구성되는 비상설기구로 설치하는 안을 내놨다.
한편 한동안 새로운 감독체계 개편안으로 거론됐던 쌍봉형(Twin Peaks) 모델은 힘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쌍봉형 모델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호보 기능을 분리하는 것으로 감독당국이 두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다보면 자칫 한쪽에 치우쳐 다른 한쪽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제시된 대안이다.
김 교수는 "쌍봉형 감독 모델은 기구들 간 관계가 수평적이어서 갈등 발생 시 이에 따른 혼란으로 감독 효과를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며 "특히 감독기관 간에 금융정보의 교환 등 유기적인 협력도 어려워 양측 모두의 감독목표를 수행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 상당히 회의적인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위-금감원, '동상이몽'
통합에 대한 금융위와 금감원의 입장은 다르다. 금융위는 금감원과의 통합을 상당히 꺼리고 있다.
금융위는 그동안 정치권 등에서 통합 논의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 예민한 모습을 보여 왔다. 금융권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가 지난 9월 청사를 금감원 건물에서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빌딩으로 이전한 것도 금감원과의 통합을 꺼린다는 방증이다.
비용과 장소 물색 등 만만치 않은 난관을 넘으면서까지 이전을 강행한 데는 금감원과 물리적 거리를 두고 독립된 부처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당초 서울지방조달청 건물에 있던 금융위는 금감원과의 거리가 멀어 업무협조 등에 불편함이 컸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의도 금감원 건물로 이사했었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볼게 없다. 현 정부 들어 두 기관이 확실히 분리되면서 상전으로 모시게 된 금융위와 다시 동등한 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위와의 통합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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