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해 불안한 생각은 하지 않아요.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매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죠. 회사에서 근무할 때 나 자신을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거 같아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 나는 회사의 도구일 뿐이지만 일을 즐기고 몰입하면 성취감을 느끼게 되거든요."
 
노정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투자사업본부장 상임이사(50)에게 붙는 수식어는 '최초'다. 1985년 자산관리공사에 입사해 금융공기업 최초로 여성 인사부장을 역임했고 올해 2월 금융공기업 1호 여성 상임이사로 발탁됐다. 1961년 6월생인 그는 자산관리공사 상임이사 5명 중 가장 젊다. 자산관리공사 역대 상임이사 중에서도 최연소 임원이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에게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는 노하우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한마디로 '긍정적 사고방식'이었다.
 

노 이사가 상임이사로 부임한 기간은 이제 9개월째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가 부임하면서 이룬 성과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그는 지난 6월 캐나다 온타리오 교직원 연금(OTPP)이 설립한 타이거 홀딩스 LP(Tiger Holdings)에 교보생명 지분 9.9%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쌍용양회 지분(9.34%) 매각 역시 노 이사의 역할이 컸다. 자산관리공사는 올해 쌍용양회(436억원), 교보생명(4700여억원) 등 900억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특히 교보생명의 경우 금융위기와 투자자 관심부족,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매각일정 중복 등으로 딜(Deal) 성공 여부가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분할매각이 아닌 일괄매각방안 수립과 투자자 마케팅 활동 등으로 잔여 지분 없는 전체지분의 조기매각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교보생명 매각은 많은 전문가들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어요. 그때 각 증권사에서 내놓은 보고서를 분석해 봤거든요. 하지만 그들의 전망과는 반대로 조기매각에 성공했고 매각금액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그가 섬세함과 유연성을 갖춘 준비된 임원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사 승진 2주 만에 능력 인정받은 '커리어우먼'
 
"사장님이 저를 이사로 승진시키고 2주 정도 됐을 때 '(임원 자격이)됐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짧은 시간이지만 저의 업무능력을 인정해주신 거죠. 처음에는 금융공기업 여성 최초 임원이라는 수식어가 조금 부담스러웠는데 그 말을 듣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자산관리공사 투자본부는 공적자금 회수와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용하는 부서다. 부실채권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하거나 부실기업의 부실채권을 인수해 기업 회생을 돕는 일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투자본부 의사결정에 따라 국내 기업의 표정도 엇갈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보니 타 부서에 비해 업무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 이사는 불과 2주 만에 최고경영자(CEO)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그 이면에는 그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그는 자산관리공사 내에서도 일벌레로 소문난 인물이다.
 
"잠은 하루에 평균 3시간~3시간30분 정도 자는 것 같아요. 그 외에는 일만 생각해요. 저에게는 주말도 따로 없어요. 특히 요즘엔 쌍용건설 매각 등 주요 과제가 남아 있어 더 신경 쓰곤 하죠."
 
이와 같은 열정 덕분일까. 그는 2004~2011년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으로부터 두차례에 걸쳐 표창을 받았고 자산관리공사 사장으로부터 네차례에 걸쳐 업무유공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성임원 편견 버려야 할 때"
 
그렇다고 지난 과정이 그렇게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숨이 막히고 억울한 사연도 많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두고 먹고 먹히는 인수·합병(M&A)은 전쟁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시장은 과정보다 결과만 보고 평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 이사는 이 점에 대해 "너무 아쉽다"고 강조한다.
 
"쌍용건설 매각 과정을 두고 시장에서 오해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어요.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합니다.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M&A시장은 더 그렇죠. 지금 부동산시장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에요. 시장에서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요. 시장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쌍용건설 매각에 실패했다고 지적하면 우리는 억울할 수밖에 없어요. 자세한 상황도 모르면서 결과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물론 쌍용건설 매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노 이사가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은 매각 가격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으로 매각해 국민이 낸 세금을 회수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자신 있다는 표정을 잃지 않는다.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여성임원에 대한 편견이 아직 세상에 많이 남아있다고 토로한다.
 
"남자의 경우 좋은 성과를 내면 바로 능력이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데 여성은 그렇지가 않아요. 10번 중에 한번만 실패해도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이 나오죠. 또 정말 최선을 다해 결실을 맺었을 경우에도 운이 좋았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노 이사는 오히려 여성이라서 남성보다 더 섬세하고 일을 꼼꼼히 처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직원들과의 소통과 리더십에 대해서도 그는 늘 고민한다.
 
"부하직원에게는 늘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로드맵이 되어줘야 합니다. 그것이 관리자의 역할이죠. 직원들이 긍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도전정신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소통과 저를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에 대해서도 늘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