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우리카드 분사에 분주한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10월29일 금융위원회에 카드부문 분사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위의 인·허가여부는 통상 빠르면 한달, 늦어도 넉달 안에는 판가름 난다.

현재 금융위는 지난해 인가 신청을 단칼에 거절했던 것과 달리 분사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는 12월부터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시행됨에 따라 과당경쟁을 막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더 이상 카드분사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우리카드 분사 이후 체크카드를 활성화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해 금융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 초에는 우리카드가 단독 법인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현재 분사를 추진 중이 다른 은행계카드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전체가 우리카드 분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 카드대란 때와는 180도 다르다


우리카드는 이미 지난 2002년 우리카드 분사를 단행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당시 카드대란으로 인한 부실로 2년 만인 2004년 3월 다시 은행에 흡수했다. 이로 인한 손실금 1조5000억원은 우리은행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당시와는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고 주장했다. 카드대란 이전만 해도 정부가 카드사업을 장려하던 터라 카드 사용에 대한 규제가 드물었다. 이 때문에 카드사의 부대서비스 중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비중이 전체 매출 중 60%가 넘게 됐다. 또 다중카드 사용자가 많아 이른바 '카드 돌려막기'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금융당국이 '카드사 과당경쟁 방지 특별대책'을 발표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자산증가·카드 신규 발급수·마케팅 비용을 1주일 단위로 점검하고, 레버리지(총자산/자기자본) 규제가 도입되는 등 카드사에 대한 규제가 강도 높게 이뤄지고 있다.

안형덕 우리금융 상무는 "카드사의 레버리지를 규제하고 있고 리스크 관리시스템이 업그레이드 됐다"며 "개인이 카드를 신청할 때부터 신용상태를 정확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측은 또한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2002년보다 분사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자신했다. 안 상무는 "2003년 카드대란 때는 갑작스럽게 버블이 터졌기 때문에 미처 대비할 겨를이 없었다"며 "이번 분사는 불경기에 단련된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대처능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지금이 투자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지금이 분사할 수 있는 적기"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리금융은 은행으로부터 카드를 분사시키면 그룹 차원에서도 더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의 은행 비중은 90% 가까이 된다. 반면 전체 그룹에서 카드의 비중은 3%대에 머물고 있다. 업계 경쟁 대상인 신한카드의 경우 지주 내에서 차지하는 수익비중이 24%에 달하는 것에 비춰볼 때 경쟁력 향상이 절실하다. 우리금융으로서는 카드사를 분사함으로써 카드업을 확장해 은행에 편중된 수익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우리카드, 생존 위해 분사

현재 우리카드는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7위로 최하위권에 속한다. 은행계카드사 중 유일하게 전업계카드사로 분사되지 않아 마케팅과 영업에 제한이 있어서다. 점유율은 9월말 기준 7.06%로 지난해보다 1%포인트 떨어져 내년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모든 마케팅 역량이 은행에 집중돼 있어 카드에까지 눈을 돌리기 어렵다"며 "은행 내에 있으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카드는 지속적으로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최근 몇년 새 이렇다 할 스타상품이 없는 상황이다. 내세울 만한 브랜드는 '우리V카드'가 유일하다. 카드사라면 갖추고 있어야 할 포인트 적립용 카드도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이 관계자는 "우리카드가 은행 내부에 있다 보니 은행법의 규제를 받고 있어 다른 카드사와 경쟁할 수 없다"며 "우리카드의 분사는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측은 우리카드를 분사한 후에는 은행과 시너지를 도모하면서 전문적인 마케팅 인력을 영입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우리카드 분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 중이다. 지난해 6명으로 시작한 인원은 현재 23명으로 늘어나 분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화두인 모바일카드에 대한 준비 역시 TF팀에서 연구 중이다.

우리금융은 우리카드 분사를 민영화를 위한 교두보로 보고 있다. 공적자금 13조원이 투입된 우리금융의 주식평가액은 아직 10조원에 불과하다. 카드사 분리로 수익 및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주가가 올라 M&A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을 거란 얘기다.

◆ 카드 분사에 대한 우려

물론 우리카드 분사에 대해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은행에서 분사한 후 카드업계 2위로 뛰어오른 KB국민카드처럼 된다는 보장도 없다. 특히 금융당국의 규제 속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카드가 내건 체크카드 중심 영업 역시 수익성이 높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분사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다. 노동조합은 우리카드 분사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안대근 우리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현재 수수료 수입이 줄고 있고 금리가 떨어지는 등 전반적인 은행업의 환경이 좋지 않다"며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의 자본금 1조원을 빼내 우리카드를 분사하는 것이 과연 맞는 처사인가"라고 반문했다.

안 부위원장은 "은행의 자본금이 감소하면 재무제표 상으로도 순이익이 빠져나가 향후 민영화를 위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리카드 역시 견고한 카드시장 경쟁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4년 분사 철회 당시 1조5000억원의 손실액을 내고서도 분사를 주도한 경영진에 대한 책임 규명조차 없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분사에 앞장섰다가 실패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인력이동 역시 단순한 부서이동이 아닌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간단치 않다. 이팔성 회장이 "카드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겠다"고 회유카드를 내민 것도 이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신용카드사의 잇단 분사로 소비자는 카드사의 경쟁 속에서 혜택을 더 보는 듯 하지만 시장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지 않다"며 "시장 성장성에 비해 국내 카드업계는 필요 이상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