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류시장은 소주, 맥주가 비교적 성장세를 유지한데 비해 막걸리 등의 전통주나 위스키 분야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한해를 보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체간 물고 물리는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대형마트의 주류시장 진출까지 본격화되면서 주류업체간 복잡 미묘한 경쟁구도가 더욱 뚜렷해졌다.
사진_뉴스1 양동욱 기자
◆오비맥주, 하이트진로와 격차 더 벌렸다
올 들어 맥주업계의 가장 큰 뉴스거리는 바로 오비맥주의 '격차 벌리기' 페이스다. 맥주업계 만년 2위였던 오비맥주는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를 제치며 15년 만에 시장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주류업계와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오비맥주의 맥주 누적 출고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 늘어난 7195만상자(500㎖ 20병)를 기록했다. 반면 하이트진로 출고량은 8.2% 줄어든 5810만상자에 그쳤다.
이로써 지난 8월 기준 맥주시장 점유율은 오비맥주 55.3%, 하이트진로 44.7%로 격차가 10.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가 두자릿수까지 벌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8월만 해도 오비맥주는 점유율에서 하이트맥주에 1.3%포인트 뒤졌었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4월 합병 이후 내부통제와 외부영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이 오비맥주가 카스를 내세운 공격적인 영업으로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위스키-소주, '낮은 도수'에 울고 웃고
맥주업계가 오비맥주의 독주로 시장 판세가 고착화된 사이, 소주과 위스키시장에선 '저알코올'에 울고 웃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7∼9월 국내의 위스키 판매량은 51만7912상자(500㎖들이 18병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의 위스키 판매량 감소율 10.1%와 비교해도 더 나빠진 수치다.
그런데 위스키시장의 침체 속에 저알코올을 표방한 일부 제품은 나홀로 '호황'을 누려 대조를 이뤘다. 향토 위스키 '골든블루'가 대표적인 제품. 알코올 도수 36.5도인 골든블루는 지난 7∼9월 국내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7.9%나 올랐다. 원액을 사용하는 다른 위스키업체들이 평균 10%대의 매출감소를 겪은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수준이다.
'저알코올' 대세 움직임은 위스키시장에 이어 소주시장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업체들의 '저도소주' 경쟁이 지난해에 비해 한층 더 뜨거워진 것이다.
최근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기존 19.5도에서 19도로 낮췄고 하이트진로도 부산과 경남지역을 타깃으로 한 16.9도의 저도주 '쏘달'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저도주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통주 전문기업 국순당 역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매실주의 알코올 도수보다 약 5도 낮춘 '청매실'을 출시하며 저도소주 대열에 합류했다.
◆주류시장 '복병' 대형마트, 술도 접수?
'저알코올' 경쟁에 이어 최근 주류업계는 때 아닌 '복병'마저 나타나 더욱 혼돈스럽다. 대형마트들의 연이은 주류시장 '진출' 소식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독일 '외팅거'와 연계해 개발한 수입맥주 'L'을 선보였다. 지난해 10월부터 개발에 들어간 이 제품은 롯데마트가 기획하고 유명 맥주제조사인 외팅거가 만들었다. 현재 라거맥주인 'L라거', 흑맥주 'L다크', 밀맥주 'L바이젠' 등 3종이 판매 중이다.
이마트 역시 지난달 17일 미국산 정통 드라이와인인 '써던포인트' 3종(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 샤도네이)을 내놨다. 써던포인트는 미국 중저가 최대 와인업체인 더 와인그룹사의 제품으로, 이마트는 신세계L&B와 공동기획해 6개월간 와이너리 개발을 통해 이번 미국산 와인을 발굴했다.
홈플러스도 최근 중소형 맥주기업인 세븐브로이와 손잡고 캔맥주 '세븐브로이IPA'를 수도권 30개 매장에서 선보였다. 세븐브로이는 지난해 10월 맥주 제조 일반면허 1호를 획득, 1933년 현재의 하이트진로, 오비맥주가 설립된 이후 77년 만에 탄생한 맥주회사다.
■ 소주시장은 지금 '진흙탕'?
가뜩이나 주류시장이 치열한 경쟁구도로 '팍팍한' 상황인데 올 들어 유독 소주업계에선 업체간 크고 작은 '진흙탕' 싸움이 자주 벌어졌다.
부산지역의 패권을 놓고 무학과 대선주조가 상호 비방전을 벌인 가운데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각각 암반수 함유량과 첨가물 효능에 대해 거짓·과장 광고를 한 혐의로 시정조치를 받았다.
무학은 소주 '좋은데이'를 광고하면서 '지리산 천연암반수로 만든 좋은 소주'라는 문구를 썼으나 2010년과 2011년 무학 창원·울산공장의 좋은데이 생산분 가운데 20.3%에는 암반수가 들어가지 않아 논란이 됐다.
대선주조도 소주 '즐거워 예'를 광고하면서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는 BCAA(발효생성아미노산복합물)를 첨가한 명품 소주'라는 문구를 사용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BCAA의 체지방 감소 효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양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선주조가 "좋은데이에 지리산 천연암반수가 한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것은 소비자를 기만한 '사기극'"이라고 무학을 매도했고, 무학 역시 "더 이상의 비방전을 바라지 않는다.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행정소송에 대해 추측성 문제 제기를 그만두라"며 대선주조 측에 비난의 칼날을 겨눴다.
국세청은 무학 울산공장이 면허없이 소주를 불법제조했다는 이유로 지난 5월14일 면허취소(공장가동 중지) 처분을 내렸고, 무학은 이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국내 소주업계 1, 2위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도 올 초부터 알칼리 환원수 '처음처럼'의 유해성 루머와 관련해 이전투구 양상을 보여왔다. 롯데주류가 음해와 비방전단 배포자로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를 지목하며 고소하자 지난 5월 하이트진로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이에 발끈한 하이트진로도 울분을 삼키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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