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느날 세무서에서 “지금 국가가 돈이 없어 나라 살림이 어려운데 당신은 재산이 많으니 당신 재산 중에 얼마를 세금으로 내세요”라고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위기에 처한 국가를 지키는 건 국민의 당연한 의무다. 그런데 국가가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걷겠다고 하면, 그것도 부자들에게서만 더 걷겠다고 하면 '과연 그들이 순순히 국가의 명령에 따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머니 털리는 세기의 부자들
실제로 이런 일이 유럽에서 벌어지려고 하고 있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연소득 14억원 이상 부자에게 연간 벌어들인 소득의 7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법안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독일 야당은 200만유로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부자들에게 재산의 1%를 세금으로 내게 하는 임시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도 70만유로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부자들에게 임시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만지작거리고 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지난 8월 소비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를 현재 5%에서 10%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전세계 국가들은 금융위기가 재정위기로 확대되면서 국가재정 확보를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수출, 부동산, 가계부채 등의 위기로 경제 전반이 매우 어둡고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상당기간동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을 앞두고 있다.
국가가 여기저기 돈을 써야 할 곳은 많은데 경기가 위축돼 세금이 덜 걷히니 국세청도 비상이다. 어쨌든 국가재정을 확보하는 방법 중 가장 기본은 세금을 걷는 것인데 경기가 불황이라 세금 걷을 곳이 없다고 국세청이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세금을 더 걷는 방법은 세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세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세금이 많아지면 국민 저항이 생기니 쉽지 않은 일이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 프랑스 제1의 갑부인 루이비통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세금이 싼 벨기에로 국적을 변경한다고 해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된 적이 있듯이 세금을 더 걷는 다면 부자들은 국적을 바꿔서라도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대선 후보 중 어느 누구도 세금을 더 걷자는데 반대하는 후보는 없다. 여야가 모두 같은 공약을 말한다. 그러니까 내년부터는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야하는 것은 명확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도 양극화가 심각해져서 먹고 살기도 힘든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을까? 결국 우리나라도 유럽과 같이 돈이 많은 부자들에게만 세금을 더 걷는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부자들 즉 상위 1%를 상대로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정치권에서도 부자들의 재산을 가난한 사람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서로들 외치고 있다.
야당은 세금을 더 걷는 방법으로 소득이 많은 사람들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의견이고, 정부와 여당은 세율을 높이는 대신 탈세하는 자를 적발해 세금추징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탈세자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지하자금 즉 탈루소득이 전체소득의 27% 정도라고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탈루소득만 다 적발해도 60조원 이상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숨은 세원 발굴 나선 국세청
그래서 국세청은 숨은 세원 찾기를 국세행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숨은 세원을 찾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숨은 세원 찾기의 첫번째 행정은 해외탈세를 방지하고 적출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국내에서는 세금을 내지 않고 많은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알고 해외거래를 이용해 많은 재산을 국외로 빼 돌렸다. 며칠 전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은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조세피난처에 이전된 자산은 7790억달러, 원화로 888조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규모는 러시아와 중국에 이은 세계3위다.
이처럼 해외로 빼돌린 재산을 찾아 과세하는 것은 국부유출을 막고 세원확보도 할 수 있는 정책임에 틀림없다. 국세청은 이를 위해 해외금융계좌신고제도, 해외거래 감시인력 확충, 국제적인 조세협약 체결 등 역외탈세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와 행정을 펴고 있다.
금융기관은 현금으로 인출하는 금액 중 불법자금거래로 의심되는 1000만원 이상의 거래와 2000만원 이상 현금거래에 대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이러한 현금거래를 분석해 불법혐의가 있는 자료에 대해서는 국세청이나 검찰, 세관 등에 통보하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는 국세청이 항시 이러한 현금거래 내역을 이용할 수 있는 법률안이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에 의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다. 며칠 전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된 자료를 국세청이 100% 활용한다면 6조원대의 숨은 세원을 발굴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분위기로 보아 앞으로 현금거래에 대한 국세청의 감시는 날로 심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연간 지출한 금액과 세무서에 신고한 소득을 비교해 신고한 소득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한 사람들에게는 자금출처를 물어보는 '소득지출분석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여야 어디서 집권하든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 걷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내년부터 부자들이 벌일 '세금과의 전쟁'이 궁금해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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