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한옥 송소고택
경상북도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 176.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63호 송소고택은 130년 가까이 된 한옥이다. 이 건물은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지었다고 전하는 것으로서 1880년경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집은 대문채(행랑채)와 큰 사랑채, 작은 사랑채, 안채, 사당으로 구성됐는데 각 건물이 격식을 갖추고 있다. 별채는 두 채인데 대문채와 별당으로 정면 네 칸, 측면 두 칸이다. 대문은 솟을대문이다.
큰 사랑채는 이 집의 주인이 머물던 곳이다. 그 오른쪽에 작은 사랑채가 있고 그 뒤에 안채가 있다. 사랑채 앞에는 작은 정원과 우물이 있고, 안채에 드나드는 여자들이 사랑채에 기거하는 남자들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지은 간이 담장인 ‘헛담’이 경계를 짓고 있다. 안채는 ‘ㅁ'자 형을 이루고 있는데 대청마루에는 세살 문짝 위에 빗살무늬의 빛받이 창을 달았다.
뒷산의 울창한 참나무와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일곱 채의 한옥 건물이 잘 보존돼 있는 송소고택은 각 건물마다 독립된 마당이 있다. 도시의 하늘로 치솟은 아파트에서는 맛볼 수 없는 전통가옥의 운치와 조용함이 서리서리 온몸을 감싼다. 오랜 세월 살아온 고택의 마루와 창살, 기둥, 기와지붕에 내려앉은 햇살까지 이곳에서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그 햇살을 따라 느린 걸음으로 집 안 이곳저곳을 살피는 여행자의 카메라렌즈도 따라서 느려지고 오래 머문다. 이렇게 삶의 즐거움이 고택의 숨결처럼 향기롭게 스며드는 것, 그 이유로 사람들은 오래된 가옥 앞에서 침묵으로 감탄한다.
송소고택은 지은 사람의 높은 기세를 느낄 수 있는 한옥이다. 청송을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한 번 쯤 들러볼만 하다.
청송 송소고택
◆한옥은 살아 있다
새 우는 소리에 잠이 깨 동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퍼런 새벽이 갑자기 환한 아침이 됐다. 뜰 안과 밖에 있는 감나무에 새들이 먹을 까치밥이 달렸다. 그리고 작은 사랑채 처마에도 사람이 먹을 감이 실에 매달려 곶감으로 다시 익어가고 있었다.
130년 된 한옥은 사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 집 자체에서도 살아 있는 기운을 느낄 수 있지만 아침 햇살이 한옥 곳곳을 비추면 구석에 잠들어 있는 한옥의 숨은 결이 살아나 그 생명의 기운을 북돋운다. 집과 함께 집이 들어앉은 자연의 기운이 엉겨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는 햇살 퍼지는 한옥 안채에 앉아 아침상을 받았다. 구수한 아욱국과 함께 나온 묵나물과 묵은 김치 맛이 한옥을 닮았다. 밥에서 가을볕 머금고 고개 숙인 낱알의 향기가 난다. 황금빛 가을볕이 뱃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았다.
한옥의 하루를 이렇게 보내고 우리는 청송의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백석탄’은 물살에 깎인 바위가 강바닥을 다 뒤덮고 있는 곳이었다. 금강의 일만 이천 봉우리가 강바닥에 솟아 있는 형상이었다. 달기약수터의 약수도 오랜만에 보는 탄산약수였고 가을이 고인 웅덩이로 떨어지는 달기폭포의 모습은 비장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
그렇게 청송일대를 돌아보며 하루해가 또 지났다. 이제 남은 곳은 주산지다. 주산지는 해뜨기 전에 올라서 햇살 퍼지고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우리는 주산지 입구 주차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고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물에서 자란 왕버들 풍경
주산지는 봄과 가을이 최고다. 수묵 담채 같은 눈 온 날 겨울 풍경도 괜찮다. 신록과 갈색, 흰빛의 세 계절 동안 주산지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을 만든다. 그 중 최고는 코 끝 찡한 바람 부는 늦가을이다.
낡은 것이 새것보다 빛나는 때가 있다. 서릿발에 지쳐 떨어진 낙엽이 흙으로 돌아가는 순간이 바로 그때다. 겨울보다 혹독한 각오로 생을 마감하는 자연의 순리 앞에서 사람들은 엄숙해진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생의 순환은 정지한다. 새 봄을 위해 산화하는 오래된 것들의 침묵만이 살아 있는 시간에.
논바닥에 톱날 같은 서리가 박혔다. 새벽어둠을 뚫고 우리는 주산지로 가고 있었다. 해 뜨기 전이 가장 춥다는 것을 주산지 가는 길에 또 느낀다. 여명이 비치고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햇살 퍼지기 전에 주산지에 도착했다. 검푸른 물빛과 산 능선 뒤에서 퍼지는 여명이 어울린 풍경은 원시의 숲과 물을 보는 듯 했다.
해가 뜨고 사위가 밝아지기 시작하자 울긋불긋 물든 늦단풍의 향연과 함께 은근하고 묵직한
갈잎의 색조가 햇살에 반짝이기 시작했다. 안개는 수면 위에서 움직일 줄 모른다. 태초의 물과 숲의 모습이 이러했으리라 상상하게 한 것은 안개였다.
제방 위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때를 기다렸다. 멀리 물속에 잠긴 왕버들이 햇살을 받기 시작했다. 빛과 그림자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뿌리 모양을 닮은 가지가 물 밖에서 괴기스럽게 펼쳐졌다. 안개는 저수지 전체에서 피어나 물에 서 있는 나무줄기를 휘감고 돌았다.
자리를 옮겨 나무 가까이 다가가자 물 위에 나뭇가지가 비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개가 그 여백을 채우고 있었고 실체와 그림자가 하나 되는 풍경 앞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카메라 삼각대를 펼치고 카메라를 고정시켜 놓았다. 그 앞에 앉아 물끄러미 풍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주변 사람들 소리가 물속에서 듣는 공명처럼 ‘웅웅’댈 뿐이었다.
물속의 나무와 그림자가 수면을 경계로 하나 되는 그 풍경 앞에서 실체와 그림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물속으로 지는 주산지의 가을이 새봄에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사람 또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여행정보]
<길안내>
자가용
송소고택 : 중앙고속도로 - 서안동IC에서 안동 진입 후 34번 국도(영덕방면) - 진보사거리에서 청송·포항 방면으로 우회전해서 31번 국도 - 약 13Km 진행 후 파천초등학교를 끼고 우회전 후 다리 건너면 덕천마을 송소고택
주산지 : 송소고택에서 청송읍내를 거쳐 주왕산 방면으로 가는 914번 도로 이용. 부동면 이전리 주산지 이정표가 나온다. 이전리 마을에서 주산지까지 3km 정도 떨어졌다. 송소고택에서 주산지까지 약 25km 정도 거리다.
대중교통
동서울버스터미널에서 청송까지 하루 6대 운행. 청송버스터미널(054-873-2036)에서 송소고택 혹은 주산지로 이동.
송소고택 : 청송읍내에서 송소고택까지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하루에 몇 대 없다. 청송버스터미널에서 송소고택까지 약 4km 정도 거리다. 택시를 타는 게 좋겠다. 택시요금은 5000원 받는다.
주산지 : 청송버스터미널에서 이전리 행 버스를 타고 이전리에 내려서 조금 걸어가야 한다. 이전리 행 버스는 07:50, 08:30, 09:20, 10:50, 11:50, 12:40, 13:50, 16:00, 17:25.
<숙박>
송소고택 : 인원 및 방의 크기·위치에 따라 5만~15만원. 054-874-6556
주산지 주변 : 이전리에 민박집이 몇 곳 있다.
<음식>
청송 : 특산물 음식은 달기약수백숙이다. 청송읍 부곡리 달기약수 부근에 가면 먹을 수 있다.
송소고택 : 숙박 시 미리 얘기하면 아침밥을 먹을 수 있다. 1인 7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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