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의 상황은 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점입가경의 형국이 되고 있다.
사진_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 풍전등화, 저축은행
부동산 및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들에 투자했던 저축은행 역시 맥을 못추고 있다. 잇달아 터지는 구조조정 탓에 예금자와 대출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말 63조원이던 저축은행의 예금액은 올해 8월 말 기준 50조원으로 줄었다. 대출잔액 역시 50조원에서 40조원으로 급감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됨에 따라 저축은행의 수신이자율이 4%대 초반으로 낮아진 것 역시 매력을 떨어뜨렸다.
구본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산업 환경변화와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신뢰성 하락과 추가적인 구조조정 가능성에 따라 자산감소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구 연구위원은 "건전성 강화를 위한 규제와 감독이 강화됨에도 경기둔화로 인한 가계대출 및 PF대출의 부실화가 우려됨에 따라 건전성 및 자본적정성의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에서 저축은행에 대해 상시 구조조정체제로 전환해 방만하게 운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저축은행업계 자체에 소비자의 우려와 불신이 높은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자체적으로 신뢰성을 회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자가 조금씩 줄고 있지만 업계 자체가 크게 좋아질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경영개선계획 등을 수립하고 자본을 확충하는 등 급한 불은 껐지만 언제든지 부실화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저축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박 교수는 현재의 저축은행 규모로는 저축은행이 발붙일 곳이 없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앞으로 국내에 남은 금융기관으로는 은행과 은행 문턱이 높은 서민들을 위한 금융기관만 있을 뿐"이라며 "현재의 저축은행처럼 어중간한 금융기관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전국적인 영업망을 축소해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신용협동조합보다 조금 큰 정도로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 소심해진 신용카드사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국내 카드승인실적이 총 41조7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 동월대비 8%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카드승인실적 증가율이 한자리수에 머문 것은 지난 2009년 10월의 9.4%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유로존 위기로 인한 세계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당국의 규제강화로 국내 신용카드회사들의 경영안정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갈수록 옥죄어 드는 금융당국의 규제와 중소형가맹점의 수수료 논란 역시 카드사의 내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개정된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에 따라 중소형가맹점에 수수료율을 낮춤으로써 카드사의 수익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카드사에 고수익을 안겨주는 카드론, 카드리볼빙 등이 제한을 받아 영업환경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시장 역시 포화돼 새로운 시장 창출이 절실하다. 우리카드도 새롭게 분사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순호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수익률이 8% 증가하면 선방한 것으로 본다"며 "내년에는 올해의 성적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가맹점 수수료 수입이 낮아지고, 카드사의 수익이 감소함에 따라 소비자에 대한 부가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신용카드시장은 가맹점으로부터 얻는 수수료 수입이 소비자에게 마케팅 비용으로 전가되고 있다. 시장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어 지급결제수단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정부의 소득공제율 조정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는 고삐를 바짝 쥐고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다. 금융당국의 방침에 순응하며 나름의 출구를 모색하는 것이다.
일례로 삼성카드의 코스트코 협상을 들 수 있다. 삼성카드는 코스트코에서 0.7%의 수수료율을 받던 것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에 맞춰 1.5%까지 2배 이상 수수료율을 높이겠다고 코스트코에 통보했다. 대형가맹점에 일방적인 협상권을 주던 것과 달리 바뀐 규정대로 협상을 진행한 것이다.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카드사들은 내년도 계획 수립에 분주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는 이제 단순히 회원수를 늘리는 마케팅이 아니라 질적인 성장으로 전환해야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드사의 내년 계획은 비용 축소와 위험관리로 요약된다. 홍보 및 마케팅을 최대한 줄이되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매년 휴가시즌과 명절연휴에 제공하던 이벤트를 축소할 계획"이라며 "대신 멤버십서비스를 위주로 마케팅을 확대해 고객이탈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 외부영업을 다각화하기보다는 잘 다져져 있는 캡티브마켓(계열사 마케팅) 위주의 영업을 모색 중이다. 상부상조의 정신을 발휘해 지주사 또는 그룹사의 계열사를 중심으로 영업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좋은 선례가 하나SK카드의 클럽SK카드다. 이 카드는 주유, 통신 등 SK그룹 계열사의 할인혜택을 담았다. 다양한 할인을 담으면서도 할인 폭이 커 출시 3개월 만에 50만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히트상품이 드문 올해에 이룬 쾌거다.
개별 카드사만이 가진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방법으로 꼽힌다. NH농협카드의 경우 농협만이 가진 연계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팜스테이'로 고객에게 농장체험을 하게 하거나 지역축제에 고객을 초청하는 등 농협만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로 고객에게 다가간다는 전략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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