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월스트리트는 헤지펀드 SAC 캐피탈 어드바이저의 창업자인 스티븐 A. 코언의 내부자 거래 혐의로 시끄럽다. 올해 56세인 코언은 미국 금융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그의 순자산은 88억달러로 세계에서 106번째, 미국에서는 35번째로 많았다. 그는 이 많은 재산을 투자로 벌어들였다. 코언은 1992년 SAC를 세운 뒤 거의 20년 동안 연평균 30%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꾸준히 기록하며 부를 쌓았다.
 
문제는 연방수사국(FBI)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내부자 거래를 조사한 결과 6명의 SAC 전 직원들이 SAC에서 근무하는 동안 내부자 거래를 했던 혐의가 포착됐고 이 가운데 3명은 이미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SAC를 그만둔 이후에 내부자 거래와 연관된 것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인물도 지금까지 최소 6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금융업계 자율규제기관은 이미 지난 2002년 이후 SAC에서 80여건의 매매가 의심스럽다며 연방 규제당국에 보고했다.
 

 
◆SAC 전·현직 직원들, 내부자 거래 혐의로 구속·조사
 
SAC를 둘러싸고 수많은 내부자 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일부는 이미 유죄가 인정됐지만 지금까지 코언은 어떤 부정행위로 기소되지도 않았고 어떤 내부자 거래 사건과도 직접적으로 관계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1월20일 SAC의 자매사인 CR 인트린식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매튜 마토마가 내부자 거래 혐의로 구속되면서 코언도 처음으로 직접적인 관계자로 떠올랐다.
 
SEC의 조사 결과 마토마는 미시간대 의과대학의 전 신경학과 교수인 시드니 길먼으로부터 제약회사인 엘란(Elan)과 현재는 화이저에 합병된 웨스(Wyeth)가 합동으로 개발하고 있던 알츠하이머 치료약에 대한 기밀정보를 얻어 매매에 활용했다.
 
길먼은 의약품 임상실험을 감독하는 안전위원회 위원장이자 산업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을 연결시켜 주는 뉴욕의 전문가 네트워킹 회사 거슨 리만그룹의 컨설턴트다. 그는 CR 인트린식을 포함해 투자회사 사람들과 만나 자문해주는 대가로 거의 10만8000달러의 돈을 받았다. 길먼은 특히 마토마와 2006년부터 총 42번 만나면서 자문료로 시간당 1000달러가량을 받았다.
 
SEC는 SAC가 길먼의 내부자 정보를 매매에 이용해 손실을 피하고 차익까지 얻어 총 2억7600만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SEC는 기존 SAC 전 직원들의 내부자 거래 혐의와 달리 마토마 사건의 경우 코언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 확실시 됨에 따라 특히 주목하고 있다. SEC가 획득한 정보에 따르면 마토마는 엘란과 웨스가 부정적인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하기 하루 전날인 2008년 7월20일에 코언에게 "오늘 아침에 의논할 시간이 있을까요? 중요한 일입니다"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로부터 1시간 후 마토마와 코언은 20분간 전화로 대화하고 즉각 7억달러어치의 엘란과 웨스의 주식을 매도하고 9억6000만달러를 공매도했다. SEC에 따르면 마토마가 매도한 다음날 엘란 주가는 42%, 웨스는 12% 급락했다.
 
코언은 지난 여름 SEC 당국자와 대면조사에서 엘란과 웨스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것은 마토마가 두 기업에 대한 확신이 사라졌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코언은 지난 11월 마지막 주에는 1000여명의 직원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잘못은 없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SAC 전·현직 직원들의 내부자 거래가 유독 두드러지게 많다는 점은 회사 대표인 코언에도 자연스레 의혹의 눈길을 돌리게 만든다. 특히 1999년부터 5년간 SAC에서 근무했던 리처드 추-벵 리와 2008년부터 2년간 일했던 노아 프리먼, SAC에서 기술주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존 호바스 등 3명은 SAC에서 일할 때 내부자 거래를 했다고 인정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SAC에서 내부 정보 보고는 기업 문화"
 
SAC는 전 직원들이 내부자 거래 혐의로 연달아 조사를 받고 있는데 대해 "분노"하고 "깊이 충격 받았다"고 발표했지만 리와 프리먼, 호바스 등에 따르면 기업 내부정보를 코언에게 전달하는 것은 SAC의 문화였던 것으로 보인다.
 
FBI 수사록에 따르면 프리먼은 지난 2010년 12월16일 대면조사에서 기업 기밀을 파악하는 것이 SAC의 업무 가운데 하나였다고 밝혔다. 이 수사록에는 또 "SAC에서 근무했던 프리먼과 다른 사람들은 코언에게 내부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코언에게 최고의 매매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호바스도 지난 9월 법정에서 기밀정보를 취득해 "함께 일하는 포트폴리오 매니저에게 정보를 제공했고 우리는 그 정보에 근거해 주식의 매매를 실행했다"고 말했다.

한 매니저가 투자결정을 내리는 대부분의 다른 헤지펀드와 달리 SAC에는 각각 수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140여개의 팀이 있고 각 팀은 '높은 수준의 확신을 가진 아이디어'를 SAC 전체 자금의 10%를 직접 운용하고 있는 코언에게 전달한다.
 
SAC를 중심으로 한 이번 내부자 거래에서 수사당국의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슈는 길먼이 속해 있었던 이른바 전문가네트워킹회사다. 전문가네트워킹회사는 트레이더들에게 각 산업의 전문가들을 소개시켜 상장기업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리는 수사당국의 조사에서 SAC를 비롯한 투자회사들이 최근 이 같은 전문가네트워킹회사들을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 네트워킹산업의 일부는 완전히 내부정보의 저수지라고 말했다.
 
수사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SAC는 여전히 펀드를 운용하며 정상적으로 일하고 있다. SAC는 140억달러의 자산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들어 지난 11월까지 11개월간 12%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SAC의 오랜 고객인 챕우드 인베스트먼트의 파트너인 에드 버토브스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모든 일들이 그(코언)의 수익률에는 중요하지 않으며 단지 많은 소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스티브 코언은 헤지펀드 업계의 마이클 조단"이라며 "사람들이 성공할 때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겨냥하려 한다"고 말해 변함없는 신뢰를 과시했다.
 
하지만 SEC의 전직 감찰관이었던 H. 데이비드 코츠는 "서로 다른 수사의 수많은 실마리들이 SAC를 향하고 있다면 그들(수사당국)이 책임 있는 자(코언)를 면밀히 지켜보고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20년간 연평균 30%의 수익률이라는 코언의 전설에 가까운 운용실력과 명성은 상당부분 내부정보에 기인한 기만적인 부정행위의 결과였을 뿐일까. 월스트리트는 물론 금융시장의 탐욕과 보너스 잔치를 못마땅한 눈으로 지켜봐왔던 메인 스트리트(미국 비금융 사회)까지 SAC와 코언을 주목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