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욕하거나 (작품을) 지적해도 돼요.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팝아티스트 찰스장(본명 장춘수)과의 첫 만남은 묘했다. 첫 대면에서 뜬금없이 기자에게 자신을 무시해달라고 요구(?)하다니. 게다가 무시당하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의 사생활이 궁금해졌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의 작업실로 향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갤러리에는 <들장미소녀 캔디>의 '캔디', <은하철도999>의 '철수'와 '메텔', <미래소년 아톰>의 '아톰' 등 지금의 30~40대가 어릴 때 봤던 만화영화 캐릭터가 걸려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로봇 태권브이'다. 순간적으로 그림이 너무 가벼운 것은 아닌지, 과연 이 그림이 팔릴지 등의 걱정과 우려가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작품을 가까이에서 본 후에는 자신도 모르게 소용돌이처럼 빠져든다는 느낌을 받았다. 
 
찰스장은 태권브이의 주제가 '흘러내림'과 '타오름'이라고 말한다. 기쁨과 열정은 타오름으로, 슬픔과 외로움은 흘러내림으로 표현했다. 얼핏 보면 단순히 태권브이를 캔퍼스에 그려놓은 것 같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다양한 선과 복잡함이 묻어났다. 그는 기쁨과 슬픔, 분노 등 희로애락을 한곳에 모았다고 설명했다. 
 
100호짜리 캔퍼스(엽서 한장이 캔퍼스 1호 크기) 안에 담긴 태권브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기쁨과 슬픔 등 희로애락을 담은 하나하나의 선을 보면 또 다른 감정을 던져준다. 
 
"누군가에게 무시와 지적을 당하면 그런 감정을 그림에 쏟아 부어요. 오히려 저에게는 작품을 만드는데 좋은 재료가 되는 셈이죠.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저를 보면 긍정이라는 것만 남게 되요. 제가 욕을 먹거나 무시를 당해도 괜찮은 이유가 이 때문이에요."
 

사진_류승희 기자
 
◆개인전 200회…갤러리에 도전장을 내밀다
 
팝아티스트의 삶을 걸어온 지 7년. 그는 팝아트계에서 나름 유명인사다.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이 있으며 다수의 연예인들도 그의 그림을 감상하거나 구입하기 위해 갤러리에 방문한다. 일부 작가들은 그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그 비결을 물었다. "선입견을 깨는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많은 분들이 그림을 갤러리에서만 볼 수 있고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그런 틀을 깨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전시회만 200회를 넘게 했어요. 장소는 길거리 페인팅부터 당구장, 카페, 놀이동산 등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또 할 예정입니다.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장소가 어디라도 상관없어요."
 
그가 이처럼 많은 전시회를, 그것도 갤러리가 아닌 다른 곳에서 개최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갤러리의 부당한 처우를 세상에 알리려는 것이다.  
 
작가들은 그림을 팔기 위해 갤러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갤러리를 통해 작가들이 그린 작품을 이해하고 구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계형으로 그림을 그리는 많은 작가들은 갤러리의 부당한 요금체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작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그림을 판매할 경우 수입은 작가와 갤러리가 5대 5 혹은 6대 4로 나눈다. 인지도가 있는 작가는 판매금액의 60%를 챙겨가지만 인지도가 없는 작가는 판매금액의 40% 정도만 가져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생계형 작가들은 갤러리 받는 수수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재료비조차 벌기 힘든 구조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동안 장소를 불문하고 전시회를 한달에 10회 이상 개최한 적도 있어요. 또 마음이 맞는 작가들과 하나로 뭉쳐 게릴라 담벼락 페인팅을 하기도 했어요. 그림을 꼭 갤러리에서만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죠." 
 
◆해외진출·영화감독에도 도전 
 
찰스장은 사람들이 자신을 쉬운 사람으로 평가해주기를 원한다. 자신을 통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씨앗을 퍼트리고 싶어 한다. 
 
"대학교 다닐 때였어요. 당시 학사경고를 두번이나 받았죠. 한번만 더 받으면 학교를 그만둬야 할 상황이었는데 답답한 마음에 곧바로 입대를 했어요. 그리고 제대 후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대 후 첫 시험에서 장학금을 받게 됐어요. 이후 학교에서 장학금 열풍이 불었어요. 다른 친구들이 쟤도 받는데 나라고 못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거죠.(웃음)"
 
그는 이러한 경험을 팝아트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트는 쉽다' '예술은 편하다'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다. 
 
그가 만화캐릭터를 주제로 잡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많은 사람들이 팝아트를 무겁고 어려운 예술로 보지 않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감성으로 다가오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스스로를 미꾸라지라고 평가한다. 미꾸라지가 깨끗한 물속을 헤집고 다니듯이 많은 사람의 70~80년대 추억을 헤집고 싶다는 의미다.
 
그의 또 다른 장점은 새로운 것에 겁먹지 않고 도전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그는 해외 전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미국 뉴욕과 영국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시기는 내년이 될 것 같지만 내부조율이 끝나면 해외사람들도 저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지금은 한국의 팝아트 문화가 해외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에요. 저를 계기로 외국인들이 한국문화에 대해 더 좋은 인식을 갖게 됐으면 합니다."
 
영화제작도 준비 중이다. 현재 시나리오는 다 나왔고 제작단계만 남아있다. 제목은 <좀비아트스트>(가제)다. 팝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영화감독 데뷔도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