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변화의 시동을 걸었다. 올해 들어 커피사업에 본격 진출한 데 이어 프리믹스(부침가루, 튀김가루 등 빵류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분말제품)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이다.

생수시장 점유율 1위인 삼다수의 판매권을 광동제약에 내준 데서 농심의 변신은 시작됐다. 2000억원 규모의 삼다수 판권을 내준 만큼 M&A나 신규사업 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라면시장에서조차 하얀국물 라면의 유행을 타고 지난해 초까지 1~3위 자리를 다른 회사에 내줘야 했다. 특히 라면 한 품목으로는 수익률 개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농심으로선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이익 창출을 위해서는 신사업 성공이나 해외사업의 적극적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농심은 '도전'을 올해의 경영목표로 내걸었다. 다른 회사의 사규에나 어울릴 법한 단어지만 안정지향형인 농심에게는 그만큼 사운을 걸었다고도 볼 수 있다. 농심이 얼마나 방향전환을 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 사운걸고 커피·프리믹스 시장 '도전'
올해 초 농심은 돌연 커피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미 업계 선두 동서식품과 후발주자인 남양유업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시장에 농심이 가세한 것이다. 농심은 경쟁이 치열한 커피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내걸고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농심이 커피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은 음료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탄산음료·주스는 정체 또는 저성장 상태인 반면 생수·커피·기능성 음료 카테고리는 전체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농심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커피시장을 잠식해서 점유율을 가져온다는 개념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프리미엄 커피시장의 틈새를 만들어서 시장 파이를 키우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고연령층을 대상으로 카페인 함량을 줄이고 녹용성분인 '강글리오 사이드'를 넣은 제품으로 커피로부터 멀어진 수요를 불러오겠다는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향후 3년 이내에 두자릿수 점유율을 목표로 업계 3위권에 안착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선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굉장히 비싼 설비를 들여다 놨는데 놀리는게 아까워서 레시피만 바꿔 커피를 만든 셈"이라며 "농심이 커피에 대해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것이 아닌 기존의 유통망을 이용해 손쉽게 가자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간 매출을 50억~60억원으로 잡았으나 이는 농심 전체에서 있으나마나 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농심은 굉장히 보수적인 회사"라며 "설비가 놀고 있어서 커피시장에 도전한 것이지 사업을 다각화하더라도 본업은 라면과 과자"라고 말했다. 

새롭게 도전하는 프리믹스 시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쌀국수를 생산하는 농심이 쌀가루 제분에 대한 노하우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회사가 아니다"며 "밀가루 위주의 제분시장에서 쌀가루로 새로운 시장에 접근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프리믹스시장은 CJ제일제당과 오뚜기, 삼양사 등이 분할하고 있다. 

한국희 연구원은 "커피믹스나 프리믹스시장의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농심이 당장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존사업 성장한계에 변신 절감? 

라면업계에서는 농심이 만년 1위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2011년에는 그 아성이 무너지는 듯 보였다. 꼬꼬면, 나가사키짬뽕 등 이른바 하얀 국물라면이 대두하면서 농심은 경쟁사에게 점유율을 다소 빼앗겼다. 2011년 12월 59.5%까지 점유율이 떨어진 것. 다시 점유율을 회복하긴 했지만 최근 3년 동안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하락 추세다. 2010년 70.7%였던 것에서 매년 하락해 2011년 68.1%, 지난해 3분기 기준 67.4%에 그쳤다. 

전체 라면시장이 주춤하고 있는 것 역시 농심에 위협 요인이다. 인구의 감소와 웰빙을 지향하는 생활패턴의 변화는 국내 라면시장을 저성장 추세로 만들고 있다. 

스낵사업 역시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주 소비층인 아동·청소년층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시장이 전반적으로 정체되고 있다. 농심의 스낵시장 점유율은 2010년 33.1%에서 2011년 32.5%, 지난해에는 28.4%로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다.
 
◆ M&A·해외시장 개척 필요하지만… 
포화된 내수시장은 식품회사들이 지속적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현재 농심의 해외 매출액 비중은 약 13%, 연간 영업이익은 약 5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터진 벤조피렌사건으로 해외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해외 라면수출 성장률은 2011년 16.7%에서 2012년 큰 폭으로 감소한 2.1%에 불과했다. 미국과 중국 등지에 현지 생산체계가 갖춰져 있지만 실질적인 매출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희 연구원은 "주요 매출처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판매량 증가가 본격화될 경우 영업 레버리지가 발생할 수 있을 만큼의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해외 부문은 장기적 성장 동인으로 작동 가능하고, 현실화될 경우 투자매력은 제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심의 신규사업은 규모가 워낙 작아 2000억원 규모의 삼다수 부재를 메울 가능성이 희박하다. 결국 가장 큰 가능성은 M&A 추진이다. 특히 웅진식품이 매물로 나와 있기 때문에 노려봄직하다는 분석이다. 

김민정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비중을 늘리고 해외사업을 회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M&A나 신규사업 추진 성과를 얼마나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스타일의 농심이 섣불리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농심 측은 "인수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인수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