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 행위들로 일반과 괴리… 국민의 목소리 들어야
 
우리나라에 반기업 정서가 생기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기업 정서 아래에서는 투자의욕이 살아나기 힘들고 고용창출에 부정적 영향이 있어 일자리 문제 해결이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서적인 반감은 기업 자체가 아니라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기업 정서의 실체 파악을 위한 조사연구'(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노조간부를 제외한 모든 조사대상 집단이 기업 자체에 대해서는 반감보다는 호감을 갖고 있다. 반면 부자, 재벌, 재벌 총수 등에 대해서는 반감을 나타냈으며 경제전문가들만 약간의 호감을 보였다.
 




               뉴스1 양동욱 기자
 
◆기업 아닌 재벌가에 반감, 왜?
 
기업 자체가 아니라 재벌가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형성돼 왔던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천지방검찰청은 지난 11월 허위로 외국국적을 취득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학부모 46명을 불구속 기소했는데, 재벌가와 상장사 대표 및 임원, 중견기업체 경영자, 의사 등 부유층이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보도(2011년 8월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내 11개 주요 재벌가 성인 남자 124명의 병역사항을 파악한 결과, 미정인 경우를 제외하면 면제율이 35.1%에 달했다. 특히 1970년대생은 병역 면제율이 무려 41.7%에 달해 일반인(18.3%)을 훨씬 웃돌았다.
 
재벌가 남성의 병역 면제사유로 파악된 것 중 가장 높은 비율은 질병이었는데 돈이 많아서 건강할 확률이 높기는커녕 반대의 결과를 보인 것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사유는 외국국적 취득이었다. 재벌 2세라고 해서 병역 면제를 무조건 백안시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그 확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은 국민들로부터 정서적 반감을 가져오는데 충분한 이유가 될듯싶다.
 
또한 지금까지 재벌그룹 회장은 법정구속이 되지 않고 집행유예로 풀려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월31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재벌이라고 봐주지 않고 양형기준에 따라 원칙대로 판결했다고 강조했으며, SK 측은 항소심에서 최 회장의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10년 전에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한차례 구속된 바 있으며 당시는 7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8월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 계열사와 소액주주 및 채권자들에게 거액의 손실을 끼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다. 하지만 수감 중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이유로 지난 1월8일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재계 인사들이 구속만 되면 병세가 급격히 나빠진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휠체어에 의지하고 법정에 서서 형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선애 태광그룹 상무도 회사로부터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호흡곤란, 전신부종 등으로 인한 건강악화로 형 집행이 정지돼 구속된 지 두달 만에 풀려났다.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 역시 병보석과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번갈아 받았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도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후 4개월 만에 건강악화로 집행 정지가 됐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한보사건과 관련해 징역형으로 복역하다가 고혈압, 협심증 등으로 석방된 바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비자금을 조성해 횡령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됐다가 61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에 발행해 회사에 큰 손해를 입혔지만 삼성SDS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뉴스1 박세연 기자
◆선진국도 거친 성장통
 
주식시장에서는 오너리스크가 일시적으로는 기업의 주가에 악영향을 주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주가와 무관한 것이 보편적이다. 대기업은 이미 오랜 세월에 걸쳐 경영실적이 충분히 검증됐고 투자자에게 신뢰를 받고 있으므로 오너리스크가 주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재계 인사의 구속과 엄격한 법 집행은 재벌그룹 내부에 잘못된 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경고가 된다. 따라서 회사에 부당한 피해가 생기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돼 궁극적으로 기업 발전에 긍정적이라 할 수 있으며, 재벌가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는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다.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에는 투명성과 도덕성도 중요한 요소임이 이미 선진국에서 확인됐다. 한국은 산업화가 시작된 지 불과 반세기 정도에 불과해 산업의 수준이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과도기적 상황을 지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보다 앞서서 산업화가 이뤄지고 기업이 발전해온 선진국들도 나름대로 굴곡의 상황을 지나왔다. 역사상 최초로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산업혁명이 일어난 영국의 경우 18세기엔 돈 버는 일을 더러운 게임이며 떳떳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풍조가 생겨났다.
 
19세기 말 이후에는 영국경제의 쇠퇴가 산업정신의 쇠퇴에서 비롯됐다고 파악해 반기업 정서의 심각성이 인식됐다. 힘든 상황 속에 등장한 대처 정부는 대중의 민간기업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개선해갔다. 당시 대처 총리는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기업문화와 대중자본주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어려울 때마다 정부에 의존하던 경영자에게 경쟁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도록 했으며, 집단이익을 챙기던 노조에게는 반기업적이고 호전적 태도로 경제의 발목을 잡던 관행에서 벗어나도록 요구했다.
 
미국의 경우 인구 및 국민소득의 증가로 인한 시장의 확대와 교통 통신의 발달로 전국적 시장권이 형성돼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기술혁신과 더불어 대량생산이 대량분배와 결합해 대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기업들로 인해 기존 중소기업이 도태된다는 위협이 느껴지면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도 이뤄졌다. 철도회사를 규제하기 위한 주간통상법이 남북전쟁 이후 생겨났다. 대륙횡단 철도가 전국적 규모로 확장되면서 운임의 책정과 운용방식에 횡포와 비행이 생겨남에 따라 운수업 전반의 운용을 규제하고 부정행위를 없앤 것이다.
 
미국 연방의회는 1890년 거래제한 및 경쟁저해를 가져오는 경제권의 집중을 제어하기 위한 셔먼법을 최초의 독점금지법으로 제정했다. 이어서 1914년에는 모든 사람, 기업 및 단체의 법 위반 행위에 중지명령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는 클레이튼법을 통과시켰다. 2차대전 전후의 대중정치의 상황 속에서는 트러스트 금지법, 연방통상위원회법 등이 탄생했다.
 
지금은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사라졌으며 빌 게이츠처럼 거액을 기부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인들이 늘어나 부자들이 존경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국도 점차 이렇게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바라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광업, 금융, 상업을 중심으로 하는 재벌의 패권이 1920년대 말에 확립됐다. 1930년대 초에 재벌의 독점적 지위는 확고해졌고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3대 재벌계 기업의 납입자본금이 주식회사 전체 납입자본금의 14%를 차지했다. 부의 독점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대기업이 산하에 두는 형태로 확장됐다.
 
그러다 소화공황기에 재벌계 은행과 기업에 의한 '달러 매입'사건을 계기로 재벌 비판이 시작됐다. 3대 재벌은 금수출 재금지를 예상하고 달러를 투기적으로 매입해 큰 이익을 얻었고 그로 인한 물가 폭등과 국민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최대 종합상사인 미쓰이물산의 영리제일주의 경영방침은 중소 상공업자의 몰락을 가져온다며 거센 반발을 야기했다. 계란, 사과, 김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본 내 상품의 사업에 진출해 중소 상공업자들이 터전을 빼앗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쓰이물산이 일본 내 매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33년에는 40%에 달했다. 이후 일본 재벌은 조직 변경, 제도 개혁 등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일본 재벌은 소유권이 거의 완전히 가족에게 집중돼 있었지만 재벌경영의 실권은 가족이 아니라 외부인이었다는 점이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기업도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
 
우리나라는 최근 경제민주화가 일방적인 재벌 규제로 흐르는 것이 아닌지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가의 발전과 국민 행복은 기업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한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벌그룹의 성장에 방해되는 결과가 나타난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세금을 투여해 만들어지는 비영리기관의 일자리보다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훨씬 더 많다. 다만 어떤 기업이든지 내부적으로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개선하고 기업인이 죄를 지었을 때 그에 상응하는 벌을 주는 것 자체는 규제가 아니다. 성장을 저해하는 게 아니라 성장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기업도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기업은 국민을 상대로 돈을 버는 영리활동이 주목적이므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거 고도의 성장시기와는 달리 정치인, 기업인은 물론 연예인에게도 점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재벌그룹들이 이제는 사회공헌에 많은 배려를 하고 있으며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자세를 갖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밝은 희망을 볼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