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5년, 기업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의원이 한국은행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가계·기업·정부의 저축규모를 보면 그간 누구의 배가 채워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친기업 정책으로 대기업 배불려
자료에 따르면 국내 총 저축규모 평균은 참여정부 276조2000억원, 이명박 정부 351조6000억원으로 27% 증가했는데, 증가액 대부분이 기업저축이었다. 기업저축이 57.39% 급증한 반면 서민저축은 0.56%, 정부저축은 -2.02%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의 공약대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만들어진 셈이다.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을 표방하면서 추진한 핵심정책은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법인세 인하다. 고환율 정책을 고수하면서 수출기업의 배도 불려줬다.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산업자원부로 기능을 이전한 것도 수출주도형 대기업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출자총액 규제 완화로 대기업 계열사는 급격하게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계열사는 2007년 말 1250여곳에서 2012년 1830여곳으로 늘어나는 등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최근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2월 현재 1770여개까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대기업이 문어발 확장을 꾀하는 상황이다.
대기업은 법인세 인하효과도 톡톡히 맛봤다. 대기업의 실효세율(전체소득 중에서 실제로 부담한 소득세액의 비중)은 2007년 17.8%에서 2010년 14.9%로 부담이 줄었다. 감세정책에 따른 수혜를 입었음에도 저축만 늘린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고환율 정책을 고수한 것도 수출 물량이 많은 대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반면 물가폭등으로 가계가 어려워지고 중소형 수입업체는 궁핍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투자전문회사를 제외한 1660개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324개 대기업의 매출은 2007년 773조7000억원에서 2011년 1191조6000억원으로 54.0%가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678개사는 43조3000억원에서 55조5000억원으로 28.2% 늘어나는 데 그쳤다.
◆MB시대 기업들의 명암은
이명박 정부 때 공정위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현황을 보면 재계 상위권 그룹의 지위는 공고하다. 여전히 삼성그룹이 1위를 질주한 가운데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등 '빅6'가 순위 변동 없이 자리를 지켰다. 자산 증가액은 ▲삼성그룹 112조원 ▲현대차그룹 81조원 ▲SK그룹 64조원 ▲LG그룹 44조원 ▲포스코그룹 43조원 ▲롯데그룹 39조원 순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외형적 성장을 거둔 대표 기업은 롯데그룹과 STX그룹이다. 롯데그룹은 재계순위에서 변동은 없지만 그룹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건축 승인을 받는 등 특혜의혹에 휘말릴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계열사 확장도 단연 롯데그룹이 톱이다. 롯데그룹은 2007년 말부터 2011년 말까지 36개를 늘리며 79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그룹사가 됐다. 자산총액과 매출액도 2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STX 역시 외형성장이 뛰어난 그룹이다. 재계순위 24위에서 13위로 도약했다. 다만 최근 주력사업인 조선·해운 등이 글로벌 경기불황으로 기업 재무구조가 취약해 실질적 성장은 재계순위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 정부 들어 퇴보한 재벌도 있다. 금호아시아나와 현대, 웅진 등이 대표적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무리한 인수·합병과 형제의 난을 거치면서 재계순위 9위에서 16위로 내려앉았고, 경색된 대북관계로 금강산 관광 중단 등의 피해를 본 현대그룹은 17위에서 21위로 떨어졌다. 역시 극동건설 등 무리한 인수·합병을 추진하다 승자의 저주에 빠진 웅진그룹이나 DJ정부 시절 사세를 확장했던 C&그룹은 이명박 정부에서 몰락을 맞았다.
재벌 총수의 법정구속도 이명박 정부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이에 따라 재계는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건 새 정부까지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질지 분위기 살피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MB정부 평가는 자화자찬
김황식 국무총리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 질의에서 "기업 중심의 성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져 서민들에게 고루 미치지 못했고 소통 노력도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새 정부가 참고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5년간 현 정부의 대기업 중심 성장정책에 문제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실제로 대기업 중심의 비즈니스 프랜들리는 많은 과오를 남겼다.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없었고 내실 있는 고용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국가브랜드가 상승했고 고용창출도 컸다고 자평하고 있다. 청와대의 '자화자찬'이 도를 넘었다는 비난이 일 정도다.
지난 8일 방송된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이명박 정부 5년 무엇을 남겼나'는 정부와 여당의 극명한 시각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날 방송에서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현 정부에서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비판하면서 "낙수효과에 기대는 것은 이미 철 지난 정책을 내세운 것"이라며 "대기업은 현재 고용 없는 성장만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감세의 상당수가 중소기업에 치중됐다"면서 오히려 "동반성장과 관련 중소기업가들의 만족도가 해마나 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 5년의 국정성과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4대강 살리기 사업, 원칙적인 대북정책 등을 대표적인 정부 성과로 꼽았다. 또 세계 경제와 비슷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감세혜택 대부분이 중산층과 중소기업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한 바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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