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편안하게 봐줬으면"… 기업들도 '협업 러브콜' 잇따라

 

"복잡하고 어려운 것보다는 간결하고 쉬운 것을 좋아해요. 그런데 미술업계는 어렵게 해석된 것을 진짜 아트(Art)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고정관념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제 그림도 마찬가지에요. 애써 해석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쉽고 편안한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팝아트계의 악동 아트놈(43·강현하) 작가. 그와 처음 대면할 때는 다소 마초적인 느낌이 강했다. 야구모자와 선글라스를 낀 채 청바지와 캐주얼한 패션, 게다가 남자라면 한번쯤 도전하고픈 '소'모양의 턱 수염까지. 첫 느낌은 한마디로 범상치 않은 느낌 그 자체였다.
 
하지만 첫인상의 편견을 깨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와 조금만 대화하면 오히려 첫인상과는 정반대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쉽게 툭툭 내뱉는 말투, 10분 이상 대화하면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 편안함. 참 솔직하면서도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게 주변인들의 평가다.
 
그의 행동처럼 그가 추구하는 이상향도 '재미'다. 그는 누군가에게 재미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예명인 아트놈도 마찬가지다. 아트놈은 '아트하는 놈'이라는 뜻이다. 아트놈은 그의 예명이면서 캐릭터 명칭이기도 하다.
 
"저는 재미주의자에요. 사람들이 저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면 그게 가장 큰 행복이거든요. 재미라는 단어는 참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어요. 단순한 해학이 아니에요. 웃음과 행복, 기쁨 등이 바로 재미라는 단어에 포함돼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리는 캐릭터도 마찬가지예요. 보는 이에게 재미를 주고 그 안에서 감동과 즐거움을 느끼면 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거부하는 그의 성향은 곧 작품과 연결된다. 그는 작품을 만들 때 치밀한 구도보다는 감성에 자신을 맡긴다. 마치 꿈속을 헤매듯 붓을 통해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나면 어느덧 새로운 그의 분신이 탄생된다.








◆고급스러움을 단순화하다
 
"그림에 필요 없는 요소를 모두 빼면 꼭 필요한 선만 남게 됩니다. 이런 그림이 동양화에요. 캐릭터는 복잡한 인물 중 가장 특징적인 것을 모아 단순화한 현대적인 미술이라고 할 수 있죠. 제 작품은 동양과 현대미술을 합친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아트놈의 작품에는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화한 양머리 모양의 '아트놈'과 토끼탈을 쓴 '가지'가 등장한다. 캐릭터의 주인공인 양은 아트놈 스스로를 표현했고, 토끼는 그의 아내를 의미한다. 다양한 꽃과 호랑이, 코끼리 등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만나 서로 친밀감을 드러낸다. 화려한 꽃은 늘 캐릭터 주변에 머물러 돋보이게 해주고, 앙증맞은 표정의 개는 늘 주인 곁을 지킨다.
 
아트놈 작가의 작품을 보면 쉽게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캐릭터의 주인공들이 대부분 웃고 있다. 캔버스 안에는 붓을 이용해 화려한 색감을 넣어줌으로써 밝은 이미지를 한층 더 강화했다. 밝고 간결한 캐릭터 이미지를 통해 그는 재미라는 요소를 끄집어낸다. 그의 작품을 보면 단조롭고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도 신선함과 동심을 동시에 일깨워준다.
 
이러한 신선함은 삼성전자와 오비맥주 등 기업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촉매체가 됐다. 최근 오비맥주와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과 콜라보레이션(협업) 작품을 선보인 것.
 
오비맥주가 팝아트 작가와 협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5년간 카프리 브랜드 광고를 하지 않았다. 고급스러운 인지도로 꾸준히 기대만큼의 매출을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프리미엄 맥주시장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지했고 변화가 필요함을 느꼈다.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다 아트놈 작가를 생각해냈다. 젊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카프리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으며, 고객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해결책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아트놈 작가가 기업과 협업작품을 론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1월에는 찰스장, 델로스, 엄정호, 이수동, 홍삼 등 작가 6명과 삼성전자 갤럭시S3, 갤럭시노트에 아트커버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론칭했다. 또 빙그레 끌레도르 아이스크림과 프랑스 명품브랜드 블랙 마틴싯봉과 협업하는 등 국내외 다양한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내 인생 벤치마킹 상대는 '찰스장'"
 
아트놈 작가는 꿈이나 목표가 없다. 아직까지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또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꿈이나 목표를 세워두면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자유로움과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다만 그의 감성을 자극하는 인물은 있다. 팝아트계에서 유명한 찰스장 작가다.
 
"찰스장 작가는 그릇이 참 큰 사람이에요.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늘 저에게 영향을 주는 친구죠. 특히 자기희생과 배려가 깊어요. 그래서 늘 그에게 배우려고 노력중이에요. 제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셈이죠."
 
아트놈 작가는 미래에 대한 그림도 일부 스케치 해놓았다. 찰스장 작가와 함께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현재 관계자들과 논의 중인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다.
 
"가끔 한국 작가들이 공부를 하러 해외에 나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아요. 오히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하거든요. 물론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그런 통로를 만들도록 노력할 생각이에요. 찰스장 작가와 함께 미국과 유럽, 동남아까지 다양한 나라에 작품을 전시하고 인정받아 팝아트의 한류인 'K팝아트'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