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를 맞으니 몇백만원에 달하는 학용품이 매진되고, 고액 가방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뉴스가 들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를 위한 지출이라면 부모는 절대 망설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아이를 길러본 필자 역시 공감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옷과 학용품, 좋은 음식을 먹인다고 한들 아이가 건강하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병원을 찾는 학부모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데, 아이에게 작은 상처만 나도 내원해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와 반대로 아이들은 건강하기 때문에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다.


아이의 미묘한 변화와 상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모들이 극성맞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전자가 훨씬 바람직한 부모다. 아이들의 빠른 회복력과 타고난 건강만 믿다간 질병을 조기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에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악화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불상사를 만든다.

특히 아이들의 관절 관련 질병은 성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반응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자주 발생하는 관절질환이 있음을 알고 유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2~3세, O자형 다리라면…

갓난아이는 엄마 뱃속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자세가 남아있기 때문에 수개월 동안 O자형 다리를 하게 된다. 물론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발육과정이며, 85%의 아이가 교정치료를 받지 않아도 걸음마를 시작하고 성장하면서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두세돌이 지난 아이의 다리가 심하게 휘어져 있거나 펴지지 않는다면 유아기 경골내반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유아기 경골내반증의 경우 직접적인 통증이 없어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지만 아래의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아기가 10개월 전에 빨리 걸음마를 시작한 경우 ▲비만인 경우 ▲두 다리를 비교했을 때 한쪽 다리가 유달리 휘었거나 O자 변형이 심한 경우다.


만약 유아기 경골내반증을 방치하면 아이의 성장판에 자극이 불균형하게 전달되면서 뼈 성장이 균형을 잃어 시간이 갈수록 다리가 더 심하게 휜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심한 경우 관절에 미치는 부담이 증가하면서 퇴행성관절염을 조기에 발병시키기도 한다.

생후 2세에서 3세 사이에 유아기 경골내반증을 확진했을 경우에는 보통 보조기 착용으로 교정이 가능하지만 발견이 늦어 보행 이상을 보일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경우에는 교정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에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5~8세, 골절상 입었다면…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5~8세가 되면 슬슬 자신의 주장도 생기고 호기심도 왕성해지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활동적인 일들을 좋아하게 된다. 이때 아이들이 놀이터나 운동장에서 놀고 장난을 치다 골절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 또래 아이들은 주로 넘어지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서 팔로 땅을 짚다 팔꿈치 위쪽의 뼈가 튀어나오는 이른바 과상부 골절을 입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이 부위 뼈 끝부분에 성장을 담당하는 연골조직인 성장판이 있어 함께 손상될 경우 성장판 손상 후유증을 앓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뼈는 가늘고 신축성이 있으며 골막이 두꺼워 외상에 의한 성장판 손상이 많이 일어나게 되는데, 성장판이 손상되면 아이가 성장하면서 특정 부위의 뼈 길이가 짧아지거나 관절이 한쪽으로 휘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소아골절 중 성장판 손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5% 정도며, 이 중 10~30%는 성장판 손상 후유증으로 팔다리가 짧아지거나 휘어지는 변형이 나타난다.

연골로 된 성장판은 단순 방사선(X-ray)에 나타나지 않고 통증이 없기 때문에 손상 상태를 알기 어려우며, 아이들의 경우 의사소통이 어려워 손상 경위 등을 파악하기 힘들다. 골절 후 초기에 치료를 받고 나았다 하더라도 성장판 손상 여부를 모르고 방치하다 성장장애나 뼈 변형을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골절 치료가 완료된 후에도 1년 동안은 정기적으로 정형외과를 찾아 성장판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야외활동 시에는 반드시 팔꿈치나 무릎 등의 주요 관절부위에 보호 장비를 착용해 부상을 예방해야 한다.

◆8~12세, 한쪽 신발만 닳았다면…

무심코 아이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아이의 좌우 어깨 높이가 다르거나 신발 밑창이 서로 다르게 닳아있거나 혹은 사진 속 아이의 고개가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다면 척추측만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척추측만증이란 허리가 C자 또는 S자형으로 휘어지는 척추의 변형으로 골반이나 어깨의 높이가 서로 다르게 한쪽으로 치우치는 질환으로 주로 잘못된 걸음걸이와 자세로 허리 근육이 힘을 잃을 때 나타난다.

주로 10세 전후에 시작되는 척추측만증은 키가 크는 동안 허리도 같이 휘기 때문에 사춘기 동안 집중적으로 나빠진다. 이는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거나 체격에 맞지 않는 높이의 책상 사용, 운동 부족 등의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

척추측만증은 천천히 진행되고 기울어진 각도가 커지기 전에는 통증이 없기 때문에 방치하기 쉽다. 따라서 10세 전후가 되면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며 매년 척추사진을 찍어보는 것이 좋다. 척추측만증은 허리디스크를 불러오는 주범이며, 비틀어진 척추는 성장판에도 영향을 줄뿐 아니라 허리의 기울기가 40도 이상이 되면 폐와 장기를 압박해 호흡곤란과 소화 불량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악화되면 수술로 교정해야 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해 교정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