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해변 커피


‘강릉 가서 커피 한잔 어때요?’ 맛있는 커피 집은 죄다 강릉에 있다는 소문이다. 그렇지만 커피 한잔 마시러 강릉이라니, 이런 허세가 어디 있나. 생각해 보면 바다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어쨌든 구실이 생겼으니 지금 떠나보자.
◆커피 길의 시작, 안목해변

“커피거리 라며? 횟집이 더 많은데?” 아기자기 특색 있게 줄 선 커피 집들을 상상하고 안목해변에 왔다면 이내 실망하고 말 것이다. 물론 예쁜 카페가 두 집 걸러 하나씩 있긴 하지만, 상상했던 것처럼 이국적인 커피 집만 주르륵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횟집이 눈에 더 들어온다. 커피 전문점이 다른 바다보다 조금 더 많을 뿐이다. ‘이게 무슨 커피거리야?’ 라고 실망하긴 이르다.

사실 안목해변 커피는 자판기에서 시작했다. 이곳은 강릉항에서 시작하는 500m의 백사장, 고등어·황어·숭어·노래미가 잡히는 낚시꾼들의 포인트, 숙박시설·탈의장·샤워장·주차장을 갖춘 가족 피서지로 보기 좋고 놀기 좋은 해변이다. 외지인은 물론 강릉 시민에게 인기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차를 달려와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음을 쉬어가는 곳이다.


사람들은 자판기에 동전 몇개를 넣고 커피를 뽑아 그 한잔을 비우는 동안 바다를 보았다. 눈으로는 시원한 동해바다를, 입으로는 따끈한 커피 한잔을 마셨으니 이보다 더 좋은 휴식이 있었을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소박하면서도 멋스러운 리프레시를 즐기게 됐고, 안목해변에는 더 많은 종류의 자판기가 생겼다. 커피자판기로 시작한 해변에 점차 로스팅 카페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명실공히 ‘안목 커피거리’가 형성된 것이다. 안목해변을 시작으로 강릉은 커피의 고장이 됐고, 지금은 커피숍, 커피공장, 커피농장 등 250여개 커피 명소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안목해변은 ‘커피가 이래야 한다’는 법이 없는 곳이다.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이 진하게 섞여 나오는 달짝지근한 자판기 커피를 마셔도 되고, 카푸치노나 카페라떼처럼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겨도 좋고, 바리스타의 정성을 마시는 드립커피도 가능하다. 취향대로 입맛대로 그야말로 ‘프리’하게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커피 거리가 바로 이곳 안목해변 커피거리다.

현덕사 커피

현덕사

◆한국 최초 바리스타의 커피

강릉은 ‘커피 하기’ 좋은 장소다. 백두대간의 석간수는 커피 물로 제격이고, 강릉의 서늘한 기온은 커피 보관에 최적이다. 그러니 커피 명장들이 이곳으로 모여들 수밖에….
박이추 선생은 대한민국 1세대 바리스타다. 대학로에서 오랫동안 커피를 내리시던 분이 이곳 강릉으로 내려왔고, 그 일이 강릉 커피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1세대 바리스타로 꼽히는 4명(1서3박으로 불리는 고 서정달·박원준씨와 박상홍·박이추씨다.) 중 유일하게 현역으로 활동 중이니 그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커피 애호가뿐 아니라 바리스타들이 몰려온다.


사람이 붐비는 커피 거리에서 약간 떨어진 곳, 여기에서 일주일에 4일만 문을 여는 카페 ‘보헤미안’은 특별한 커피를 마시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허락된 성지와도 같은 곳이 됐다.

강릉에서는 커피농장이나 커피뮤지엄도 만날 수 있다. 커피라 하면 중남미나 아프리카 원산지를 떠올리는데, 강릉 커피는 어떤 맛일까. 커피농장에 가면 한국에서 재배되는 커피나무를 구경하거나 묘목을 구입할 수도 있다. 함께 있는 박물관에서는 커피 로스팅기, 그라인더, 추출기 등의 기구와 커피 역사 등 커피에 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시간이 괜찮다면 로스팅이나 핸드드립, 초콜릿 만들기 등 체험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좋겠다.

스님 바리스타

◆스님, 바리스타가 되다
차가 아닌 커피를 내 주는 절, 이곳이 현덕사다. 우선, 조그만 핸디 로스팅기에 생두를 넣고 가스불 위에서 찰찰 흔든다. 리듬감 있게 흔들다 보면 베이지색 커피콩이 브라운 색을 띠게 되고 구수한 향을 퍼트리며 원두가 완성된다.

다음은 글라인딩 차례. 이곳에서는 커피원두를 어떻게 분쇄할까. 맷돌 등장이다. 콩 비지 만들던 맷돌이 그라인더로 그럴듯하게 변신했다. 맷돌은 원두 콩을 넣어 돌릴 때마다 듬직하게 원두가루를 내어준다. 마치 처음부터 원두 분쇄기로 태어난 듯하다. 밤색 원두와 회색 맷돌과 흰색 광목 천의 조화도 운치로는 그만이다.

드립은 바리스타 스님이 완성한다. 맷돌로 갈아낸 원두를 스님의 드립으로 내려 막사발에 마시는 사찰커피. 특이하면서도 훌륭한 맛이다. 바리스타 스님이니 ‘바리스님’이라 별명을 지어 드렸더니 크게 좋아하시지는 않는 눈치다. 그건 좀 무리였나. 어쨌든 사찰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게 산속에 있는 불교가 일반인에게 찾아온 느낌이랄까. 업타운에 자리잡은 절이 다운타운으로 내려온 느낌이랄까. 사찰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 들어 부담 없이 가볍고 흐뭇하다.

커피 애호가 층이 두꺼워지며 커피도 와인처럼 지식과 이론이 넘쳐난다. 원산지, 드립 방식, 로스팅 정도, 바리스타의 솜씨….

한편에서는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 ‘고메(gourmet)’ 했냐며 그들의 ‘고매(高邁)’하고자 하는 취향을 비웃기도 한다. ‘마니아’는 자기가 좋아서 빠져드는 사람들이니 차치하기로 하고, 우리는 그저 알면 아는 대로, 좋으면 좋은 만큼 즐기면 될 일이다. 여행 마니아는 이 기회에 ‘커피’를 핑계로 여행할 건수 하나를 건졌으니 그거면 된 거 아닌가. 이제 커피도 여행이 될 수 있다.


[여행 정보]

● 강릉 안목해변 가는 방법

[승용차]
경부고속도로 한남 IC -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 - 동해고속도로 강릉분기점 - 경강로 - ‘단오문화관, 중소공업단지’ 방면 - 성덕포남로 - 포남교사거리에서 ‘강릉항, 중소공업단지’ 방면으로 좌회전 - 강변로 - ‘경포, 송정, 강릉항’ 방면으로 좌회전 - 성덕로 - 안목사거리에서 ‘강릉항, 여객선터미널’ 방면으로 우회전 - 경강로 - 창해로

[버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 강릉고속버스터미널 - 강릉초교 정류장에서 223번 버스 - 안목버스 종점에서 하차

[기차]
청량리역 - 강릉역 - 용지각 정류장에서 300번 버스 - 안목버스 종점에서 하차

[주요 지역 내비게이션 정보]
보헤미안 : 검색어 ‘보헤미안 박이추’ /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영진리 181
커피뮤지엄 : 검색어 ‘강릉 커피뮤지엄’ /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 806-5
현덕사 : 검색어 ‘현덕사’ /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569-1

<여행지 주요정보>
커피축제와 카페 정보
http://www.coffeefestival.net
매년 가을에 강릉 커피축제가 열리며 해당사이트에서 강릉 커피지도를 신청할 수 있고 강릉 내 카페를 찾아 볼 수 있다.

보헤미안
http://www.ebohemian.co.kr / 033-662-5365
영업시간 : 오전 8시~오후 5시 (본점은 목~일요일만 운영)
원두판매(택배가능) : 100g당 7000~1만5000원

커피뮤지엄
http://cupper.kr / 070-8888-0077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8시 (입장: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관람료 : 어른 5000원 / 청소년·어린이·노인 4000원
체험비 : 각 체험당 1만원(로스팅, 핸드드립, 초코렛만들기 등)
원두판매(택배가능) : 200g당 1만2000~1만6000원

현덕사
http://www.hyundeoksa.or.kr / 033-661-5878
커피 체험 비용 : 3만원 - 로스팅, 드립, 시음, 점심(사찰음식), 탁본 등 제공
템플스테이 : 1박2일 5만원 / 2박3일 10만원

<근처 여행지 정보>
오죽헌 박물관 : 세계에서 모자가 나란히 지폐의 주인공이 된 경우가 우리나라 뿐이라고 한다. 5000원권에서 볼 수 있는 오죽헌 전경과 오만원권에 그려진 신사임당의 그림을 이곳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https://ojukheon.gangneung.go.kr
관람 시간 : 오전 8시~오후 6시 (매표는 관람시간 30분전까지)
관람료 : 어른 3000원 / 청소년·군인 2000원 / 어린이 1000원
강원도 강릉시 율곡로 3139번길 24 / 033-660-3301

경포해변·경포대 : 경포해변은 여름 피서지의 대표이고, 봄에는 경포호수의 벚꽃이 일품이다.
http://www.gntour.go.kr
강원도 강릉시 안현동 산1 / 경포동주민센터 033-640-5129

<음식>
서지초가뜰 : 모내기철에 양반가에서 일꾼들을 위해 내놓았다는 ‘못밥’이 대표적 상차림이다.
못밥 1만5000원 / 질상 2만원 / 손님상 3만원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 264 / 033-646-4430
교동반점 :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줄 서서 먹는 짬뽕 집으로 유명하다.
짬뽕면 6000원 / 짬뽕밥 6000원 / 군만두 6000원
강원도 강릉시 교동 162-126 / 033-646-3833

<숙소>
해피하우스 : 안목해변과 가깝고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거실 베란다에서 보는 바다 풍경이 백미다.
http://cafe.naver.com/beachguesthouse
강원도 강릉시 송정동 1061 / 010-5090-2121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