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사기가 말이 아니다. 하루 종일 게임 개발에 매달렸다가 집에 돌아가서 듣는 소리가 '아빠, 나쁜 거 만드는 거 아니냐'는 거다. 힘이 나겠는가."
국내 한 온라인게임회사 종사자의 하소연이다. '미래 먹거리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게임을 개발해왔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진 '규제 난타'에 최근 게임을 마약과 동급으로 취급하는 법안까지 발의되자 업계 종사자들의 억울함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
문제의 발단은 신의진 의원(새누리)의 대표발의로 지난 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다. 알코올, 마약, 도박 등과 함께 인터넷게임을 중독을 유발하는 물질 및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이 5년마다 중독 예방·치료와 중독폐해 방지·완화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토록 하며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중독물질 등의 생산·유통·판매를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해당 법안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게임중독 예방정책이 있다며 이번 발의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게임 중독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 온라인게임 이용제한), 문화부의 '게임시간 선택제'(청소년 자녀의 게임 접속시간을 부모가 통제) 등의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정부부처와 국회가 게임산업에 과도한 올가미를 씌우고 있다며 발끈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게임산업 분야를 꽉 잡지 못하니까 여가부, 교과부, 이번엔 보복부까지 자꾸 옆에서 규제책을 들고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대로 된 연구기반 없이 논리적 근거가 부족한 법안을 국회에서 발의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 의원 등은 국내 약 333만명이 알코올·마약·도박·인터넷 게임 등 중독유발 물질 및 행위에 중독돼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추정되며 이러한 중독이 건강문제, 강력범죄, 근로자 생산성 저하, 청소년 학습기회 손실 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번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게임업계 고위 임원은 "신뢰할 만한 연구결과나 객관적 근거 제시 없이 '게임을 하면 뇌가 마약을 하는 것처럼 변한다더라, 폭력적이 된다더라'라는 신뢰성 없는 내용에서 나온 법안이라는 게 문제"라며 "중독 폐해와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게임 중독자수 등 제대로 된 연구결과를 가지고 사회·가정·기업이 다 함께 역할을 분담해 해결해야 할 일을 비상식적으로 처리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산업이 국가 경쟁력에 기여하는 측면이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8조8047억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온라인게임이 6조원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게임 수출액은 23억7807만달러, 업계 종사자는 9만5015명에 이른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게임 콘텐츠는 문화콘텐츠 수출 중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며 "게임의 역할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학부모들의 일방적인 목소리만 듣는 게 문제"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