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눈을 돌린 지 오래인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이번엔 터키를 노리고 있다. 1일 발효된 한국과 터키간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보기 위함인데 벌써부터 건설사간 희비가 엇갈린다.

FTA 체결 전부터 활발하게 물밑작업을 했던 건설사들은 벌써부터 하나, 둘 결과물을 건져 올리고 있다. 반면 야심차게 터키를 향해 떠났지만 그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거나 예기치 못한 변수에 경쟁에서 밀려 헛물만 켜고 한국 땅으로 귀국한 업체들도 상당하다.


실패에 따른 후폭풍을 감수하고도 이들이 터키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까닭은 역시나 FTA 특수를 노리기 위함이었다. 최근 급격한 경제 성장과 내수 발전을 이룩한 터키는 대형 인프라 구축에 대거 힘을 쏟고 있다.

◆SK·삼성…FTA특수로 함박웃음

SK건설은 이스탄불 해저터널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터키 이스탄불 해저터널은 SK건설을 포함한 SK그룹 계열사와 터키 기업인 야피메르케지가 각각 50%씩 지분을 투자해 추진하는 사업비 12억40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가르는 보스포루스해협을 5.4㎞의 복층 해저터널로 연결한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벌인 토목공사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2017년 4월 개통 예정이다.


SK건설은 해당 프로젝트로 영국 금융전문지 프로젝트파이낸스 매거진으로부터 ‘올해의 PF프로젝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이미 지난해 터키 정부가 추진하는 1875개 병상 규모 병원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올해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삼성물산은 금융회사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는 역할까지 맡는 등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성공적인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지난달 3일 수출입은행 부행장과 함께 터키를 방문해 파이낸싱 협의 등을 강구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스코는 터키 포스코 아산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8월 생산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터키 포스코 아산냉연공장 지분은 포스코 60%(3억5000만달러), 터키 키바르 30%, 대우인터내셔널 10%로 포스코의 투자비가 터키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투자금액 중 가장 많다. 포스코는 이번 공사를 통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터키 스테인리스 시장을 선점하고 동유럽, 중동 등 인접국 수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터키는 이탈리아와 독일에 이은 유럽 3대 가전강국으로 고급 스테인리스강 수요가 많은 나라다.

◆현대·대우…일본 때문에 울상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공을 들였던 터키 원전 수주는 일본의 손으로 넘어갔다.

지난 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앙카라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원자력협정을 체결했다. 이번 협정에 따라 터키는 원전 4기의 우선 협상권을 일본 측에 넘겨주기로 했다. 공사규모는 무려 220억달러(24조원)에 이른다. 원전 수주를 놓고 경쟁을 하던 국내 건설사들은 대형 프로젝트는 목전에서 놓치게 된 것이다.

컨소시엄의 주축인 한전과 구성 건설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터키 원전 실패 발효 직후 원전 수혜주로 꼽히던 이들 건설사들은 일제히 주가 하락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5일 한국전력은 전일 대비 3.02% 하락한 3만750원으로 장을 마쳤다. 현대건설 2.22%, 대우건설 2.55%, 두산중공업은 4.23% 등 참여업체들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한전은 10일까지도 반전 없이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은 2년 전부터 원전 사업을 위한 자격증인 한국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인증을 따내는 등 원전플랜트 사업에 총력을 기울인 바 있다. 현재로썬 헛수고를 한 셈이 됐다.

모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수주를 하고 발주를 하면 시공사들이 입찰·계약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한전의 수주 여부만을 기다렸을 뿐”이라며 “수주 단가 조율에 실패하고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의 적극적인 공세가 겹치면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 짙은 말을 전했다.

한편 터키는 내수산업 진작과 대륙간 허브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다양한 인프라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터키의 올해 교통분야 예산은 지난해 66억7000만달러 대비 12.5% 증가한 75억달러가 책정됐으며, 수도 앙카라 등 4개 주요도시를 연결할 고속철도 관련 사업이 지속적으로 발주 중이다. 이스탄불에서는 50억달러 규모의 지하철 프로젝트가 2016년까지 추진될 예정이다.

더불어 올림픽 유치국 발표와 총선이 예정된 9~10월을 기점으로 신도시와 대운하 등을 개발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터키 건설시장은 앞으로도 높은 경제 성장률과 탄탄한 내수시장, 정부의 인프라 구축 의지 등으로 국내 건설 업체들의 노다지 땅이 될 시장으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