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창립 후 한때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12위까지 성장했던 한라그룹. 현대가에 뿌리를 둔 한라는 현재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동생인 고 정인영 한라그룹 전 명예회장의 2남인 정몽원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최근 그룹 안팎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계열사 중 하나인 한라건설이 지난해 2000억원대의 적자를 냈음에도 정몽원 회장 일가가 고액의 배당금을 챙긴 게 논란이 됐고, 자동차 전문부품업체인 만도는 현대차로부터 부품 품목 확대를 보장받는 대가로 납품가를 '다운'시켜 파문의 중심에 섰다.
이런 상황에서 한라그룹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은 이른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 논란이다.
한라건설은 지난해 12월 계열사인 만도와 648억3058만원 규모의 한라그룹 연수원 신축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공사비는 지난해 한라건설 매출액 대비 3.85%에 달하는 규모. 만도는 그해 11월 한라건설과의 연수원 신축공사 계약금액이 452억8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물론 현금거래 조건이다.
문제는 만도가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한라건설을 살리기 위해 이처럼 현금을 '퍼나르며' 계열사를 부당지원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
당시 금속노조 측은 만도가 그룹 연수원 설립에 나선 것이 주식담보 대출을 받아야 할 정도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한라건설에 현금을 몰아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석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공사 진척에 따라 공사비를 주는 것은 맞지만 기공식 이후 400억원이 넘는 공사비를 현금으로 지급한 것은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한라그룹으로선 "정상적으로 진행된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의혹은 올 들어서도 지난 4월12일 만도가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한라건설에 3786억원을 출자하면서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회사 측이 '마이스터의 물류 인프라 강화와 신사업 전개'를 출자 이유로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경영악화에 부딪힌 한라건설에 대한 '지원책'이라는 평가가 팽배하다.
실제 나흘 뒤인 같은달 16일 한라건설은 유상증자를 통해 3435억원이 납입 완료됐다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대금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50억원을, 나머지 전액은 마이스터가 납입했다는 내용도 더했다. 이는 상호출자 제한으로 만도가 한라건설에 직접 지원할 수 없어 마이스터를 통해 우회지원했다는 해석을 낳는다.
재계 관계자는 "만도가 현금 유동성이 없는 마이스터에게 현금을 지원하고 마이스터가 한라건설에 출자를 한 '순환출자'방식"이라고 해석하면서 "이는 엄연히 말하면 순환출자를 통한 대대적인 밀어주기 조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주주들의 반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만도 주식 176만주(9.7%)를 보유한 2대주주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소위 '한라공조 사태' 때 만도에게 힘을 보태줬지만 지금 돌아온 건 유상증자를 통한 '뒤통수'였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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