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제조창 등 비리의혹 '일파만파'
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은 2008년 10월부터 진행된 KT&G의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과정에서다.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KT&G는 최근 부동산컨설팅 전문용역업체 N사를 통해 청주시에 연초제조창 부지를 350억원에 매각했다. 당초 감정가액은 250억원이었고 청주시가 처음 제안한 가격도 250억원 정도다.
이 과정에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청주시가 100억원이나 '양보'하며 KT&G로부터 해당 부지를 매입한 까닭이 석연찮아서다. 혈세 100억원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거셌다.
경찰 수사 결과 N사는 부지 매각과정에서 청주시청 6급 공무원 이모씨에게 2010년 10월부터 두달여 동안 6억6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시 개청 이래 최대 수뢰액이다. 일개 중간 간부가 그 많은 돈을 혼자 챙기려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의심한 경찰은 KT&G 연루의혹을 캐는 쪽으로 수사망을 확대했다. 경찰은 이씨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수사결과 거액의 뇌물 액수를 전하는 과정에서 KT&G 경영진이 관여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며 지난 6월7일 민영진 KT&G 사장 등 임직원 6명을 포함한 관련자 8명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일주일 뒤에 임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KT&G는 N사가 독단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며 응수에 나섰다. N사와 부동산 매각관련 용역을 발주하고 그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했을 뿐 이씨와의 금품거래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KT&G 측 주장이다.
또한 KT&G는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 감정가액 250억원에 대해서도 "감정평가를 받기 전 내부검토 자료에 추정된 금액"이라고 반박했다. 따라서 이 감정가액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거 사업까지 수사 재조명
KT&G가 반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적극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경찰의 수사 강도는 더욱 높아지는 양상이다. 앞서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다양한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국세청 등 사정기관으로부터 주시를 받아왔다.
지난 2월 민주노총 계열인 한국인삼공사 제2노조가 발표한 성명서에는 김재홍 전 KT&G 사장 측근이 운영하는 한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사업을 수주하고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확인 결과 이 업체가 N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N사 대표 강모씨(49)는 이전부터 KT&G의 주요 부동산 매각사업의 컨설팅을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져 과거에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주목받고 있다. 성명서에 따르면 강씨는 수백억원대의 각종 KT&G 부동산 매각과 매입사업에 직접 개입하고 지인의 업체를 소개하면서 약 50억원의 부당한 특혜를 받은 것으로 지적됐다.
이 내용으로 미뤄봤을 때 N사가 독단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 아니라 KT&G와 뇌물액수를 협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인 경찰의 판단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처럼 그동안 진행한 KT&G 부동산 개발사업이 재조명되고 있는데다 앞서 민 사장의 연임 및 수익성 악화 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던 터라 KT&G가 받는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KT&G가 '구설수'에 오른 것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KT&G는 지난 1월 민 사장이 연임하는 과정에서도 진통을 겪었다. 경찰은 지난 2월 민 사장의 재선임 부당성과 취임 후 KT&G의 수익성 악화 등의 내용이 담긴 한국인삼공사 제2노조의 성명이 나온 시점에 수사를 개시했다. 이어 3월에는 국세청이 특별 세무조사를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검찰도 내사에 들어가 사건이 확산됐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정권 초기 주요 공기업과 금융회사 CEO들이 교체되는 상황인 만큼 민 사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KT&G는 민영화 이후 내부승진을 통해 CEO를 임명해왔으나 정부나 정치권에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영화는 됐지만 경영권을 행사하는 대주주가 없어 권력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KT&G의 정부지분은 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가진 12% 정도가 전부다. 전체 지분의 60% 이상은 외국인 소유다.
KT&G의 또 다른 통증 '실적 부진'
KT&G가 청주 연초제조창 부지 매각과정에서 불거진 비리의혹으로 인해 삼중고에 빠졌다. 앞서 흡연 규제와 담뱃세 인상 논란으로 인한 실적 부진이 더해지면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연면적 150㎡(약 36.3평)이 넘는 음식점을 금연장소로 지정했다. 7월부터는 PC방마저 금연장소가 된다. 이로 인해 흡연자들이 끽연할 수 있는 장소는 크게 줄었다. 흡연량이 낮아지면서 담배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담뱃세 인상 논란도 KT&G에 큰 악재로 작용했다. 경기 영향을 타지 않던 KT&G 주가도 흡연 규제에서는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KT&G 주가는 지난해 8만원대를 유지하다 올해 7만원대로 떨어졌다.
한편 KT&G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한 8960억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연속 마이너스다. 1분기 영업이익은 2488억원으로 지난 4분기 대비 675억원 올랐으나 3분기보다는 682억원 줄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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