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1949년 영풍기업사로 산업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영풍그룹이 23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29위(자산총액 9조9000억원)로 껑충 뛰어 올랐다. 지난해 8조7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면서 33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4단계 더 올라서며 20위권에 진입했다.
이처럼 영풍은 성장세를 타며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이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소위 '일감몰아주기'로 불리는 오너 일가 지분율이 30%를 넘는 계열사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비난이 여전히 뒤따르고 있어서다. 최근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영풍의 입장은 더욱 곤란해졌다.

사실 영풍은 지난해 일감몰아주기가 줄었다. 기업경영 평가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해 일감몰아주기가 전년보다 57.5%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내부거래로 인한 그룹 매출액은 6350억원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풍의 일감몰아주기 감소를 놓고 '오너 흔적 지우기'라는 편법을 썼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는 계열사들의 지분을 잇달아 처분하는 방법으로 사거리에서 벗어난데 따른 평가다.

오너의 흔적을 지운 경우는 계열사인 케이지인터내셔날과 케이지그린텍, 엑스메텍 등이 꼽힌다.

도매 및 상품중개업체인 케이지인터내셔날은 당초 장형진 영풍 회장의 장남 세준씨와 차남 세환씨가 각각 16.67%(3만주)씩 총 33.34%(6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케이지인터내셔날의 2011년 매출은 229억원이었고 매출의 절반 이상이 계열사인 고려아연 및 ㈜영풍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으로 분류되자 케이지인터내셔날은 지난 1월 계열사인 서린상사에 합병됐다. 합병비율에 따라 세준·세환씨는 각각 서린상사 지분 0.55%(1694주)를 갖게 되면서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다.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체인 엑스메텍도 일감몰아주기 기업으로 거론됐으나 과세대상에서 빗겨나갔다. 엑스메텍은 세준씨와 세환씨, 외동딸 혜선씨가 각각 11%(4만4000주)씩 총 34%(13만6000주)를 보유하고 있다가 2011년 9월 지분 전량을 ㈜영풍에 팔았다. 2011년 매출 355억원 중 94억원(28%)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비롯됐다.

에너지시설업체인 케이지그린텍도 유사한 경우다. 세환씨와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동생 최창규 고려아연 부회장이 각각 10%(8000주)씩 총 20%(1만6000주) 지분을 갖고 있었고 2011년 매출 27억원은 전부 고려아연에서 나왔다. 이에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세환씨와 최 부회장으로부터 지분 전량을 모두 매입하면서 케이지그린텍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처럼 영풍은 지난해 일감몰아주기가 감소하긴 했으나 '오너 흔적 지우기'라는 편법으로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빠져 나갔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자체만으로 일감몰아주기가 줄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풀이한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지난해 시작된 경제민주화 흐름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에서 일감몰아주기 금액이 줄었다"며 "하지만 이는 일종의 눈속임일 뿐이고 오너 일가의 사익과 관련된 실질적인 일감몰아주기가 감소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