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이 캔버스 안에서 안료의 한계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익숙하던 기존 '미술재료'의 틀을 깬 재료의 확장은 혁명에 가까울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와 조형적 의미를 품고 현대미술에 침투했다.
작품을 이루는 다양한 매체는 곧 예술가들로 하여금 다양한 실험을 하게 했고, 유머러스하거나 동시대의 환경을 반영하듯 트렌디하거나, 센세이셔널한 모습으로 이목을 끌어왔다.
회화로서의 테크닉을 평가하는 잣대보다 감각적인 아이디어와 작품이 내포하는 담론이 주요한 예술적 평가의 기준이 되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재료는 때론 테크닉을 능가하는 시선을 끌기도 한다.
◆다양하게 확장되는 작품의 재료
특별한 재료로 한때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대표적인 작품은 미술계의 악동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다. 2007년 8601개의 다이아몬드가 둘러싸고 실제 사람의 치아가 부착된 해골은 당시의 아이콘이 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다이아몬드'라는 호화재료와 '데미안 허스트'라는 스타 아티스트 브랜드가 만난 수백억원대의 이 작품은 천문학적 가격으로 큰 이슈가 됐다.
삶과 죽음의 명료한 메시지가 담긴 '신의 사랑을 위하여' 외에도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근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은 당시 찰스 사치가 컬렉션해 데미안 허스트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또한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주목받았던 'Mother and child'는 실제 소의 잘라진 단면을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근 작품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극단적인 냉소와 생명의 유약함을 드러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한국의 설치미술가 이불도 생물을 오브제로 사용한 작품을 선보인 작가다. 이불은 1997년 뉴욕 현대미술관 전시에서 날생선을 알록달록한 시퀸 등으로 장식하고 바느질한 작품 '화엄'을 선보였는데, 전시가 진행되면서 부패하기 시작한 생선의 냄새 때문에 작품이 철거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일방적으로 작품을 철거당해야 했던 상황에서 작가가 대형미술관에 용기 있게 맞섰던 일화는 잘 알려져 있다.
데미안 허스트와 같이 '프리즈'(Freeze)전을 시작으로 세계미술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YBA(Young British Artists)의 크리스 오필리 역시 특별한 재료로 논란을 낳았다. 크리스 오필리의 작품 '성모마리아'는 성스러운 아름다움으로 숭고한 종교적 이미지를 가진 성모마리아를 흑인으로 표현한 것에 그치지 않고, 마리아의 가슴에 코끼리 똥을 얹은 데다 작품 배경에는 포르노에서 오려낸 듯한 여성의 음부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신성모독과 예술의 첨예한 경계 속에 전시 당시 뉴욕시장까지 개입할 정도로 큰 충격을 준 작품이지만, 실제 작가는 가톨릭 신자였다는 점이 이채로웠다.
'성모마리아'는 흑인이었던 작가가 아프리카여행 중 토템적 영감을 받은 것을 근원으로 제작됐다. 작가는 자신의 정체성, 깊은 뿌리를 토속문화에서 찾게 됐고, 배설물과 여성에서 출발하는 생명의 탄생을 주된 화두로 다뤘다. 결국 크리스 오필리의 '성모마리아'는 관객들로 하여금 사물을 바라보는 편견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듯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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