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0억원 상당의 가짜경유를 제조해 시중에 유통시킨 국내 석유정제회사 회장과 비리 공무원 등이 무더기로 검찰에 검거됐다.

22일 대전지검 천안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한웅재)는 가짜경유를 생산·판매한 혐의로 국내 용제생산석유정제회사인 A사의 회장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가짜경유 제조 및 유통업자들과 비리공무원 32명을 적발해 이중 14명을 구속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달아난 가짜경유 판매업자 등 3명은 지명수배했다.


이들이 판매한 가짜경유는 ‘용제 혼합형 가짜 경유’로 원유의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석유화학제품인 용제와 진짜 경유를 혼합하는 방법으로 제조됐다. 용제는 산업용으로 지정되기 때문에 석유제품과는 달리 유류세 및 교통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한웅재 부장검사는 “용제가 가짜경유의 원료로 사용되는 근본적 이유는 용제가 경유와 성분이 유사함에도 정상경유 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용제에 세금을 선부과하고 최종 소비자가 산업용으로 사용한 사실을 소명하는 경우 환급해 주는 방식으로 과세 제도 개선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가짜경유 생산 및 유통 과정에는 한국석유관리원·경찰관·세무공무원 등 모두 13명의 공무원 연관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수사 결과 가짜경유 유통단속 권한을 위임받은 한국석유관리원 간부 4명은 대포폰을 이용해 가짜경유 단속정보를 업자들에게 알려주는 대가로 2000만원에서 2억1000만원을 받았다.

한 경찰관은 업자의 가짜경유의 판매를 방해하는 세력을 제거해 달라는 부탁에 1400만원을 받고 청부 수사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경찰관은 도피 중인 브로커의 부탁을 받고 수배내역을 조회해주기도 했다. 세무공무원들은 업자들의 세무조사 편의를 봐주고 이들의 탈세를 눈감아 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

한국석유관리원 간부들 중에는 브로커로부터 매월 1000만원의 돈을 정기 상납 받은 사람도 있었다. 보직이 바뀐 경우 브로커를 후임자에게 인수한 경우도 포착됐다. 구속된 한국석유관리원 간부 중 한 명은 단속경찰관과 함께 가짜경유 판매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도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