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쌓이는 웨딩업계/ 21조 시장 뒤엔 '불법 그림자'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30만쌍이 부부의 연을 맺는다. 그리고 이들은 부부가 되기 위한 준비에 평균 6639만원(주거비 제외)을 사용한다. 바로 결혼비용이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예비부부들이 예식장 비용으로 평균 1722만원, 혼수·예물·예단·신혼여행에 4867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단순 계산할 경우 국내 웨딩시장은 주거비를 제외하더라도 21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결혼식을 진행하려는 외국인의 웨딩관광 특수까지 더해져 웨딩시장은 불황을 모른 채 크고 있다. 웨딩관광은 말 그대로 외국인이 웨딩촬영을 하거나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매년 웨딩관광을 목적으로 한 외국인 여행객이 늘고 있다는 게 웨딩업계의 설명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 웨딩관광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내년쯤에는 웨딩관광시장 전반적인 상황파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도 인정한 한국 웨딩시장

외국인의 웨딩관광 수요가 늘어나면서 웨딩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주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웨딩관광에 가장 적극 나서고 있는 업체는 아이웨딩, 듀오웨드, 스포앤샤웨딩 등이다.

이 중 아이웨딩은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법인사무실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웨딩관광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만 312쌍이 아이웨딩을 통해 웨딩관광을 왔으며, 올해는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업체 측은 예상했다.

웨딩관광 일정은 짧게는 2박3일에서 길게는 3박4일로 이뤄진다. 2박3일 일정의 경우 2일은 드레스 가봉과 웨딩촬영을 하고, 나머지는 관광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를 목적으로 한 웨딩관광은 예비부부 한쌍당 최소 350만원에서 최고 700만원이 든다.


여기에 비행기 티켓값과 숙박비를 더할 경우 외국인이 웨딩관광을 위해 사용하는 금액은 최소 100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웨딩관광은 웨딩산업뿐 아니라 여행업, 숙박업 등 다양한 분야가 함께 성장할 수 있어 국내 관광사업에 부가가치를 더하고 있다.

최근에는 웨딩촬영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찾는 관광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 방관에 피해자는 소비자

이렇게 웨딩시장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재해있다.
현재 국내 웨딩시장은 정확한 규모나 관련업체 수 파악이 불가능하다. 1999년 2월 웨딩산업이 신고제에서 자유업으로 전환되면서 업체들이 재무사항이나 영업실적, 사업내용을 공시할 의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차원에서 웨딩업체를 관리하는 부처는 없다. 단지 여성가족부에서 '결혼간소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웨딩산업을 들여다보고는 있으나 실질적인 시장파악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시장파악이 불가능해 업체 관리 또한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설립돼있는 '한국웨딩연합회'나 '한국웨딩문화센터', '무료결혼추진운동본부' 등은 얼핏 이름만 보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단체로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사설단체다.

웨딩업체에 대한 관리가 불가능하다보니 피해를 보는 건 소비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0~2012년) 접수된 예식장 이용 관련 소비자피해는 297건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피해가 전년대비 42.3%나 늘어났다.

피해유형을 살펴보면 계약해제 거절이 84.2%(250건)로 가장 많았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예식을 2개월 이상 남겨둔 시점에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전액 환급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계약 및 예식일이 확인된 229건 중 74.7%인 171건이 소비자가 예식일 2개월 전 계약해제를 요구했음에도 웨딩업체 측이 자체약관에 표기된 '환급불가' 조항을 이유로 계약금 환급을 거절하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부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로연 식대 과다청구, 사진촬영 및 앨범 관련 피해사례는 15.8%(47건)에 달했다.

스드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알선해주는 웨딩컨설팅업체와 관련된 피해도 2010년 37건, 2011년 45건, 2012년 43건으로 최근 3년간 총 125건이 접수됐다. 이 중 76%(95건)가 계약해제 거절과 관련된 피해였으며, 피해자의 상당수가 웨딩박람회 현장에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웨딩관련업체들이 모여 만든 사설협회들이 담합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에 대해 정부당국이 제재를 가해도 이러한 불법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SWA서울웨딩드레스협회는 예비신부들이 웨딩드레스업체를 방문해 웨딩드레스를 착용할 때 피팅비 3만원을 받으라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웨딩드레스업체들은 피팅비를 받기 시작했다. 물론 불법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사항을 파악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웨딩드레스업체들은 여전히 피팅비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예비부부들은 웨딩드레스를 한곳만 방문해 선택하지는 않는다. 3곳의 업체를 방문한다고 할 경우 총 9만원의 피팅비가 소요된다.

◆커지는 시장 늘어나는 탈루 의혹

웨딩업체들이 현금결제 선호를 넘어 강요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다. 실제 카드로 결제할 경우 웨딩관련업체들은 부가가치세 10%와 카드수수료 4%를 추가로 요구한다. 업체들이 내야할 모든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소비자에게 현금결제를 강요하고, 현금결제와 카드결제의 비용을 다르게 하는 것, 또 카드결제 시 추가요금을 받는 것은 모두 법으로 금지돼 있다. 현재 여신금융업법은 가맹점이 카드거래를 거부하거나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금으로 결제하더라도 현금영수증을 발급받는 것도 요원하다. 업체 입장에서 보면 현금영수증 역시 세금을 내야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것도 세법으로 규제한다. 국내 세법 중 가산세 상 현금영수증가맹점으로 가입해야 할 법인이 가입하지 않았거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할 경우 해당금액을 법인세로 징수하게 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웨딩업계의 현금선호는 단순히 여전법 위반보다 세금탈루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며 "현 정부가 지하자금 양성화를 중요과제로 삼고 있는데, 웨딩시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이것만 바로 잡아도 상당한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