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영미(가명)씨는 새해를 맞아 '올해는 꼭 결혼자금을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직장생활 3년차인 김씨는 모아놓은 자금은커녕 학자금 대출도 갚지 못한 상태. 그의 새해 첫 목표는 가계부 달인되기. 매년 가계부를 쓰겠다고 다짐했지만 작심삼일로 수해를 넘긴 그였다. 가계부 작성을 위해 책상 앞에 앉은 그는 이번에도 막막함을 느낀다. 머리를 짜내봤지만 오늘 오후 회사 앞에서 먹었던 주전부리 가격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아서다. 가격을 어림잡아 공란을 메꾸고 가계부 작성을 마치려는데 이번엔 잔액이 맞지 않는다. 답답함이 더해진 그는 또다시 가계부를 덮고 만다.
'알뜰살림의 시작은 가계부 작성부터'라는 말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김씨처럼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계부 작성이 어렵고 힘든 일은 아니지만 귀찮고 번거롭다고 여기기 때문. 이에 가계부 잘 쓰는 방법을 재테크 전문가 3인에게 들어봤다.
◆가계부 스트레스 '내려놓기'
재테크전문가들이 말하는 '가계부 잘 쓰는 방법'은 3단계로 요약된다. 가계부를 '작성'하는 1단계와 '반성'하는 2단계를 거쳐 '예산'을 세우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 흔히 가계부를 쓴다고 하면 기록하는 단계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가계부를 쓰는 주된 이유는 합리적 소비지출을 위함인데 첫 단계에서 그치니 소비가 나아지지 않고 원래의 목적을 잃게 되는 것이다.
가계부 작성 시 유념해야 할 점은 가계부 기록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천 행복재무설계 대표는 "가계부 작성단계에서 강박관념을 버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가계부 작성이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잘못된 소비지출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기록만 하는 가계부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푼돈까지 기록 한다는데 집착하지 말고 소비흐름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둬 가계부를 작성하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종호 에듀머니 본부장 또한 "쉽게 쓰는 가계부가 작심삼일이 되지 않는 비법"이라고 전했다. 박 본부장은 "가계부를 100% 완벽하게 쓰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수증을 활용하는 것도 가계부를 쉽게 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마트에서 장을 보고 품목별로 세세하게 구분해 작성할 필요가 없다. 영수증에 날짜와 구매처만 기록해도 된다는 것. 박 본부장은 "이렇게만 해도 자신의 소비흐름을 읽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 가계부 핵심은 '반성'과 '실천'
가계부 기록을 토대로 자신의 소비패턴을 파악했다면 '반성'을 통한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이것이 가계부 잘 쓰는 방법의 핵심단계다.
'부자들의 가계부' 저자인 박종기 머니앤리치스 대표는 우선순위로 소비지출을 평가하는 ABC 작성법을 제시했다. 먼저 '반드시 필요한 소비'(A), '필요한 소비'(B), '있으면 좋은 소비와 없어도 될 소비'(C) 항목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예컨대 A항목은 의식주와 관련된 지출이고, B항목은 교육비나 자기계발비 등이다. 마지막으로 C항목은 외식, 연체료 등 얼마든지 없앨 수 있는 소비를 말한다.
우선순위 기준을 세웠다면 지출 품목별로 A, B, C로 나눠 체크한 후 각 항목별 총액을 계산해본다. 박 대표는 "ABC 작성법 활용 시 본인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같은 방법으로 최소 두달만 가계부를 작성해보면 가계에 적합한 생활비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출관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호 에듀머니 본부장은 "가계부 작성 후 양적인 평가와 질적인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적인 평가를 위해 영수증을 활용한 만족도 평가방법을 제안했다. 박 본부장은 "영수증에 간단히 소비만족도를 동그라미, 세모, 엑스 등으로 표기하면 새는 돈을 막을 수 있다"며 "돈을 아끼려는 부담감보다는 대체소비를 한다는 개념으로 평가하고 지출을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선 두 단계를 거쳐 자신의 소비패턴을 파악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구분했다면 마지막은 계획적인 소비실천의 단계다. 자신의 예산 범위 내에서 소비처를 계획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주택 구입, 자녀 대학 진학 및 유학, 미래 노후자금 등 재테크의 기간별 목표와 금액의 규모를 정하고 이에 따른 저축 계획을 세운다. 장기적인 저축 및 지출 규모도 이에 따라 조정하면 된다.
이천 대표는 "재테크의 기본은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닌 잘 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돈을 아끼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시대는 지나갔다. 가계부 작성은 합리적인 소비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할 뿐"이라며 자신의 상황에 맞는 예산과 계획소비가 재테크의 달인이 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수기가계부 vs PC·모바일 가계부
가계부 쓰기는 수기로 작성하는 방법과 PC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으므로 자신에게 맞는 것으로 선택하면 된다.
우선 수기가계부는 반성하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된다. 기록을 하다보면 뇌리에 더욱 강하게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출항목을 일일이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것이 단점이다.
반면 PC 가계부 프로그램이나 스마트폰 앱은 입금과 지출 내역이 자동으로 계산돼 편리하다. 거래은행의 계좌를 등록해둘 경우 공과금 이체내역 등도 간편하게 정리되고 도표 등을 통해 월별, 분야별 소비 패턴을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최근 PC와 연동되거나 음성으로 가계부를 작성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스마트폰 앱이 출시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자동결산에 익숙해지다보면 소비패턴 파악에 소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