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의 무더기 구속으로 홈쇼핑업계가 ‘좌불안석’이다. 옆집에서 튄 '오물'이 동네 전체 이미지를 실추시킬까봐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은 회삿돈 2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을 구속했다. 롯데홈쇼핑 본사를 이전하면서 인테리어업체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이모 방송본부장과 김모 고객지원부문장 등이 구속됐다. 납품업체에서 2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전직 MD(상품기획자) 정모씨도 구속됐다. 


지난 9일에는 재직 당시 납품업체 2곳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신모 전(前)영업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은 신씨가 받은 돈이 신헌 롯데쇼핑 대표(당시 롯데홈쇼핑 대표)에게까지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홈쇼핑업계에서 비리가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N홈쇼핑 출신 MD가 7개 납품사로부터 입점 명목으로 4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해 검찰은 홈쇼핑업계 전반에 매스를 들이댔다. 그 결과 4개 홈쇼핑사 직원, 납품업체 대표 등 27명이 로비 혐의로 기소됐다.

'비리 폭풍' 끝에 지난해 업계는 방송상품 결정과정에서 MD의 권한을 축소시키기 위해 '상품선정위원회'를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롯데홈쇼핑 MD들의 뒷돈거래로 인한 횡령·납품비리가 불거지면서 이러한 '자정의 외침'이 민망해지게 됐다. 홈쇼핑업계로서는 검찰 수사의 칼 끝이 모든 업체를 향했던 2년 전의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홈쇼핑사들은 ‘사후약방문’이 아닌 ‘유비무환’의 제스처를 택하기로 한 모양이다. 상품선정 프로세스를 다시금 단속해 바닥에 떨어진 홈쇼핑업계에 대한 신뢰를 되살려보겠다는 속내다. 특히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상위기업들이 이미지 쇄신에 적극적이다. GS샵과 CJ오쇼핑은 자사의 상품선정 프로세스의 투명성을 대외에 알리느라 분주하다.

 
◆ GS샵 “우리는 달라요”…납품비리 차단 시스템 가동
“롯데홈쇼핑 문제를 업계 전반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다수 홈쇼핑 종사자들은 중소기업을 살리고 고객 니즈에 부응한다는 사명의식으로 열심히 일한다.”

GS샵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롯데홈쇼핑 사건을 바라보는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자사는 롯데홈쇼핑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프로세스와 프로세스별 각기 다른 담당자 지정으로 특정인에 의한 상품선정·편성이 불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놨다는 것.

GS샵의 상품선정·편성 프로세스는 ▲인터넷으로 상품 제안 ▲사전 품질검증(QA팀) ▲신상품선정위원회 개최(MD, 상품지원팀, QA팀, PD팀) ▲생산현장 방문 등 상세 품질검증(QA팀) ▲거래계약서 작성(법무팀, 상품전략팀) ▲방송일정 확정(상품전략팀, 편성전략팀) ▲방송계약서 작성(상품전략팀) ▲사전심의(심의팀) ▲방송(MD, PD, 쇼핑호스트 등) 등 총 9단계로 이뤄진다.

여기서 핵심은 정례화된 신상품선정위원회다. 한 사람의 독단적 결정에 의해 상품이 선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장치를 마련했다는 설명. 상품의 최초 검토자는 상품기획자인 MD가 맡지만 최종 상품선정은 상품팀과 팀장, 부문장, 상품지원팀, QA, PD 등 다양한 유관부서 담당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신상품 선정위원회에서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하고 있다.

상품선정과 품질관리, 편성 등 홈쇼핑의 3대 프로세스를 분리해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점도 GS샵이 강조하는 바다. 3가지 업무의 담당임원이 달라 상호견제가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CJ오쇼핑 “MD에게 입점·편성 결정 권한 없어”

“이러한 비리는 홈쇼핑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유통업체들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시스템이 잘 구축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 업계의 자정노력이 많이 필요한 때다.”

CJ오쇼핑은 동종업계로서 롯데홈쇼핑 사건에 안타까운 시선을 보낸다. 자사가 앞장서서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TV방송제품을 분야별 전문인력들이 6단계에 걸쳐 선정한다는 점, MD에게 입점·편성 결정 권한을 주지 않는다는 점 등을 거듭 강조한다.

특히 협력사가 입점을 요청하고 MD가 선택하는 방식에서 MD가 시장조사를 거쳐 해당 업체에 입점을 제안하는 형태로 변화를 주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얘기다.

상품선정은 ▲담당 MD 소속팀에 의한 상품검토 회의 ▲품질검사 ▲사전 고객수요 조사 ▲제품 생산능력 및 물류역량 점검 ▲TV방송 관계자 전원이 참석하는 최종 의사결정 회의 ▲방송편성 등의 6단계로 진행된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상품선정 각 단계는 고객 수요와 기존 실적에 근거한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해 결정된다”며 “주관적 의사 개입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오픈마켓·소셜커머스는 문제 없나?

이번 사태 이후 홈쇼핑업계는 유통업계의 중요한 축으로 급부상한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도 돌아보라고 얘기한다. 이 부문에서 롯데홈쇼핑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소셜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상품입점 프로세스에서 MD의 영향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홈쇼핑만큼의 절대권력을 가지지는 않는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소셜커머스보다는 오히려 오픈마켓의 MD 권한이 강하다는 주장도 있다. 취급 상품수가 많고 비교적 덩치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오픈마켓 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커머스야말로 DM(다이렉트 메시지·우편) 상품수가 적어 상품에 대한 고객 집중도가 높다"며 "그러기에 오픈마켓보다 소셜커머스의 MD가 상품 노출에 대해 훨씬 강한 권한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오픈마켓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통신중개사업자로서, 판매자들의 상품을 내리거나 판매 중지하는 등의 권한을 가질 수 없다"고 거들었다.

한편 G마켓은 임직원이 특정 판매자에게 혜택을 주거나 부당한 요구를 해 불이익을 줄 경우 이를 신고토록 하고 있으며, 11번가는 MD의 권한 오남용 감시 등 자체 감사를 통해 윤리경영 이슈를 체크한다.

티몬은 초기 '딜 계약'(판매자의 제휴요청 검토 및 상품 소싱) 단계에서 MD의 권한이 전적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견제장치로서 MD를 관리하는 팀장을 뒀다.

쿠팡은 사내 딜 검수 전담제도를 통해 MD들이 선정한 상품을 검수하고 이를 통과한 딜만을 등록시킨다.

위메프는 MD가 딜을 선택하고 딜 진행은 팀장 확인을 받아 진행한다.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 등을 철저히 검수, 특정인에 의한 상품선정·편성을 차단한다는 설명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