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의 본질은 자산 증식이 아닌 노후된 공동주택의 성능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차정윤 한국리모델링협회 부회장.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허용이 단순히 어느 개인 투자자나 업체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최우선 강조사항이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건설업체들이 지금처럼 소극적인 태도로 시장을 방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직접 발 벗고 주민들에게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제도의 벽은 허물어졌지만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의 벽은 아직도 높기 때문이다.
◆"안전성 걱정은 금물, 기술력 뛰어나다"
“우리나라 건설업계는 굉장히 소극적이고 단기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수주산업이다 보니 눈앞의 먹거리에 우선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리모델링은 다릅니다. 연속성과 장기적인 계획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사업입니다. 우리나라 건물의 절반 이상이 리모델링 대상인데, 언제까지 ‘수주 마인드’로 기다려야 할까요. 이제는 업체들이 직접 찾아가는 애프터서비스의 개념으로 확장돼야 합니다.”
차 부회장의 이 같은 말은 그동안 업계의 숙원이던 수직증축이 허용됐음에도 불구하고 ‘관망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일부 건설사들을 향한 일침으로 해석된다. 현재 일부 건설사들은 업계의 예상과 달리 리모델링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나서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게 이들 업체의 입장.
“리모델링은 신축이라든지 재건축과는 다른 개념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반드시 재건축 수준으로 크게 일을 벌여야지만 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구조체는 가능한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부 성능만을 향상시키는 것도 리모델링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나의 사업을 통해 ‘판’을 벌려야겠다는 ‘한탕주의’가 우선 사라져야 합니다.”
실제 주요 선진국에서 실시되는 리모델링은 대규모 증축을 통해 가구면적 및 공용면적을 확장하고 건축물의 외관까지 대폭 변경하는 데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동주택의 사용기한 연장과 에너지 소비량 절감,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위한 시설 확충 등이 더 주요시 되고 있다.
최근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선박의 무리한 개조·증축에 따른 복원력 상실이 지목되면서 수직증축과 관련한 안전성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한 차 부회장의 생각은 어떨까.
“9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대부분 내진설계가 안 돼 있습니다. 일본과 달리 지진 무풍지대다 보니 문제시 하지 않았던 것이죠. 리모델링은 단순히 크기의 확장만을 꾀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진설계가 안 된 곳은 다시금 설계해서 더 튼튼한 기둥으로 떠받치면서 짓습니다. 수직증축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처음 건축할 당시에 경제성 때문에 기초, 보, 벽체 등 주요 구조부가 허술한 건물이 많습니다. 내부 구조를 2베이에서 3베이로 변경하거나 진단 결과에 따라 기초라 할 수 있는 파일 보강부터 전 구조물에 적절한 보강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오히려 더 튼튼한 건축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수직증축도 재건축 못지않게 비용이 들 수 있어 사업성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증축 방식 리모델링 비용은 재건축 비용의 80%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수직증축을 통해 비용경감을 받는다 하더라도 주민들의 사업 부담은 1억원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지상 건축물 부분만 놓고 재건축과 비교하다보니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겁니다. 지상 건축물만 비교했을 때 보통 재건축이 평당 400만원, 리모델링이 300만~350만원이 드는데요. 이렇게만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이죠. 하지만 하나의 건축물이 지어지려면 토지와 지하 토목공사부분, 지상 건축물 등 세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애초에 재건축을 고려해야 할 대상과 리모델링 고려 대상은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용 비교는 불필요한 논쟁이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한 비용 계산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환경적인 부분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고 차 부회장은 말한다. 재건축의 경우 리모델링에 비해 건설폐기물의 대량 배출로 환경부담요인이 더 많다는 것이다.
“미국은 재건축 시 폐기·처리비용에 대해 세금을 부과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시스템이 없죠. 건설업계 모두가 친환경을 외치면서 이런 부분은 쉽게 간과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잠실 주공1~5단지 재건축 당시 환경 폐기물 어디에 버렸습니까. 인천 영종도 앞바다에 그냥 버렸죠. 리모델링이 환경비용적인 측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을 내세우기 이전에 세금과 관련한 제도도 함께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세금 지원혜택 수반돼야
제도 얘기가 나온 김에 리모델링시장에 남은 숙제를 물어봤다. 수직증축이라는 커다란 산을 넘었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들에게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켜야 합니다. 현재 주민들 사이에는 ‘비싸고 불안한데 왜 해?’라는 생각이 팽배하죠. 리모델링을 잘 모르기 때문에 겁을 먹는 겁니다. 리모델링이 고려되고 있는 주요 단지가 있는 지자체는 리모델링 조례를 마련하고, 민간업체는 설계기술자들을 직접 파견해 주민설명회 같은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협회 차원에서도 이런 부분에 있어 최대한 협력을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리모델링을 촉진시키기 위한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고 한다. 현재는 규제만 완화됐을 뿐, 소비자와 업계 모두 리모델링을 적극 고려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
“LH와 SH는 현재 업체를 대상으로 새로 지을 때부터 리모델링이 용이하게 설계·공사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은 변화가 촉진효과를 낳습니다. 금융지원도 필수적입니다. 리모델링은 집을 담보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낮은 만큼 사업비에 대한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방안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3년 공사기간 동안 주민 이주 시 부과되는 세금 역시 면제 혹은 한시적 연기하는 특례법이 재정되면 더 좋겠죠.”
차 부회장은 리모델링이야 말로 무에서 유를 급속하게 창출해야 했던 과거 우리 건설업계의 성장 일변도였던 관행을 탈피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한다.
“노후화 돼가고 있는 수많은 건축물과 시설물의 이용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개선하는 것이야말로 21세기가 요구하는 환경친화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재창조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선진화된 국민주거문화를 유도해 가는 최선의 방안, 그것은 리모델링이 해답이 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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