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법개편안은 전반적으로 '뭉칫돈'이 흘러들 만큼 자산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소하면서도 다양한 세제혜택이 있어 대비 여부에 따라 가처분소득 증대 또는 감소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20~59세 근로자 : 예·적금 연내 가입
프랑스의 루이 14세 국왕 시절 콜베르 재무장관의 "세금 징수기술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2014년 세법개정안의 '거위'(?)로 20~59세 직장인을 지목한다.
내년부터 20~59세 직장인이 주로 활용하는 세금우대종합저축의 혜택이 사라진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외환·기업 등 7개 주요 시중은행에는 764만계좌 24조8000억원의 세금우대종합저축 예금이 예치돼 있다.
이주희 KB국민은행 WM사업부 과장은 "목돈이 아니더라도 저축계획이 있다면 적금 가입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며 "20~59세인 경우 올해 안에 예·적금에 가입해야 1000만원까지 세금 우대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세금우대종합저축은 별도의 상품이 아니라 1년 만기 예·적금 가입 시 1000만원까지 세금우대를 적용해주는 제도. 일반 저축에 부과되는 이자·배당소득세는 15.4%지만, 세금우대를 신청하면 9.5%만 내면 된다. 이 같은 세금우대마저 사라지면 요즘 같은 저금리시대에 직장인들이 돈을 맡길 만한 상품은 거의 없어지는 셈이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유사한 저축상품을 정비하고 저축상품 과세특례를 고령자·장애인 등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신 재형저축 같은 서민금융상품을 눈여겨보라는 조언이다.
실제 총 급여 2500만원 이하거나 중소기업에 다니는 젊은 직장인이라면 재형저축의 달라진 가입요건을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종합소득금액 1600만원 이하 사업자 등 서민층과 고졸 중소기업 재직청년(15~29세)에 대해 재형저축 의무가입기간을 7년에서 3년으로 줄여준다. 대상자라면 3년 이상만 예치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재형저축은 본래 서민(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 등)의 재산형성을 위해 지난해 3월 야심차게 도입한 상품이지만, '의무가입기간 7년 이상' 조건으로 인해 기대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체크카드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현행 30%에서 10%포인트 상향조정한다. 다만 단서조항이 까다로워 실질적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 올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전년 대비 증가한 금액에 대해서만 소득공제 추가 혜택이 주어진다.
▶무주택 서민 : 주택구입 소득공제 확대
결혼 10년차인 주부 변모씨(39)는 내년이 오는 것이 두렵다. 2년 전세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변씨는 "2년마다 쫓기듯 주거지를 옮겨야하는 처지다 보니 평생 집을 등에 지고 다니는 달팽이 신세가 부러울 정도"라고 한탄했다.
변씨처럼 집 없는 서민들의 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꺼내 든 카드가 '주택구입비 완화'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소득공제한도를 만기 15년 이상은 1800만원까지, 만기 10년 이상은 300만원까지 확대한다.
무주택 세대주라면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도 고려해볼 만하다. 내년부터 총급여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세대주 근로자에 대한 소득공제 납입한도를 연간 12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확대하기 때문이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이자율은 연 3.3%(2년 이상 기준)로 시중은행 예금보다 높아 목돈 마련 적금으로 활용도 가능하다.
월세 세입자라면 월세 소득공제를 잘 챙기면 주거비 부담을 한결 줄일 수 있다. 월세 지급액의 10%를 소득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이를테면 월 50만원씩 연간 600만원의 월세를 납부하는 사람이라면 한달 월세 이상인 6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노후대비를 위해서는 퇴직금 관련 개정안을 주목하는 것이 필수다. 핵심은 퇴직소득의 연금화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경우에 비해 세부담을 30% 경감해준다. 이주희 과장은 "지금까지는 퇴직(연)금 수령 시 일시금으로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세법 개정으로 연금계좌 가입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퇴직소득세 부담이 높은 고소득자라도 일시금으로 찾아서 다른 금융상품으로 운용하기보단 연금계좌에 넣어 30% 절감 혜택을 받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납입금 세액공제한도가 300만원 별도로 신설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기존에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산해 4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졌지만, 내년부터는 연금저축 세액공제한도 400만원에 퇴직연금 300만원이 별도로 추가된다. 연금저축과 별도로 퇴직연금에 300만원을 불입하면 연말정산 때 최대 36만원(12% 세율)을 추가로 돌려받을 수 있다.
▶중산층·자산가 : 상속증여 패키지 점검
2014년 세법 개정안에는 중산층이나 자산가를 위한 '세금 절감' 패키지도 포함됐다. 대표적인 것이 고배당 주식 소득에 대한 세금을 줄여주는 것.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고배당 주식에 한해 배당소득의 원천징수 세율을 기존 14%에서 9%로 인하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도 고배당 주식의 배당소득액에 대해 분리과세(세율 25% 적용)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이창식 우리투자증권 스마트금융부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기업 배당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운데 하위권인데 이번 세법 개정으로 외국자본의 고배당기업 투자가 늘어나면 자연히 주가상승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법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고배당 수혜주에 이미 반영된 상태여서 향후 실질적 배당 확대 여부를 지켜본 후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이 연구원은 조언했다.
중산층의 상속·증여세도 꼼꼼히 체크해볼 부분이다. 자녀가 부모에게 증여하는 경우 공제액이 현행 3000만원에서 내년부터 5000만원으로 오른다. 10년 이상 부모와 같이 산 무주택자라면 5억원 주택까지 100% 상속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령화시대 부모 봉양을 지원하고, 물가상승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6촌 이내 혈족 또는 4촌 이내 인척간 증여 시 공제상한액도 현행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상속세 과세가액이 5억원 이하인 경우 사전증여 재산에 대한 공제도 확대된다.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역PB센터 팀장은 "이번 상속·증여세 부담완화정책에 따라 그동안 세금 때문에 머뭇거린 자산가들의 증여 요청 등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속증여 공제항목이 다양하므로 요건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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