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무더위 끝자락에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가을을 알린다. 하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시원함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 복병처럼 숨어 있는 질병들 때문이다. 일교차가 10도 이상 나는 환절기에는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나 호흡기질환, 피부질환 등이 건강을 위협한다.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들은 특히나 일교차에 민감하다. 이 시기에는 '대상포진'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상포진은 통증이 가벼운 경우도 있지만 진통제가 필요할 만큼 심한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혈관질환'도 환절기 노인의 건강을 노린다. 환절기의 찬바람은 혈관을 수축시켜 고혈압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협심증, 신부전증, 심근경색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이처럼 노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환절기질환들은 합병증을 초래해 목숨까지 앗아가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떨어진 면역력을 다시 키우면 신체의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준비운동부터 정리운동까지
노인에게 운동은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편리함과 피로회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젊은 사람과 달리 노인들은 각자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 인체의 생리적 기능은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기 마련인데 체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마음만 앞서 계획없이 운동을 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어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에 계절에 따른 온도변화가 심하다. 더운 날에는 낮보다 새벽에 운동하는 것이 좋고, 싸늘한 날에는 낮이 좋다. 뿐만 아니라 노인들은 뼈의 밀도가 감소하고 근육이 위축돼 외상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따라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자신의 신체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만약 컨디션이 나쁘거나 감기에 걸렸다면 그날은 운동을 삼가는 게 좋다.
또한 운동 전 충분히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을 마친 뒤에는 정리운동을 하는 것도 빼먹어서는 안된다. 운동이 끝났다고 바로 중지하면 현기증이나 저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노인 운동의 경우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노인의 면역력 향상을 돕는 데 효과적인 운동은 어떤 것일까.
◆최고의 보약은 '걷기운동'
현대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걷는 것은 인간에게 최고의 보약"이라고 말했다. 걷기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인 운동법이다. 노인에게 고강도 근력운동이나 유산소운동은 애초에 무리가 있다. 걷기운동이야말로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을 함께 할 수 있는 노인맞춤형 운동이다. 노인들은 꾸준한 걷기운동을 통해 탄수화물과 지방을 산화시키고 식욕과 소화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또 심장과 폐, 근육의 기능을 높여 노인성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조건 걷는다고 좋은 운동일까. 아니다. 걷기운동은 '바른 자세'로 걷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잘못된 자세로 걷기운동을 지속하면 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 등 족부질환이나 연골연화증과 같은 무릎질환이 생길 수 있다. 관절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은 오히려 병세가 악화될 수도 있다.
걷기운동에서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할 부분은 허리를 숙이고 땅을 보며 걸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이 같은 자세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걷기운동을 할 때는 10~15m 전방을 주시하고 턱은 몸쪽으로 약간 당기며 가슴을 과도하게 내밀지 않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또한 등을 바로 펴 배의 근육을 등쪽으로 당기고 팔은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들어준다. 보폭은 너무 크지 않고 짧게 걸어야 한다. 무릎을 지나치게 곧게 펴거나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어져서는 안된다.
노인들은 면역력이 약해 호흡기 및 근골격계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1회 운동시간은 1시간을 넘기지 않고 일주일에 4회 이상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먼저 자신의 신체 상태에 따라 적당한 주기와 강도를 정해야 한다. 또한 운동 전 5~10분 정도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운동 후에도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걷기운동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쉽게 생각하면 곤란하다.
◆잘못된 운동법과 주의사항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운동법도 있다. 약수터나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에 등을 계속 부딪치는 동작이다. 나무에 등을 부딪치는 동작이 척추 주변 근육을 자극해 마사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의학적으로 증명된 효과는 없다.
그럼에도 '자세가 교정된다', '시원하다'는 이유로 많은 노인이 이 운동을 하고 있다. 이 운동을 하면 일시적으로 허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 수는 있다. 하지만 심할 경우 척추가 손상될 수 있는 위험한 동작이다. 특히 골다공증, 척추측만증, 협착증, 디스크 등의 질환이 있다면 절대 피해야 하는 운동이다. 만약 마사지 효과를 보고 싶다면 등치기 운동보다는 따뜻한 찜질을 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등산을 하고 내려올 때도 주의해야 한다. 건강관리를 위해 산에 올랐지만 내려오는 과정에서 걸음이 빨라지면 낙상하거나 발을 헛디뎌 부상을 입을 수 있어서다. 하산을 할 때는 평지에서 걸을 때보다 발목과 무릎에 3배 이상의 하중이 실린다. 따라서 뒤꿈치를 들고 부드럽게 지면에 발을 디뎌 하중이 직접 대퇴부 고관절에 전달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체중감량을 위한 운동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60세 전후로 나타나는 체지방 증가와 근육량 감소는 비만,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은 대사성 증후군 발병률을 높인다. 특히 과체중 감량을 위한 운동의 경우에는 관절의 퇴행을 부추기고 잦은 부상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게다가 무턱대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다.
장기언 강남성심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노인들에게는 관절의 통증이나 염증이 잘 생긴다"며 "운동 중 다치기 쉬운 손목과 팔꿈치, 허리와 옆구리 중심으로 충분한 스트레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올바른 걷기운동 방법
▲상체를 똑바로 펴고 바른 자세로 서서 몸에 힘을 뺀다.
▲시선은 바닥을 보지 말고 정면을 보면서 걷는다.
▲팔은 90도 정도 구부려 팔 동작과 다리 동작이 반대가 되도록 한다.
▲발걸음은 발뒤꿈치-발중앙-앞꿈치의 순으로 내딛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