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를 연구하는 전문연구소와 각계각층의 트렌드분석가들은 유행할 항목을 찾기 전 그 유행을 주도하고 사용하는 '사람'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특히 소비자의 생활·문화·소비패턴을 포착하면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무궁무진하다고 조언한다. 2015년 청양의 해를 사는 사람들의 달라진 모습과 그에 따른 비즈니스의 변화를 전망했다.
◆지우고 싶은 사람들
"홈페이지가 사라졌는데 제 이름을 검색하면 과거 쓴 글이 남아있더라고요. 이거 삭제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누구나 지우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하지만 '쓸데없이' 발전한 IT는 우리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까지 저장하며 때때로 우리의 밤잠을 설치게 한다. 특히 최근에는 별생각 없이 온라인에 올린 '몸캠'이 피싱과 협박으로 되돌아오면서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에 저장된 지울 수 없는 흔적 때문에 거침없이 하이킥(?)해본 이들을 위해 디지털장의사나 디지털세탁소가 생겼다. 해외에서는 '잊힐 권리'가 법제화되면서 이미 보편화된 비즈니스지만 국내에선 아직 신사업군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잊힐 권리를 법제화할 가능성이 높음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해당 비즈니스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국내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세탁소업체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는 일반 개인회원을 대상으로 50만~300만원의 비용을 받고 민감한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삭제해준다. 또한 최근 모바일메신저의 검열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후에 지울 수 있는 방법을 넘어 애초에 흔적 자체를 남기지 않는 메신저로의 이동도 급증했다. 이른바 '탈 카카오톡'현상으로 스냅챗과 텔레그램이 유명세를 탔다.
◆뽐내고 싶은 사람들
지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뽐내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기 마련.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각자의 계정을 가진 온라인 속의 자아가 현실 속의 나를 표현하는 다양한 사진들을 하루에도 수십여개씩 쏟아낸다.
이처럼 뽐내고 싶은 욕망은 SNS의 발달과 함께 셀 수 없는 트렌드를 양산했다. 지난해만 해도 '마이보틀', '셀카봉', '허니버터칩', '벌집 아이스크림' 등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이를 바탕으로 오프라인에서 성공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트렌드분석가로 통하는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올해에도 SNS를 통한 소비와 비즈니스가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소장은 <라이프트렌드 2015: 가면을 쓴 사람들>을 통해 "일상의 숱한 가면과 가식, 위선에 얽힌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낼 새로운 욕망과 소비, 사회문화적 변화가 크게 부각될 것"이라며 "욕망을 잘 자극하는 것이 소비트렌드에서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능력 많은 사람들
한달에 월급을 13번 받는 남자가 있다. TV 출연으로 유명세를 떨친 박용후씨(49)는 카카오톡 커뮤니케이션 홍보이사, 선데이토즈 커뮤니케이션 총괄이사 등 갖고 있는 회사의 직함만 10개가 넘는다. 박씨는 '관점디자이너'라는 직함으로 고정된 사무실 없이 여러 곳을 이동하며 일한다. 자신의 재능을 여러 곳으로 분산해 일을 처리하는 새로운 개념의 방식으로 기존의 투잡, 쓰리잡과는 다르다.
박씨처럼 어떤 특정한 조직에 속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프로젝트에 자신의 재능을 분산 투입하고 일시적 혹은 정기적으로 수입을 올리는 일자리를 'N분의 1 잡(JOB)'이라고 한다. 이전까지 노동시장의 주체가 기업이었다면 앞으로는 개인의 재능·시간·경험 등으로 영향력이 차츰 이동한다는 것.
한국트렌드연구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핫 트렌드로 'N분의 1 잡'을 주목했다. 연구소 측은 "재능을 가진 개인은 한사람이지만 이 개인은 시공간을 초월해 동시에 N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며 "사회·경제·문화적 환경이 점점 개방되고 개인의 욕망도 점점 복잡하게 다양화되면서 올해에는 더 많은 산업분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쉬고 싶은 사람들
지난해 10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이색대회가 열렸다. '멍' 때리는 사람들 중 일인자를 뽑아 소정의 상품을 제공하는 '제1회 멍 때리기 대회'가 그것이다. 나이·성별·직업을 불문하고 멍 때리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1시간 동안 그야말로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대회가 진행됐다. 이 이색대회의 주최 측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해주자는 취지"라고 개최의도를 밝혔다.
올해에도 바쁜 현대인에게 쉼을 제공하는 '힐링'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문을 연 카페 중에는 대화를 금지하는 카페와 짧은 시간 동안 낮잠을 잘 수 있는 수면 카페가 인기몰이 중이다. 신도림 디큐브시티에 위치한 C카페는 대화가 전면 금지된 카페로 유명하다.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일이나 공부를 하고싶은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잠이 부족한 직장인을 위해 카페 내부에 '해먹'(그물침대)을 설치한 수면카페도 등장했다. 사무실이 즐비한 종로·강남 등에 주로 위치한 수면카페는 점심시간 동안 휴식을 즐기려는 직장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은 "갓난아기든 노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인간의 욕구와 니즈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는 진화한다"며 "이 같은 변화를 섬세하게 알아채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소장은 이어 "트렌드를 읽으면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생길 것"이라며 "난무하는 트렌드 속에서 사람들의 변화를 알아채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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