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0%로 인하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종전 연 1.7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려 '1%대 기준금리 시대'를 연 이래 3개월 만의 추가 인하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금융위기인 2009년 2월의 연 2.00%보다 0.5%포인트나 낮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 금리 인하는 수출 감소세가 뚜렷한데다 내수마저 흔들리자 ‘경제 직격탄’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마지막 금리인하?…연내 1.5% 동결 가능성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 조치에 대해 ‘전격적’이라 쓰고 ‘마지막’이라고 읽었다. 거듭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가 미지수여서 괜히 가계부채 확대 등 유동성 버블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메리스 긴급 처방전에, 가계부채병(病)만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모두발언에서 이례적으로 정책당국의 구조개선 및 가계부채 대응 노력을 촉구한 것도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둔다.
유선웅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의 실효성이 낮음을 인식함에도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며 “할 수 있는 조치를 다한 것”고 분석했다. 이로써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시각이다. 가계 부채 부담과 예고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금융 불안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은 종료된 것이라는 풀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구조개혁과 가계부채 관리 강조로 추가 금리인하 기대 크게 희석됐다”고 설명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역시 “기준금리는 연내 1.50%로 동결을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자칫 하반기 자산시장 회복으로 시중 과잉 유동성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이다.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전월 대비 10조1000억원 늘어난 765조2000억원. 부동산 규제완화와 저금리 영향으로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7월부터 매월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대는 높지 않지만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메르스 공포로 내수위축이 장기화된다면 6월 금리인하가 마지막이 아닐 수 있다는 시각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가계 출구 전략… 대출자는 장기 고정금리로, 세입자는 '매물 선점'
전격적 금리인하는 금융소비자들에게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안산금융센터 지점장은 “대출 금리를 낮은 금리로 고정시킬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최근 고정금리 대출도 최저 2%대로 내려간 만큼 금리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지점장은 “1~2년 내 단기대출을 쓸 계획이라면 굳이 고정금리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겠지만 5년 이상의 중장기대출은 고정금리형을 쓰는 게 합리적”이라며 “앞으로도 저금리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는 변곡점이 생기면 그 진폭이 상당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 역시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는 내년 상반기 이후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높은 수준의 변동금리로 받은 대출이 있거나 신규 대출 계획이 있다면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실제 대출상품에 반영되는 시점에 장기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는 부동산 매매시장에도 희소식이다. 넘쳐나는 시중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입자들에게는 혹독한 시기가 될 수 있다. 전세난이 가중되고 월세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기준금리 1.50%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은행에 돈을 넣어봐야 이자소득세 등 떼고 나면 남는 게 얻는 수준으로, 월세 전환이 빨라지고 전세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까지 입주 물량이 적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전세난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하반기 수도권의 전세난이 극심할 수 있다”며 “입주물량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만기 전이라도 계약을 추진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만기 전 이사 시 세입자가 지불해야 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등을 따지기보다 매물을 선점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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