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에서는 중국이, 서쪽에서는 그리스가 난리다. 세계 금융시장의 축을 이루는 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국내증시에 대한 불안감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다행히 전문가들은 그리스와 중국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바닥 찾으면 소비주 중심 ‘수혜


최근 중국장세는 롤러코스터보다 아찔하다. 지난달 12일 상하이종합지수는 5166.35를 기록하며 연초부터 56%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주가는 불과 9거래일 만에 1000포인트가량 빠지며 투자자를 놀라게 했다. 특히 지난달 26일에는 하루새 상하이 증시가 7.4% 급락하고 선전지수는 8% 넘게 떨어지는 등 이른바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로 불리는 대폭락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전체 상장회사 2500여개 중 1700개가 하한가를 기록했다.

중국증시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이유는 증권당국이 신용거래 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증권 규제당국인 증권감독위원회(CSRC·증감위)는 지난달 12일 증시과열 억제를 위해 마진 트레이딩과 공매도 규모를 순자본의 4배 이하로 제한하는 법적 장치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중국증시의 신용거래(마진거래) 규모는 2조2100억위안(한화 약 400조원)이다. 신용거래란 투자자들이 일정 수준의 증거금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추가 자금을 대출받아 주식을 사는 방식을 말한다. 다만 주가가 하락해 담보주식의 가치가 떨어질 경우 일정 기한 내에 추가 증거금을 예치하지 않으면 증권사는 담보주식을 반대매매한다. 증감위의 마진거래 제한 발표는 투심을 위축시켜 지수의 하락을 이끌었고 주가의 하락은 반대매매를 불러 추가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베어링자산운용은 “짧은 기간 동안 폭등한 중국 본토시장에는 분명히 투기세력의 영향이 있었다”며 “중국정부는 이미 이러한 인식 아래 앞으로 더욱 강도 높은 감독 및 관리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지투데이

특히 마진거래 규제가 최근 다수의 기업공개(IPO)로 유동성이 위축됐을 때 발표됐다는 점도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국은 지난달 초 기준 본토와 홍콩 증시에서 IPO를 통해 약 920억달러를 모으며 미국(150억달러)을 제치고 세계 IPO 규모 1위를 기록했다. 증감위는 최근 중국증시의 위축 원인인 IPO시장을 한시적으로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정부는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와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면서 경기부양 의지를 공고히 했다.
중국 기준금리 인하는 단기적으로 국내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책의도가 증시 및 경기하강 방어에 초점이 맞춰졌음을 감안하면 이로 인한 실질수요 창출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과거 중국통화 완화→대출증가 및 설비투자 확대→한국 기업수혜의 선순환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증시가 과열해소 및 차익매물 소화구간을 지나며 바닥을 찾으면 국내증시 역시 투자심리가 완화될 것”이라며 “메르스 사태 역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그동안 중국관광객 감소로 우려가 커지던 중국 소비수혜주를 중심으로 반등세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리스, 충격 크지 않다


지난 5일(현지시간) 채권단의 제안에 따라 긴축을 할지 여부를 묻는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 예상과 다르게 반대가 61.3%로 찬성(38.7%)을 22.6%포인트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투표 이전에 긴축 찬성안이 앞설 것이란 일반적인 관측을 뒤집은 결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단기적인 변동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그리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15억유로가량의 채무를 갚지 못해 ‘연체’ 상황에 빠졌다. 사실상 채무불이행(디폴트)인 셈이다. 다만 그리스의 디폴트는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더 이상 연장되지 않으며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협의체인 유로그룹은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현재 그리스의 국가부채 규모는 원금만 총 2998억유로다. 세부적으로 보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대한 채무가 1967억유로로 전체의 65%에 달한다. 이에 비하면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은 각각 205억유로(5%), 821억유로(27%)로 비중이 낮다.

그럼에도 IMF와 ECB의 채권이 부각되는 이유는 EFSF의 채권은 오는 2020년부터 2055년까지 장기 분할상환이 가능한 반면 IMF와 ECB의 채권은 오는 2020년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ECB의 채무 35억유로(약 4조4000억원)를 갚지 못하면 그리스는 명백한 디폴트 상황에 빠지고 유동성 지원도 더는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이 같은 그리스의 상황이 다른 유로존 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은행들의 그리스에 대한 외화대출금, 유가증권, 지급보증 등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342억달러(36조9000억원)로 지난 2010년말 1284억달러(138조7000억원)의 26%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리스가 IMF의 채무상환에 실패한 다음날인 지난 1일 미국증시는 3대지수 모두 강보합세를 보였다. 국내증시도 마찬가지로 오히려 2100선을 돌파하는 등 반등에 성공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그리스가 기술적 디폴트 상태에 빠졌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가 아닌 데다 이미 구축된 유로존의 방화벽(LTRO, ESM, QE 등)으로 기타 국가로의 확산 우려는 제한적”이라며 “글로벌증시는 차츰 그리스 악재에 대한 내성을 강화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그리스의 불확실성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는 11억8000만달러(한화 1조3284억원)가량이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회사 전체 익스포저의 1.3% 수준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렉시트(Grexit)가 현실화되더라도 국내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심리적 요인에서 야기되는 증시 변동성은 단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