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시 공군3훈련비행단에서 이륙 중인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시제기. /사진=뉴시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한화의 KAI 지분 확대와 경영 참여에 반발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 불허를 촉구했다. 한화가 KAI의 주요 공급업체인 동시에 우주사업에서는 경쟁 관계에 있는 만큼 경영 참여가 허용될 경우 이해상충과 경쟁 제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KAI 노조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항공에서는 공급업체, 우주에서는 경쟁업체인 한화의 KAI 경영참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KAI 주식을 다시 매입하기 시작해 지난 10일 기준 지분 15.89%를 확보했다. 지분 보유 목적도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상장회사 지분 15% 이상을 취득하면서 공정위 기업결합 신고·심사 대상이 됐다.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한화와 KAI 간 공급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해상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에 T-50 계열 엔진을 공급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KF-21 최초양산 부품 17종에 대해 4731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시스템도 LAH 항공전자장비와 KF-21 임무컴퓨터·다기능시현기·IRST 등 주요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노조는 한화가 KAI의 주요 주주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KAI가 가격과 성능, 기술력을 기준으로 공급업체를 독립적으로 선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한화 계열사 제품이 우선 채택되거나 경쟁 부품업체의 사업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도 공정위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우주사업에서의 경쟁관계도 문제로 지목했다. 노조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23년 5월 KAI와 670억원 규모의 초소형위성체계 SAR 검증위성 K 모델 개발계약을, 같은 날 한화시스템과 678억7000만원 규모의 H 모델 개발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노조는 한화시스템이 올해 2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K 모델과 H 모델이 경쟁하고 있으며 자사는 H 모델이라고 설명한 점을 근거로 양사가 실제 경쟁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화가 KAI 경영에 참여할 경우 입찰가격과 목표가격, 사업 원가, 기술개발 전략, 협력업체 및 컨소시엄 구성, 연구개발 투자계획 등 경쟁업체에 공개돼서는 안 되는 핵심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한화 중심으로 공급망이 재편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KAI가 특정 부품기업의 계열사가 아닌 체계종합기업인 만큼 국내외 업체의 기술·가격·성능을 비교해 장비와 협력업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화의 경영 영향력이 확대되면 한화 계열사 제품과 기술이 우선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KAI뿐 아니라 국내 항공우주·방산 협력업체들의 경쟁 기회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앞서 공정위가 2023년 한화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기업결합 과정에서 공급관계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를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부과한 사례도 들었다. 당시 공정위는 경쟁 조선업체에 대한 함정부품 견적가격 차별과 경쟁사업자의 영업비밀이 한화 계열사로 전달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노조는 2026년에도 관련 경쟁 제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시정조치 이행기간이 3년 연장됐다며 KAI와 한화의 기업결합은 더욱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AI 노조는 "항공·우주산업은 국가가 막대한 예산과 장기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형성한 전략산업"이라며 "한번 독립적인 경쟁구조가 훼손되면 새로운 경쟁사업자가 이를 대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에 KAI와 한화의 기업결합을 불허할 것을 촉구하면서 "만약 승인 또는 조건부 승인시 노동조합은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