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의 사후 50주기를 맞아 그의 외손녀 소설가 최일옥이 외조부의 평전(評傳)을 엮어 출판했다. (<살아서는 고전, 죽어서는 역사> 고급양장본 352p 2만원 크로바)
춘곡 고희동은 우리나라에 최초로 서양화를 도입했으며, 일제 강점기인 1918년 서화협회를 창설하고, 우리 작가들을 위한 최초의 미술전람회인 《서화협회전》을 시작한 인물이다.

조선총독부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서둘러 《선전》을 개최해 《협전》을 압박했다. 그러나 춘곡은 총독부의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협전》을 19회나 이어갔다.


춘곡을 외조부로 둔 작가 최일옥은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한 권을 쓰리라 마음먹은 뒤 드디어 실천에 옮겼다. 그러나 소설가는 허구(虛構)의 주인공을 창조하고, 그 주변 인물들로 이야기를 엮어간다는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작가 최일옥은 핏줄로 이어진 선대(先代) 어른의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엮을 때에는 그 객관성을 유지하기가 적잖이 어렵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이 소설에는 일단 스토리가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19세기 말에 태어나 조선의 멸망을 몸소 겪고, 20세기 중반에 돌아가신 그분의 인생 역정을 사실에 근거하여 들려줄 윗대의 어른이 단 한 분도 살아계시지 않고, 최일옥이 기억하는 모든 일들이 6.25 이후이고 보면 더더욱 그 분을 객관적으로 그릴 수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저자 최일옥은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며 머리 숙여 이 책을 세상에 내어 놓으며 감출 수 없는 욕심 하나를 다음과 같이 조심스레 피력한다.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만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춘곡이 우리나라 화단을 위해 일구어 놓은 업적은 지대하다. 역사라는 디딤돌을 올바로 알지 못하고는 현재도 미래도 공고할 수가 없다. 춘곡을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하는 후학(後學)이 더욱 많아져 그를 올바로 평가하는 논문과 글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누군가 춘곡, 고희동을 일러 “살아서는 고전(古典), 죽어서는 역사(歷史)”라 말했다. 작가 최일옥의 바람처럼 이 평전이 ‘고전이며 역사’였던 한 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그를 올바로 평가하는 논문과 글들이 많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