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차미연. 대학로에선 <빨래>의 히로인으로 이름깨나 날렸다. 그런 그가 6년 만에 다시 일본무대에 선다. 이례적으로 일본 현지극단의 캐스팅을 받아 뮤지컬 <파랑새>에 출연한다. 소식을 듣자마자 기자는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인 차미연을 만났다.

감격적인 캐스팅 제의에 차미연은 배우의 길을 걷기로 다짐한 '그 순간'이 떠올랐다고 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열창하는 조승우의 모습을 보고 뮤지컬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고 2007년 대학 졸업 후 일본의 뮤지컬 극단 '사계'에 입단해 무대인생의 꿈을 이뤘다.

/사진=임한별 기자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에도 성악을 하려는 친구들은 유학을 떠났어요. 저는 유학을 꼭 가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노래는 계속 부르고 싶었죠. 고민이 많던 시기였어요. 그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본 겁니다.”
그렇게 일본무대로 데뷔한 차미연은 3년 동안 ‘사계’에서 활동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뮤지컬 <빨래>에서 주인공 ‘나영’ 역으로 4년간 열연했다. 요즘엔 뮤지컬 <당신만이>에서 ‘강은지’ 역을 맡았다.


◆ 한국에서 일본으로 캐스팅되다

2011년 9차부터 12차 공연까지 <빨래>의 히로인이었던 차미연은 공연을 마친 어느 날 일본의 뮤지컬 극단 ‘아오이토리’ 관계자로부터 현지 가족뮤지컬 <파랑새>의 출연제의를 받았다.

“정말 감사하고 감격스러웠어요. 그날 ‘아오이토리’ 대표와 연출하시는 분이 와서 <빨래>를 관람했는데 저를 눈여겨 봤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일본 뮤지컬시장은 규모면에서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극단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배우도 많아 한국배우가 일본극단에 직접 캐스팅 제의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차미연이 캐스팅된 데에는 노래와 연기 실력뿐만 아니라 유창한 일본어 구사능력도 한몫 했다. 일본 ‘사계’에서 활동하던 시절 일본말을 유창하게 익힌 덕분이다.

“한국과 일본의 뮤지컬 관계자들이 만날 때 제가 통역을 몇번 했는데 그걸 보고 뮤지컬 배우로 충분하다고 판단하신 거 같아요.”

/사진=머니위크DB

◆ 뮤지컬 배우에게 일본은?
일본은 극단을 중심으로 작품이 열리고 극단을 통해 대부분의 캐스팅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췄다. 극단이 나서서 작품을 들여오다 보니 한국보다 작품 수입도 빠른 편이다.

그만큼 뮤지컬 배우에게 일본은 성장의 문을 활짝 열어둔 곳이다. 뮤지컬 <위키드>의 경우 한국에서 2012년 초연했지만 일본은 이미 7~8년 전에 공연했다. 그만큼 공연작품이 다양하고 극장도 많아 한국 배우들에게는 부러운 환경이다.

“이번 일본행을 계기로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합니다. 예전처럼 ‘사계’ 같은 대형 극단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작은 규모의 극단에서 열연하며 관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요.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제 동료들도 일본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더러 생겼으면 좋겠어요.”

일본 연극계에선 공개오디션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극단을 통하지 않은 한국배우들의 경우 일본작품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일본작품에는 한국배우들에게 어울리는 배역이 종종 발견된다. 한국배우가 더 잘 할 수 있는 배역인데도 극단이 없다는 한계 때문에 좀처럼 기회를 잡을 수 없는 것이 차미연이 말하는 공연업계의 냉엄한 현실이다.

◆ 일본행 더 설레는 이유 '가족극'

차미연이 이번 일본행에 더 설레는 이유는 <파랑새>가 가족극이어서다.

“흔히 아동극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저는 꼭 가족극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주제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일 뿐이지 무대 완성도는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거든요.”

차미연은 특히 일본 가족극의 완성도가 놀라울 정도라고 극찬했다. 관람객을 집중시키는 무대의 중압감이 성인뮤지컬과 다를 바 없고 자연히 아이도 어른도 모두 숨죽이고 공연을 관람한다면서 자신의 조카 얘기를 꺼냈다.

“제가 가족극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조카 OO이가 생기면서부터예요. 아이 손을 잡고 함께 뮤지컬을 본다는 게 더 없이 행복한 일이더라고요.”

차미연은 그때부터 배우로서 공연하는 일뿐만 아니라 뮤지컬 자체를 즐기기 시작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더욱 좋아졌단다. 그래서인지 그는 공연 외에도 한림예술고등학교에서 뮤지컬 보컬 강의를 하는 등 뮤지컬과 관련된 일들도 하고 있다.

차미연과 유쾌한 인터뷰를 마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우선 이달 26, 27일에 있을 <파랑새> 공연을 잘 마치고 와야죠. 귀국하면 <당신만이>에 바로 복귀해야 합니다. 공연이 내년 3월까지거든요. 앞으로도 쭉 노래하면서 살고 싶어요. 뮤지컬할 때가 가장 행복하거든요. 제가 공연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좋은 무대를 선사한다면 관객들이 꾸준히 무대를 찾아주실 거라고 확신해요.”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