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 문과보다는 이과가 인기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공과대학이 시들해지면서 너도나도 문과를 지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언론에선 얼마나 기술자가 중요한지, 연구개발이 필요한지를 강조했지만 문과 선호 현상은 요지부동이었다. 최근 몇 년 새 문과 출신들의 취업이 문제되는 반면 이과에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뿐, 또 언제 다시 문과가 이과의 인기를 역전할지 모르는 일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개인도 그렇고 조직도 그렇다. 신간 <정반합>은 변화에 관한 책이다. 변화하는 자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자는 죽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한다는 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걸 뜻하진 않는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열정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고집하고 만드는 것은 정(正)이고, 이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것은 반(反)이며, 이 둘을 조화하는 것이 합(合)이다.
일본의 회전초밥 체인점 스시로는 지난 2013년에만 1500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우리 돈으로 1조5000억원이다. 초밥을 팔아 어떻게 이런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초밥집의 가장 큰 문제는 재고관리다. 생선은 비싼 식자재지만 오래 보관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비싼 생선은 쓰레기가 되고 만다. 이들은 접시에 IC 칩을 달아 수요를 예측했다. 어느 시간대에 어떤 초밥이 얼마만큼 팔리는지를 파악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거기에 따라 식자재를 구입한 것이다.
일본 야마구치현에 닷사이란 술 만드는 회사가 있다. 술은 잘 팔렸지만 술의 원재료인 쌀 야마다니시키 공급 때문에 애를 먹었다. 이 쌀은 재배가 까다로워 농사짓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전역에서 나오는 쌀을 긁어 모아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2014년 이들은 후지쓰와 공동으로 과학적 농산물 재배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농경지에서 농부의 행동, 파종시기, 농약살포법, 수확시기까지 예측했다. 그 결과 매출이 6배 뛰었다. 둘 다 아날로그 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한 결과 큰 성과를 낸 것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고객 입장에서 사업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영국의 테스코가 그렇다. 보통 유통업체는 땅값이 싼 교외에 건물을 짓지만 이들은 고객의 편의를 위해 도심 인근에 소규모 매장을 냈다. 고객을 위해 24시간 오픈하고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매장의 인테리어도 늘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다. 이들은 회원카드를 통해 회원을 분석하는데 회원숫자가 무려 1000만명이다.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가치를 명확히 하고 거기에 따라 사업을 해야 한다. 캐나다의 구스란 기업은 극한 추위에도 견디는 옷을 만드는 것이 사명이다. 심플하지만 거기에 집중한다. 그래서 극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 회사 제품의 열성팬이다. 화장품 회사 키엘은 환경친화적인 기업이다. 이들은 단순하고 재활용 가능한 용기만 사용한다. 광고를 하지 않음에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이 회사 제품을 좋아한다. 이처럼 진정성을 갖고 가치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따라온다.
진리는 대부분 역설적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둘 다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지킬 것은 지키되 바꿀 것은 바꾸는 것이다. 변화를 하면서 동시에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동시에 단기수익도 내는 것이다. 이게 정반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