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명절인 설. 1년 중 가족과 함께 보내는 몇 안되는 날로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즐거운 연휴를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자에게는 이번 설 연휴가 그리 편치 않았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기준금리(-0.1%)를 도입해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시도했던 일본증시가 12% 넘게 급락했고 이로 인해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동반 하락하며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됐기 때문이다.
국내증시도 명절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급락했고 코스닥은 지난 2월12일 장중 8% 넘게 폭락하면서 4년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 글로벌 금융시장의 혼란 심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흐름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수요의 바로미터인 유가가 1년6개월 만에 75% 하락한 것과 전세계 소비와 제조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중국증시의 급락(8개월 만에 47% 하락)은 차치하더라도 최근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과 일본 은행권 부실화에 대한 얘기가 돌면서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실제로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치뱅크의 선순위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36.9유로로 리먼사태 당시 172유로 및 유럽재정위기 당시 186.3유로를 이미 상회했다. 일본 역시 마이너스 기준금리 도입으로 일본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한다.
그나마 글로벌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미국도 최근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2월12일 미국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상·하원에 제출한 Fed의 반기보고서 핵심내용도 미국의 경기하락 가능성을 인정하고 필요한 경우 마이너스 금리 정책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최근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이 요인들은 상호작용을 통해 위험을 더욱 가중시키는 모습을 보이며 글로벌증시의 급락을 초래했다.
◆ 공포 국면에서 찾아야 하는 냉정함
최근 시장에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가득하고 투자심리도 급격히 악화됐다. 실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ACWI(All Country World Index)지수는 지난해 4월 고점 대비 18% 하락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30% 넘게 급락했고 일본과 유로존 국가들은 20% 내외, 미국과 한국만이 10%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MSCI ACWI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50% 가까운 상승을 보였기 때문에 이번 조정이 그동안 강세장에 대한 자연스러운 조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음에도 글로벌증시가 전반적으로 단기간에 급락해 투자자의 두려움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공포 국면이 실제로는 투자기회라는 것을 우리는 여러번의 금융위기를 통해 경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국내증시는 단기간에 50% 가까운 급락을 보였으나 대부분 1년 내 하락폭을 만회하면서 90% 이상의 수익을 내는 기회를 줬다. 물론 모든 경제상황이 그때와 같을 수는 없지만 맹목적인 시장에 대한 두려움이 잘못된 투자결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또 2월26~27일 이틀간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를 통해 각국 정부 간의 정책공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실타래처럼 얽힌 금융시장 및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 변동성 관리가 필요한 시점
글로벌 변동성이 확대되는 현 구간에서는 보수적 시각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철저하게 투자원칙을 따르는 위험관리가 필요하다. 예컨대 ‘매월 +40%와 -30% 수익을 반복하는 경우’와 ‘+20%, -10% 수익을 반복하는 경우’의 월평균 수익률이 5%로 동일해 보이지만 실제 1년 후 수익률은 전자의 경우 -11.4%, 후자는 +58%로 크게 차이 난다. 복리가 적용되는 장기투자 시 변동성 관리가 그만큼 중요한 이유다.
실제 거래소에서 발표하는 코스피200 저변동성지수(코스피200 종목 중 변동성이 낮은 50종목을 대상으로 구성한 지수)의 경우 2005년 이후 누적수익률이 181.3%로 코스피200의 101.2%를 크게 넘어섰고,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 내 변동성이 낮은 100개 종목으로 구성한 S&P500로우볼지수도 1990년 이후 누적수익률이 1236%로 S&P500지수의 913%를 크게 앞섰다.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금융시장에서는 ‘덜 잃는 투자’가 결국 성공하는 투자가 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적절하게 리밸런싱해야 한다.
지나치게 욕심을 내지도, 두려워하지도 말자. 지금은 뜨거운 가슴보다 차가운 머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