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 사용하는 연수기나 정수기,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반도체·LCD·정밀화학·의약 공장, 설탕을 만드는 제조업체…. 이들의 공통점은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필터인 ‘이온교환수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온교환수지는 일상에서 많이 쓰여요. 거의 모든 산업에서 쓰입니다. 산업이 발전할수록 그 역할과 중요성은 더 커져요. 불순물이 없어야 불량이 줄고, 미세한 정제까지 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니까요. 그 중심에 이온교환수지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는 세계 2위의 이온교환수지업체인 퓨로라이트의 한국 사령탑이다.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최연소 지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바로 김낙현 퓨로라이트 한국지사장(36) 얘기다.
◆ 맞춤형 제품 2000여개… 이온교환수지업계 '챔피언'
퓨로라이트는 세계시장이 먼저 인정한 ‘히든 챔피언’이다. 이온교환수지 분야의 작지만 강한 기업. 100년을 훌쩍 넘는 경쟁사에 비해 30여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세계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린다.
세계가 퓨로라이트를 주목하는 데는 이 회사가 개발한 맞춤형 제품 때문이다. 퓨로라이트는 제품군을 단순화해 단가를 낮추는 데 주력한 기존 이온교환수지 업체의 상식을 시원하게 뒤집었다. 그렇게 제품 특성에 맞춰 탄생한 아이템만 2000여개.
특히 ‘섈로 쉘 테크놀로지’(Shallow Shell Technology)를 접목시킨 제품은 퓨로라이트에서만 생산하는 히트제품이다. 폐수 발생량이 적고 운전비용 등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 측면에서 각광 받고 있다.
“고객 한명 한명에게 적절한 제품을 맞춤형으로 제공하겠다는 퓨로라이트의 전략이 통한 셈이죠. 섈로 쉘 테크놀로지 제품의 경우 처음 단가가 높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전체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고객에게도 이득이에요. 고객과 이러한 신뢰관계가 쌓이면서 세계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편입니다.”
퓨로라이트의 경쟁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제품군을 다양화해 성능을 높이는 한편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루마니아·중국·미국 3군데서 제품을 생산하면서 현지화시스템을 잘 갖췄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1998년 퓨로라이트의 한국지사가 설립됐다.
◆ 사람 네트워크·제품력 승부수
김 지사장은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2006년 삼양사에 입사해 이온교환수지와 인연을 맺은 뒤 자연스레 퓨로라이트와도 연을 맺게 됐다.
“조금 더 다이내믹하게 일하고 싶은 니즈가 있었어요. 때마침 퓨로라이트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왔고 받아들이게 됐죠. 퓨로라이트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일할 맛 나는 회사라는 점이에요. 성과를 냈을 때 보상이 확실하고 자신의 생각을 비즈니스에 반영하는 것이 쉬워요.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로 사업에 적용하게끔 의사결정이 빠르게 내려지니 자연스럽게 성과로 이어지게 됐죠.”
김 지사장은 퓨로라이트 입사 2년 만인 지난해 2월 기술영업 담당 직원에서 한국지사장으로 임명됐다. 그의 나이 35세. 전세계 퓨로라이트 42개국 지사장 중 ‘최연소’ 기록이었다.
그 기반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정보력에서 비롯됐다고 그는 설명한다. 이온교환수지가 워낙 광범위한 분야에서 사용되다 보니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성과 항목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는 전체 매출 실적의 40%를 점유율이 높지 않던 화학정제시장에서 올렸다. 기존 20%에서 두배 가까운 성과를 올린 셈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변화와 추세 등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었어요. 다른 나라에 비해 큰 편이던 국내 화학정제시장에선 외국계 기업인 터라 국내실정에 맞게 적용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었죠. 그런 미진한 분야를 끌어올리다 보니 매출액이 커졌고 그 성과를 인정받은 겁니다.”
그는 이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장기 목표를 확대할 생각이다. 앞으로 3년간 매년 10%씩 매출을 늘리겠다는 것. 유럽과 미국에 비해 낮은 편인 아시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그가 풀어야 할 몫이다.
“제품력을 인정받으면 고객이 먼저 움직입니다. 거래처를 늘려야겠지만 기존 거래처에 조금 더 고부가가치 제품을 제안하고, 그 제품이 성능을 낸다면 퓨로라이트의 비중은 점점 더 높아질 테니까요. 앞으로도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사업철칙으로 삼아 노력하면 목표달성은 시간문제 아닐까요?”(웃음)
알란 조이너스 퓨로라이트 아시아 총괄부회장
“한국시장 매력적… 발전 가능성 높다”
▶퓨로라이트는 창사 이래 한해도 거르지 않고 성장했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도 생활과학(Life Science), 단백질 분리, 의약용 등 고부가 제품의 개발과 품질 향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할 계획이다.
- 퓨로라이트만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퓨로라이트는 가족 소유의 글로벌 기업이다. 1981년 이온교환수지사업을 시작해 비교적 단기간에 선도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에 있다. 이를 통해 시장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고객 맞춤형 제품 개발을 주요 전략으로 삼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김 지사장 발탁 배경이 궁금하다.
▶김낙현 지사장은 이온교환수지 비즈니스 10년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가 퓨로라이트코리아에 합류한 뒤 많은 것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또한 수출입, 회계, 경영계획 등 지사장으로서 갖춰야 할 종합적인 역량을 보여줬다.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비즈니스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정확한 시장 정보를 바탕으로 실천 가능한 전략을 수립하고 약속을 지켰다. 다른 지사들과의 유대관계 역시 좋고 회사 내에서 평판도 훌륭하다.
- 한국시장 현황과 전망은 어떤가.
▶최근 한국시장이 다소 정체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으며 꾸준히 성장하는 매력적인 시장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해외에 있는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를 한국지사가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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