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의혹에 ‘묵묵부답’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에게 몇 년간 수차례 자금지원을 했다는 의혹은 최근 허 회장 곁을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전경련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주요 복지재단에 기부할 뿐 시민단체에 직접 지원은 없다고 공식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확대된 분위기다.
모 종편채널은 지난달 한 기독교 선교복지재단의 입출금 내역을 공개하며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한 정황을 보도했다. 전경련이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에 지난 2014년 9월부터 약 4개월간 3차례에 걸쳐 총 1억2000만원을 입금했다는 것.
전경련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각종 복지재단에 지원을 한 것이지 시민단체에 직접 지원한 것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국정원과의 연계 의혹까지 제기하며 검찰 수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최근 전경련이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로 자금을 지원했는지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서울중앙지검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상황이 복잡하게 꼬이고 있지만 허 회장은 묵묵부답이다. 지난달 30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단체장의 골프회동에서 언론사 기자의 어버이연합 의혹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전경련 회장 자리가 비상근인 만큼 허 회장이 사전에 자금 지원 여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감싸고 있다. 하지만 전경련을 이끄는 수장으로써 일련의 의혹을 대하는 소극적인 그의 모습은 오히려 논란을 더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손자회사 GS엔텍 ‘경영난’에 골머리
GS글로벌은 최근 실적악화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자회사 GS엔텍 주식 1333만3333주(5.33%)를 236억원에 취득해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섰다. 이번 주식 취득은 지난 2월에 이후 올 들어 두 번째다.
또 이번 주식 취득은 GS엔텍 재무적투자자(FI)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따른 것이다. FI들은 GS엔텍이 지난해 말까지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못할 경우 4월 한 달 간 행사주식의 투자원금에 연복리 5.5% 이율을 더한 금액으로 매수청구를 가능토록 해 놨기 때문.
이처럼 지주회사인 (주)GS의 손자회사인 GS엔텍은 지난해 283억원의 영업손실과, 47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GS글로벌 역시 자회사 GS엔텍의 실적 악화 영향을 받고 있다.
GS글로벌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손실 46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69억원 이익에서 적자전환 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 역시 240.3%에서 295.0%로 상승했다.
특히 2017년까지 GS엔텍이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할 경우 풋옵션 계약에 의해 약 1250억원에 달하는 주식매각대금을 물어줘야 한다.
실적이 부진한 GS엔텍을 상장시켜 자금 숨통이 트이도록 GS그룹 차원의 대규모 재무 지원 방안이 강구될 것이란 소문이 떠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허 회장의 자금지원 구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여부는 큰 관심사다. 반면 부실 계열사를 무리하게 상장시키려다 실패할 경우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는 점도 허 회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한상의에 밀린 재계 맏형 위상
전경련의 위상이 대한상공회의소에 밀리고 있다는 목소리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는 공교롭게도 허 회장의 전경련 회장 3연임이 확정된 지난해 2월과 시점이 맞물린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방문에 동행한 경제사절단 116명 가운데 명단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인물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었고, 두 번째는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세번째가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었다.
당시 전경련에서는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에 맞춰 현지 비즈니스포럼의 주최 단체에 따라 명단 순서가 정해졌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일각에서는 전경련의 위상은 이미 대한상의에 추월당했다는 의견을 내놨다.
앞서 지난해 1월 열렸던 대통령 초청 경제계 신년 인사회,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경제계 간담회 때도 모두 대한상의가 행사를 도맡아 진행하며 위축된 전경련의 위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지난해 11월 열린 전경련 회장단의 국무총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수장이 참석했지만 정작 매년 열리는 정기 회장단 회의에는 수년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참석률을 보여 전경련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대한상의는 소비 촉진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최근 어린이날(5월 5일) 다음날인 6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며 각 계 각 층의 호응을 이끌어냈지만, 전경련의 행보는 전무했다.
각 포털 검색창에 ‘대한상의’ 라는 검색어만 쳐도 ‘임시 공휴일’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뜨는 반면 ‘전경련’을 치면 최근 논란이 된 ‘어버이연합’이 연관 검색어로 뜨며 대조를 이루고 있는 것도 추락한 전경련의 위상만큼 허 회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소통의 부재일까 방식의 차이일까
허 회장은 올 초 엘리시안 제주리조트에서 열린 GS 신임 임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소통 경영’을 강조했다. 프로축구 FC서울의 구단주이기도 한 그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돌풍을 일이킨 레스터시티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예로 들었다.
그는 “라니에리 감독은 새로 부임하자마자 선수들 개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가장 효율적으로 골을 넣어 승리하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소통했다”고 전하며 소통이 진정한 리더십임을 역설했다.
소통을 강조한 그이지만 전경련 수장으로서 재계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지 제기됐다.
허 회장은 지난 2013년 전경련 가입 기업 범위를 기존 30대 그룹에서 50대 그룹으로 늘리며 저변 확대에 나섰지만 오히려 영입을 시도했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에 가입 거절을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반면 대한상의는 회장단을 기존 21명에서 23명으로 늘려 전경련 회장단 수를 처음으로 추월했고 허 회장의 영입제안을 거절했던 서경배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단에 합류했다.
이 같은 대외적 굴욕에 대해 일각에서는 허 회장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과 소통하며 재계 인사들과의 대외적인 스킨십에 거리낌이 없다.
그러나 허 회장은 평소 재계 총수들과 직접적인 소통이 아닌 전경련 단체장으로서만 대면하고 있어 새로운 회장단 영입 당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 부하 직원들에게는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했지만 정작 그는 그동안 대외적인 소통 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을 고수하며 언행 불일치의 모습을 보인 것도 신뢰도를 떨어트리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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