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라는 기쁨도 잠시. 상상 속에서 구름 위를 거닐던 예비엄마아빠들은 보다 현실적인 기로에 서게 된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돈 열차’ 탑승. 1번 칸을 통과해 돈을 지불하면 다음 칸에서 또 돈 나갈 일이 기다린다. 명분은 확실하다. 뱃속에서 자라나는 내 아이를 위한 일. 마다할 여지가 없다. 그게 얼마든….
그 중 하나가 산부인과 진료비다. 남편과 함께 처음 산부인과를 방문한 날. 떨리는 마음으로 임신 확인을 위한 초음파 검사를 하고, 의사로부터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라는 말을 듣기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 짧은 시간동안 지불한 비용이 4만800원이었다.
◆ “축하합니다. 열달, 100만원입니다”
물론 정부도 이런 예비엄마아빠들의 고민을 인지는 하는 듯하다. 임신 확인이 되면 '국민행복카드'라는 임신 바우처를 통해 진료비(단태아 50만원, 다태아 70만원)를 지원한다. 보건소도 팔을 걷어 부친 지 오래다. 각 지자체별로 모성실을 통해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관리를 도와주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이 두 가지 혜택. 실효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산부인과와 보건소를 병행하며 검진을 받은 기자의 사례를 보자.
기자가 거주하고 있는 양천구 보건소는 총 5가지 서비스를 통해 임산부들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임신 5~8주에 진행되는 산전검사로 빈혈, 매독, 에이즈, B형 간염검사를 받고 임신 15~20주에는 기형아 검사, 임신 24~28주에는 임신성 당뇨검사, 30주가 넘어서 막달검사 등을 받는다.
기자는 총 3번 보건소를 방문해 초기검사와 초음파 검사, 막달검사 등을 받았다. 주수에 따라 무료로 배급해주는 엽산제와 두달치 철분제도 함께 말이다. 비용을 꽤 아꼈다고 생각했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그렇지 않다.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산부인과에서는 보건소 검사가 세부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추가 검사를 요구했다. 보건소 산전검사 결과지를 가지고 병원에 방문했지만 그 외 추가적인 검사를 받고 11만5000원을 결제해야 했다. 초음파검사와 막달검사도 마찬가지였다.
산부인과 측에 따르면 보건소 검사로 각각 5만원정도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3번 방문했으니 15만원 정도 절약한 셈이다.
그렇다면 산부인과 진료비는 어떨까. 임신 36주, 막달에 막 진입한 기자가 지금까지 방문한 산부인과 진료 횟수는 총 10번. 현재까지 결제된 검사비용은 비타민D 영양제 비용을 포함, 79만3700원이다. 50만원짜리 국민행복카드 바우처는 이미 0원이 된지 오래.
막달부터는 1주일에 1번씩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가야 하니 추정 금액까지 합산해보면 아이를 만나기 전 진료비용으로만 100만원을 넘게 지불하게 되는 셈이다.
“비싸면 안가면 되지”, “병원에서 하란다고 모든 검사를 다 받아야 하나?”. 혹자는 이런 반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작은 생명을 위한 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유산 위험이 높은 초기, 태동을 느끼기 전, 아이가 태어날 무렵엔 더더욱 그렇다.
주변에서 만난 많은 산모들 역시 한결같았다. 비싼 진료비가 부담되더라도 태아를 위한 검사라면 성실히 응했고 마다하지 않았다. 아무리 초보엄마라지만 열달을 뱃속에 품는 동안 태동으로 존재감을 알리는 내 아이에게 생긴 일종의 모성애랄까. 정부정책이 보다 현실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겨우겨우 출산을 위한 돈 열차에서 하차한다고 해도 또 다른 육아를 위한 돈 열차가 기다린다. 대한민국의 모성애 가득한 엄마들이라면 과연 이 열차를 안 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