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면 허리 아픈 사람이 많다. 이를 두고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이니 조심하고 사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오십 평생 허리통증은 남의 이야기라고 알고 살아온 필자도 최근 진료 때문에 오래 앉아 있으면 아래 허리와 엉덩이 부위가 무겁고 은근히 아픈 증상이 생겼다. 과연 허리 통증은 거의 모든 사람과 관련된 대단히 흔한 질환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영국의 국가건강서비스(NHS)가 187개국 281종류의 질환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세계 총 인구의 약 10%가 이런저런 형태의 허리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이 조사에서 허리질환은 생활이나 업무에 필요한 정상적인 기능에 장애를 초래한 기간이 길어 YLD(years lived with disability) 1위로 집계됐다. NHS는 전세계적인 인구의 고령화 추세에 따라 이 경향성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립하는 인간, 허리 약하다
사람의 허리는 왜 이리도 문제가 많은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인간이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완전 직립하는 동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처럼 등쪽에 척추라는 지지 구조물을 가진 네발 동물이나 조류 혹은 어류를 보면 허리 문제로 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는 사례를 찾아볼 수가 없다.
오직 인간만이 중력에 대항해 기립하는데, 그 대항하는 힘의 축이 척추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안정화시키고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것들이 척추 뼈를 둘러싼 연부조직들, 즉 각종 인대와 디스크(추간판), 등허리의 근육들과 복부 근육들이다.
네발로 걷는 다른 포유류의 경우 대부분의 자세에서 척추와 지면이 평행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 경우 내장들이 대들보 같은 척추에 매달려 있어 몸통 각 부분의 체중과 내부 장기의 무게가 골고루 분산된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 누워 잘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척추가 지면에 수직으로 돼 있다. 수직으로 서 있는 척추에 복강의 내부 장기들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겹쳐지며 매달린 형태가 된다. 척추의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상체 몸통의 무게뿐만 아니라 복강 내 장기의 중력까지 모두 부담하게 돼 엄청난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등허리의 척추는 더 이상 효과적으로 내부 장기를 지탱하지 못하게 되고, 내장은 점점 더 아래쪽으로 처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로 인해 복강 내의 내장하수나 신장하수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원인을 알기 힘든 만성요통의 근원으로 지목된다. 특히 엉치뼈와 허리의 척추뼈가 만나는 부근인 요추 4번, 5번, 천추 1번 사이는 구조적으로 이런 압력이 최고조에 달한다. 이로 인해 요추디스크(추간판탈출증)나 척추관 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등 허리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허리질환은 요통 외에도 다양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뼈가 약해지면 무력감, 만성피로, 만성두통, 어지럼증, 눈 침침함, 피부나 눈의 건조증, 잘 낫지 않는 만성염증, 면역력 저하, 건망증, 탈모 등 다양한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
◆허리질환, 종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그렇다면 왜 나이를 먹으면 허리가 아파지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노화현상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노화를 음허(陰虛)라고 표현한다. 우리 몸의 음적인 구성물질인 진액이 서서히 부족해지고 말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마치 나무가 어릴 때에는 수액이 조직을 가득 채워서 굽혀도 부러지지 않고 유연한 반면 고목이 되면 내부 진액의 고갈로 뻣뻣해져 힘을 받으면 부러져 버리는 현상에 비유할 수 있다.
노화의 진행에 따라 우리 몸 전체에 탈수가 진행되는데 원래 혈액순환에 불리한 구조를 가진 관절들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 고목화가 진행되고 척추를 잘 받쳐주던 주위 연부조직들이 다 말라버려서 지지와 완충작용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면 심각한 만성요통의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스스로 치유할 능력이 있는 자연치유력을 정기(正氣), 즉 바른 기운이라고 말한다. 잘못된 생활이나 노화로 이것이 훼손돼 인체의 전반적인 밸런스가 무너지면 병이 온다는 관점이다. 어떤 병이든 치료의 중심은 이 자연치유력을 키워 다시 우리 몸 스스로가 정상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미 약해진 자연치유력을 더욱 훼손할 우려가 있는 수술 등의 침습적인 방법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우리 몸은 모든 것이 연결돼 있어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관점으로 인체를 봐야만 원인치료를 통한 근본치료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의 체질과 나이, 직업 등 그 사람을 둘러싼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치료의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병은 한번 걸리면 치료가 어렵고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이미 노화의 단계에 들어선 경우에도 기혈순환을 촉진하는 한약과 침, 뜸 등으로 다시 진액을 보충해 자연스럽게 통증을 완화하고 자연치유를 돕는 방법이 있지만 병이라는 것은 오기 전에 미리 예방치료를 하는 것이 훨씬 쉽고 시간과 비용도 적게 드는 것이 사실이다.
옛 고의서에 ‘상의(上醫)는 치미병(治未病)’이란 말이 있다. 미병의 상태, 즉 완전히 병이 들기 직전 그 조짐이 약간 드러난 상태에서 미리 병을 파악해 치료하는 것이 의사 중에서도 고수(高手)라는 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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