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천호식품 회장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맨주먹으로 일군 ‘중소기업 신화’의 빛이 바래가는 모양새다.

최근 김 회장의 명성은 연일 하락세. 그는 지난해 말 촛불집회 관련 폄훼발언을 한 데 이어 최근에는 짝퉁 홍삼액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적발된 천호식품 제품은 ‘6년근홍삼만을’(유통기한 2017년 1월17일~10월16일), ‘쥬아베홍삼’(2017년 3월27일~8월21일), ‘스코어업’(2017년 8월30일~10월16일), ‘6년근홍삼진액’(2017년 8월15일~11월7일) 등이다.

당초 천호식품은 해당 제품들에 “6년근 홍삼 농축액과 정제수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고 홍보해왔지만, 검찰 조사 결과 물엿과 카라멜 색소 등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천호식품 측이 해당 제품들에 대해 전량 교환·환불을 약속하고, 홈페이지에 즉각 사과문을 올리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 /사진=머니투데이DB

◆ 매출·신뢰도 '뚝뚝'… 물건너간 IPO
여론은 오히려 악화됐다. 특히 김 회장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커졌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 인터넷 카페에 “뉴스가 보기 싫어졌다. 촛불시위, 데모, 옛날 이야기 파헤치는 언론 등 왜 이런지 모르겠다”는 글을 올려 빈축을 샀다. 촛불폄훼발언에 이어 가짜홍삼 논란이 불거지면서 두 사건을 연결짓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김 회장에 대한 신뢰도가 최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신발깔창 판매부터 시작해 지금의 천호식품을 만든 그는 이웃집 아저씨같은 소박한 이미지로 친밀감과 호감도를 쌓아온 인물이다. 지난 2010년 자사 광고에 출연해 “남자한테 참 좋은데...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말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산수유환 등 여러 히트 제품을 내놓으면서 부산과 서울에 직원 400여 명을 두고, 연매출 1000억원에 육박하는 건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천호식품도 김 회장과 함께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지면서 국내 대표적인 건강식품회사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의 신화는 이제 독이 돼 돌아왔다는 평가다. 가뜩이나 실적이 기대를 못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 불매운동까지 확산되면서 오래 전부터 준비해오던 기업공개(IPO) 일정은 답보상태에 놓였다.


가장 큰 문제는 매출이다. 2012년부터 3년간 590억→719억→777억원으로 성장세를 보이던 매출액이 2015년 676억원을 기록하면서 내림세로 돌아선 가운데 잇따라 파문에 휩싸이면서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건강식품 대목인 설날을 앞두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업계에서 좋은 이미지로 호감을 얻어온 만큼 이번 리스크로 인한 파장이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며 “실적 악화에 안팎의 악재까지 최근 분위기를 미뤄볼 때 천호식품의 IPO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다”고 말했다.


◆ 창사 이래 최대위기… 회장직 사임으로 수습  


‘회장 리스크’로 회사 안팎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어려워지자 김 회장은 돌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김 회장은 지난 6일 사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홍삼제품과 관련해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천호식품의 등기이사 및 회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천호식품과 관련된 어떠한 직책도 맡지 않을 것”이라며 “천호식품은 개선사항을 이행하고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창사 이래 최대위기를 맞은 천호식품이 빼든 카드는 결국 ‘회장직 사임’이었다. 다만 위기를 빠르게 수습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회장이 빠진 천호식품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