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신현우. 존리 옥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관련 신현우,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등에 대한 선고 공판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군과 어머니 권미애씨가 방청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기소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존 리 전 대표에게는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이날 신현우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에 내려진 판결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뒤 처음으로 제조업체 임원들에게 내려진 형사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는 오늘(6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신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전 대표 등은 가습기 살균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충분한 검증을 해보지도 않고, 막연하게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안전할 것이라 믿었다. 인체에 무해하다거나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등 거짓으로 표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제품의 라벨에 표시된 내용을 신뢰해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하고 사용한 피해자들이 숨지거나 중한 상해를 입게 되는 등 유례없는 참혹한 결과가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원인도 모른 채 호흡 곤란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다가 숨지거나 평생 보조기구를 착용해야 할 중한 장애를 가지게 됐다"며 신 전 대표에 대한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존 리 전 대표의 업무 태도 등은 제품의 인체 안정성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당시 옥시의 업무처리에 일정한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한 가능성과는 별개로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필요하다"며 증거부족을 들어 존 리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존 리 대표에게) 직접 보고 관계에 있었던 거라브 제인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일부 직원들의 추측성 진술이 있는 점만으로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증거부족에 대해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옥시 등 제조사들이 제대로 된 안전검증 없이 제품을 출시해 수천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영구적인 폐 손상, 사망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지난해 말까지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피해신고만 5000건이 넘고 사망자도 1000명을 넘어섰다.

제품 출시 당시 회사 대표로 있었던 신현우 전 대표와 존 리 전 대표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기소돼 각각 징역 20년, 징역 10년의 중형을 구형받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구형에 비해 훨씬 가벼운 징역 7년과 무죄 판결이 내려져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검찰은 옥시 제품 피해자를 177명(사망자 70명), 세퓨 제품 피해자를 27명(사망자14명), 롯데마트제품 피해자를 41명(사망자 16명), 홈플러스제품 피해자를 28명(사망자 12명)으로 보고 이들을 기소해, 시민단체 등이 사망자만 1000명이 넘는다고 주장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인 '세퓨' 제조사 오모 전 대표에 대해서 징역 7년, 노병용 롯데마트 전 대표에 대해서 금고 4년을 선고했다. 이들 역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