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이면 한번씩 앓고 지나가는 감기는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 했음에도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질병 중 하나다. 따라서 감기는 만병의 근원으로 지목될 뿐만 아니라 치료에도 각종 비방이 넘쳐난다.
감기에 걸리면 콩나물국에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먹고 땀을 쫙 빼면 낫는다는 이야기가 있고, 술 좋아하는 사람은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면 낫는다고 말한다. 이런 비방들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그 근거를 봤을 때 이는 한방적인 감기 인식이자 치료법이라고 볼 수 있다.
◆ 감기 대하는 한방 vs 현대의학, 다른 태도
한방과 현대의학은 감기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다르다. 현대의학은 감기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약해진 틈을 타 바이러스가 침투해 생기는 병이라고 본다. 하지만 한방은 외부의 날씨, 즉 바람과 추위가 피부의 땀구멍(한의학에서는 주리라고도 함)으로 침입해 걸리는 병으로 인식한다.
치료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으로 현대의학은 열을 내려주는 해열작용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작용을 하는 아스피린 계통을 사용한다. 반면 한방은 주로 열을 높여주고 땀이 나는 약재를 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감기를 치료하려면 열을 떨어뜨리는 것이 옳을까, 높이는 게 좋을까. 정답은 둘 다 맞을 수도, 둘 다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면 우리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체온은 일반적으로 36.5도에 항상성을 유지한다. 이 체온에서 우리 몸 대부분의 세포와 생체기능을 담당하는 단백질의 활성이 가장 높다. 체온이 떨어지거나 높아지면 세포와 단백질의 활성이 점점 떨어진다. 하지만 인체의 면역체계는 36.5도에서 활성이 떨어지다가 체온이 오르면 활성이 높아진다. 열이 나는 상태에서 인체가 바이러스나 세균에 맞서 더 잘 싸울 수 있는 이유다.
이를 군대에 비유하면 평화시에는 민관군이라 해서 민간인이 제일 우선이고 군인이 나중이지만 전쟁시에는 군관민이라 해서 군인이 제일 우선이 된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병이 없는 상태에서 면역체계가 너무 활성된다는 것은 평화시에 군인이 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전쟁이 났는데 민간인이 함부로 다니면 전쟁에 방해만 줄 뿐 아니라 피해도 키우기 때문에 민간인은 숨을 죽이고 군인이 열심히 싸워야 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감기가 들어 열이 나면 억지로 열을 내리기보다는 약간 높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열이 높아지면 어린이의 경우 경련을 일으키거나 고열로 인해 탈수가 될 수 있는데 잘못하면 감기가 더 심해져 폐렴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런 위험 때문에 한방에서도 감기 치료를 할 때 계속 열을 높이기보다는 약을 사용해 일시적으로 열을 높였다가 환자 몸에 땀이 나기 시작하면 복용을 멈추게 한다. 고열로 오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따라서 고열이 아닌 38도 이하에서는 약을 써서 억지로 열을 떨어뜨리기보다는 탈수가 되지 않게 수분 섭취를 많이 하면서 조금 참는 게 감기 치료에 좋다.
◆ 일상에서 실천하는 감기예방법
일상생활 중 감기 예방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제일 중요한 것은 겨울철 보온에 신경 쓰는 것이다. 우리 몸의 체온이 0.5도 낮아지면 면역력이 35% 정도 줄어든다. 따라서 겨울철 야외할동을 할 때는 보온을 충분히 하고 내복을 입는 것이 좋다. 내복을 입으면 체온을 2.4도 정도 높여 겉에 두꺼운 옷을 하나 더 입는 것보다 낫다.
우리 몸에서 추위에 취약한 부위는 목이다. 가늘고 피부 아래로 큰 혈관이 지나가는 목을 통해 외부의 한기가 그대로 몸에 전해질 수 있으니 목도리나 스카프를 이용해 목 보온에 신경쓰면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
여러 실험을 통해 확인된 감기를 예방하는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손 씻기이다. 대부분의 감기 바이러스가 손을 통해 전염되는 만큼 외출하고 돌아올 때나 감기 환자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우리 목과 기관지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건조함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자. 호흡기 점막 세포가 건조해지면 그 활성이 떨어지므로 겨울철에 실내 습도가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좋다.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겨울철에는 난방으로 인해 습도가 더 떨어지게 되니 가습기를 틀거나 젖은 빨래를 널어주는 것도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 수분 섭취를 자주 하는 것도 좋다. 굳이 물이 아니더라도 겨울철 감기 예방에 좋은 차를 많이 마시거나 수분 함량이 높은 과일을 먹는 것도 방법이다. 겨울철 대표적인 과일인 귤의 경우 비타민C 함량이 높아 면역력을 키워주며 수분함량도 높다.
◆ 한템포 쉬어가는 지혜로 감기 추방
감기 예방을 위해서는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과로나 스트레스를 피하고 술과 담배를 줄이는 것이 좋다. 감기에 걸렸다는 것은 어찌 보면 우리 몸이 힘들게 일했다는 의미다. 감기 치료의 첫번째는 휴식이며 두번째가 약인데 약에 의존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감기약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이거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게 아니다. 기침이 심하면 기침을 줄여주고 콧물이 심하면 콧물을 줄여주고 열이 나면 열을 내려줄 뿐이다. 그래서 감기약을 먹으면 1주일 가는데 감기약을 안 먹으면 7일 간다는 말이 있다.
약을 먹어도 감기가 낫지 않는다면 자신의 생활을 한번쯤 돌아보고 충분한 휴식을 하고 있는지 살피자. 사실 감기는 대부분 저절로 치료되는 병이다. 걸렸다면 한템포 쉬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며 휴식을 취하라는 우리 몸의 신호라고 보면 좋겠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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