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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00일을 넘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수술대에 오른다. 정부와 여당은 소비 활성화를 위해 김영란법 시행령에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 조속한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안 추진을 두고 각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시행 100일도 안돼 시행령을 뜯어고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과 3·5·10만원으로 제한된 금액을 일부 조정해 소비위축을 서둘러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뉜 상태다.

◆김영란법 때문에 경제위축?… "근거없다" VS "소상공인 죽어나가"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민생물가 점검 당정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농·축·수산 농가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김영란법 시행령을 조속히 개정하기로 했다"면서 "정부도 구체적인 대안을 검토하는 중으로 안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금액조정이다. 정부 측은 김영란법이 '3·5·1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금액 한도를 '5·5·10만원'으로 수정한다는 입장이다. 즉, 음식물 허용 기준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것.

이 같은 소식에 국민권익위원회는 펄쩍 뛰었다. 권익위는 김영란법 시행 1년도 되지않아 3·5·10만원 조항을 개정할 경우 법의 취지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2000일 가까이 걸려 만든 법을 갓 100일 만에 개정하겠다는 정치권의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3·5·10 조항 때문에 경제가 위축됐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법 시행으로 인해 나타난 현상을 평가할 만한 기간이 더 주어진 후 개정을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란법 개정안과 관련 시민단체와 소상공인협회, 화훼업계 등도 환영과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먼저 국회 앞에서 지난 16일부터 릴레이시위에 나선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정부의 김영란법 개정 움직임에 환영의사를 나타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6일 호소문을 통해 "정치권의 개정 움직임은 김영란법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에 정부당국과 정치권이 귀를 기울인 결과"라며 "정치권이 실제적인 개정 및 보완대책 마련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김영란법으로 직격탄을 맞은 화웨업계도 개정 찬성입장을 보였다. 화원연합회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후 3개월 간 화훼업체의 적자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금액 개정을 넘어 김영란법에서 화훼에 대한 규정 자체를 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국회앞에서 '김영란법 개정' 내용을 담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시스DB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반면 일부 시민단체들은 김영란법 개정에 대해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8일 '서민 경제와 무관한 김영란법 상한액 상향 시도 즉각 중단하라'라는 성명을 통해 정부의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경기 침체가 김영란법 탓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김영란법의 대상은 공직자와 공공성이 강한 민간영역 종사자로 한정돼 일반 국민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현행 식사비 3만원과 선물비 5만원이라는 규정은 국민의 입장에선 매우 높은 금액"이라며 "일반 국민 중 한끼 식사로 3만원 이상의 음식을 먹거나 접대받는 사람은 거의 없어 그 대상은 극소수 계층과 일부 고가 음식점 등에 국한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도 지난 19일 '정부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시도를 중단하라'는 반대 논평자료를 내놨다. 

참여연대는 "현 시행령의 기준은 법 시행 시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용역 연구 결과를 근거로 만들어졌고, 국민적인 합의를 통해 결정됐다"면서 "설령 일부 업계의 피해가 있다 해도 이 문제는 반부패 제도를 희석시키는 것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다른 정책적인 수단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에 실리는 무게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김영란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재로서는 '개정'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이 실시하고 있는 실태조사를 마무리한 뒤 최종적인 가액 한도를 확정하기 위해 서둘러 실무 논의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기관은 이미 공신력 있는 기관에 용역을 주거나 산하기관에 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는 현재 유권해석을 위해 운영하는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시행령개정TF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도 지난 5일 경제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청탁금지법 도입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 8일 경북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영세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수·축산물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문 전 대표가 상한금액 개정안을 직접적으로 촉구한 것은 아니지만 김영란법이 여러모로 영세상인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이 주장한 개정안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다만 입법예고·법제심사·규제심사 기간 등을 감안하면 설 명절 이전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는 난감한 상황이다. 황 총리가 직접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개정을 거부하면 항명으로 비춰질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개정 움직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개정안을 요구하면서 권익위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권익위도 일단 정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검토를 해보겠다고 밝힌 만큼 어떤 식으로든 시행령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